김초엽·김혜순·나희덕·백희나·신형철 등
주도 단체 없이 공동성명에 ‘한 줄 성명’
“훼손되지 말아야 할 생명, 자유, 평화의 가치를 믿습니다. 파면은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입니다.”(한강 작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지는 가운데, 한강을 비롯해 시·소설·평론·아동청소년·극작·만화 부문을 망라한 작가 414명이 ‘윤석열의 즉각적 파면’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25일 공동 성명을 통해 “피소추인 윤석열의 대통령직 파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가 이유 없이 지연되고 있다. 2024년 12월3일 불법 비상계엄 이후 100일이 넘는 동안 시민의 일상은 무너지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고 있다”며 “피소추인 윤석열의 대통령직 파면은 당연한 일이다. 더는 지체되어서는 안 되며 파면 외 다른 결정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작가회의나 동인·단체의 주도 없이, 여러 장르를 아울러 자신만의 창작 세계 바깥을 향해 이처럼 한목소리로 작가들이 결집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강 작가는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첫 대외 발언(국내)이며, 전체 414명 작가 가운데엔 1990년대~2000년대생 작가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공동 성명 말고도 각자 한줄 성명을 냈다. 1970년대 말 계엄의 만행을 몸소 경험했던 김혜순 시인은 “우리가 전세계인에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게 해다오, 제발”이라고 썼고, 한국인 최초로 안데르센상을 수상(2022)한 이수지 그림책 작가는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이 무도한 시절을 조용히 견디고 있습니다. 매일 되뇝니다. 이 마당에 책이 뭐람, 작업이 뭐람, 예술이 뭐람! 온 마음으로 지켜온 민주주의, 상식적인 매일의 삶,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해 피소추인 윤석열의 대통령직 파면을 즉각 촉구합니다!”라고 했다.
김혜순 시인. 한겨레 자료사진
414개의 개별 성명은 절망, 분노, 그러나 희망으로 분류될 만하다. 나희덕 시인은 “무도한 윤석열과 검찰 권력에게 더 이상 이 나라를 맡겨둘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내란 수괴를 즉시 파면하라!”, 김연수 작가는 “늦어도 다음 주 이맘때에는, 정의와 평화로 충만한 밤이기를”, 김초엽 작가는 “제발 빠른 파면을 촉구합니다. 진심 스트레스 받아서 이 한 줄도 못 쓰겠어요. 빨리 파면 좀!”, 한국 작가 최초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2020)을 받은 백희나 그림책 작가는 “헌법재판소에 요구합니다.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하라’”, 미깡 만화가는 “헌재의 선고 지연으로 하루하루 국민 불안은 커지고 극우 폭력이 심화되고 있다. 지금 당장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파면하고 민주주의를 지켜내자!”, 오성은 시인은 “우리가 넘어서고자 하는 것은 겨우 알량한 권력 따위가 아니라, 야만이라는 이름의 빛바랜 담장이다”라는 성명을 내놓았다.
이수지 그림책 작가. 비룡소 제공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소포클레스의 작품 ‘안티고네’를 인용해 “친구들 중에서 당신을 견뎌낼 수 있는 자들 앞에서나 날뛰세요”라고 촉구했고, 2000년대생 송희지 시인은 “21세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정신이, 헌법의 중함과 올바름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믿으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합니다”라고 썼다.
작가들은 헌재의 선고 지연과 맞물린 극우·폭력 세력의 준동을 우려하며 “극심한 사회 혼란에 따른 정신적, 경제적 피해 또한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었다”며 “이에 민주주의의 회복과 내란 종식을 바라는 작가들이 뜻을 모아 각자의 목소리를 낸다.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작가들’이라는 기치 아래 414명의 작가가 모였다”고 밝혔다.
한편, 전국 문학인 2487명은 이날 송경동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의 윤석열 파면 촉구 단식농성 해제와 함께 “지금은 속도가 정의다! 헌재는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라는 제목의 긴급 시국선언을 내놓았다.
