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억겁 천생 참회하라…그래도 죄가 사해지지 않겠지만”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이틀 앞두고 종교인들이 윤 대통령의 파면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기독교·불교·원불교·천주교 소속 종교인들은 2일 국회 소통관에서