성명 낸 414명 작가 명단
강경아 강계숙 강기원 강동호 강벼리 강성은 강유정 강인송 강지혜 강지희 강혜빈 고명재 고선주 고영서 고운기 고재귀 고찬규 공현진 곽문영 구병모 구선아 구윤재 구현우 권민경 권 박 권창섭 권희진 기원석 길상호 김개영 김건영 김경욱 김경윤 김경은 김경인 김경후 김 근 김기형 김나영 김남숙 김남일 김뉘연 김다연 김덕희 김 도 김동균 김동하 김리윤 김멜라 김물 김미령 김민재 김민정 김보나 김복희 김사인 김상혁 김서령 김선영 김선오 김선일 김선정 김성대 김성중 김소연 김소영 김소이 김소형 김 솔 김수목 김수이 김승일 김신식 김신지 김아나 김 안 김안녕 김애란 김 언 김엄지 김연경 김연수 김영미 김영임 김영진 김은지 김이설 김이섬 김이정 김인숙 김잔디 김재복 김종연 김중일 김중혁 김지녀 김지연 김지은(아동문학) 김지은(시) 김진희 김초엽 김태용 김태형 김하나 김학중 김행숙 김 현 김현우 김현진 김형중 김혜빈 김혜순 김호성 김호연 김혼비 김황흠 김효은 나종영 나희덕 남현지 도수영 도재경 돌기민 마 루 마윤지 맹문재 문 봄 문이소 문지혁 미 깡 민 구 민병훈 민선혜 박규현 박다래 박덕희 박산호 박상영 박서련 박서형 박선우 박성우 박세랑 박세미 박소란 박소민 박소희 박솔뫼 박순원 박승우 박시하 박 연 박연준 박용하 박은율 박은정 박인성 박장호 박정대 박지웅 박지일 박진규 박춘석 박하빈 박해람 박현옥 박형숙 박혜경 배미주 배수연 백민석 백수린 백수인 백온유 백우선 백은선 백희나 변윤제 부희령 서고운 서윤후 서이제 서정원 서호준 서효인 설재인 성기완 성윤석 성현아 성현정 소유정 손보미 송수연 송승언 송재학 송종원 송지현 송희지 신동옥 신미나 신샛별 신이인 신재섭 신종호 신해욱 신형철 심민아 심보선 심진규 안덕희 안미옥 안웅선 안유선 안인수 안태운 안현미 양경언 양선형 양선희 양안다 양연주 양윤의 엄지혜 여태천 예소연 오성인 오세란 오연경 오 은 오은경 오정연 우다영 우은주 원종국 위수정 위해준 유계영 유순예 유영은 유이우 유재영 유진목 유하정 유현아 유형진 유희경 육호수 윤경희 윤성희 윤슬빛 윤유나 윤은성 윤지양 윤초롬 윤해서 은 경 은모든 은 유 은희경 이갑수 이경수 이규석 이근화 이기리 이기성 이기호 이동욱 이 레 이민하 이병률 이상호 이새해 이서수 이서하 이선영 이설빈 이성아 이 소 이소연(시) 이소연(평론) 이소호 이수지 이숙현 이승은 이영주 이용임 이우성 이 원 이은송 이은주 이장욱 이재연 이재훈 이정연 이정호 이제니 이주란 이주빈 이주혜 이지혜 이지호 이진양 이채원 이 퐁 이하나 이하진 이현승 이현호 이혜인 임혜미 이효림 이후경 임경섭 임선우 임솔아 임수정 임승유 임유영 임재정 임정민 임지은(에세이) 임지은(시) 임 현 장강명 장류진 장미도 장석남 장세정 장승리 장시우 장안아 장이지 재 수 전성진 전승민 전영규 전욱진 전하영 전혜진 정미래 정보라 정성은 정여울 정영수 정용준 정재율 정재은 정종배 정한아 조남주 조말선 조병완 조성국 조성래 조수일 조시현 조예은 조용미 조은영 조인숙 조 정 조해주 조해진 조현옥 조형래 조혜은 주민현 주연오 진은영 진하리 차상훈 채길우 채영선 채희윤 천희란 최규승 최명진 최미래 최민우 최민지 최배은 최예슬 최유안 최은영 최인호 최정호 최종천 최주연 최지은 최지인 최진영 최 휘 하 린 하아무 하재연 하재영 하혁진 한 강 한세정 한여진 한연희 한영인 한영희 한정현 함정임 허유나 허유미 허은실 홍관희 홍성희 홍인혜 홍일표 황인찬 황정은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전국 문학인 2487인 긴급 시국선언 성명
송경동 시인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촉구하며 단식을 시작한 지 15일째다. 시인은 작가회의 신임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지 이틀 만에 조직을 정비할 새도 없이 단식을 시작했다. 밤바람 매서운 광장 한편에 작가회의 천막이 꾸려졌고, 국가비상사태에 관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으며, 각지의 회원들이 날마다 방문하고 있다. 핼쑥함을 넘어서서 갈수록 검어지는 사무총장의 얼굴을 보며 가슴이 타들어 가는 회원들은 하나둘 릴레이 단식에 동참하는 중이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목소리로 외친다.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최소한 제도적인 틀 안에서는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윤석열의 계엄령은 우리의 믿음을 한순간에 산산조각 냈다. 윤석열은 계엄령을 통해 극우 유튜버의 어법과 목소리로 국민을 향해 ‘수거’하겠다느니 ‘처단’하겠다느니 겁박하였다. 독재정권과의 투쟁으로 쌓아 올린 역사 위에 선 한국작가회의는 계엄이 공포되자마자 즉각 성명서를 발표하여 계엄의 무효를 선언했고,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윤석열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라는 입장을 선포했다. 이후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되었으나 온갖 궤변과 거짓, 왜곡으로 시종하는 윤석열은 자신이 맞닥뜨려야 할 심판을 지연ㆍ회피하고 있다. 졸렬한 행태가 반복될수록 윤석열은 그저 비루한 내란 수괴에 불과할 따름이라는 우리의 입장은 더욱 확고해졌다.
계엄이 선포된 순간부터 지금 이 시간까지 우리는 소위 엘리트 세력에 의해 정치 시스템이 얼마나 터무니없이 훼손될 수 있는지 그 최대치를 목도하고 있다. ‘국민의힘’이라는 후안무치한 이름의 정당으로 결집한 그들은 극우 유튜버의 ‘부정선거’라는 거짓 선동을 근거 삼아 내란 동조에 나섰을 뿐만 아니라, 서울서부지법을 습격하여 파괴와 폭력을 자행한 세력의 옹호자로 나섰으며, 극우 집회 발언자로 등장하여 2차 3차 내란을 유도하는 지경으로까지 나아갔다. 계엄의 정당성 마련을 위하여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마저 유도한 윤석열의 도박이 얼마나 심각한가에 대해 그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의 모든 관심과 계산은 그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향해 있을 뿐이다. 저들은 지금도 헌재 앞 거리를 장악하여 거짓과 폭력을 선동하는 자들과 함께 헌법적 심판을 압박하고 있다.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한 지 110일이 지났다. 헌재의 변론이 종결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헌재가 좌고우면하며 차일피일 선고를 미루는 동안 우리 사회의 갈등은 날로 첨예해지고 있다. 폭동은 ‘국민저항권’이란 표현으로 미화ㆍ옹호되면서 세력을 넓혀 왔고, 심리적 내전은 극단적인 대결 양상으로 현실화될 조짐을 보인다. 정치적 혼란이 야기한 경제 위기도 심각하여 자영업자가 줄폐업하는 등 민생이 휘청거리고 있다. 수십 년간 축적해 온 한국 민주주의의 역량이 대외적으로 의심받는 상황이기도 하다. 스웨덴 국제연구기관이 내란 이후 한국을 ‘권위주의 진영이 이끄는 독재화가 진행 중인 국가’로 분류했다거나, 올해 1월 미국이 ‘민감국가’로 지정한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그러니 대한민국 안팎의 위기 및 위상 하락을 극복하기 위하여 헌재의 조속한 탄핵 선고가 절실한 상황이다.
지금은 속도가 정의와 직결된다. 더 이상의 탄핵 선고 지연은 헌법 가치의 실현을 중지시키는 행위이다. 헌법 질서를 부정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한 세력에게 농간의 기회와 시간을 제공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업무 과실이다. 윤석열은 무장한 군인을 동원하였고, 김건희는 윤석열이 체포되자 경호관들에게 “총을 안 쏘고 뭐 했느냐?”며 질책하였다. 이에 뒤이어 저들이 어떠한 막말과 무모한 행위를 자행할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 헌재의 판결이 늦어져서 한국의 혼란이 지금보다 가중된다면, 우리는 지연된 정의는 결코 정의가 될 수 없음을 헌재를 사례로 들어 역사에 굵은 글씨로 기록할 것이다. 나아가 이 혼란의 대가를 반드시 청구할 것이다. 이제 헌재는 마비된 국정을 회생시키고 상처 입은 민주주의를 복원할 단초를 제공해야만 한다. 그것은 신속한 탄핵이다. 우리 민중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를 헌재가 제시해야만 한다.
속도가 정의다! 헌재는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이는 한국작가회의의 요구이며, 대한민국 모든 권력의 원천인 우리의 명령이다.
2025년 3월 25일
한국작가회의
옮긴 이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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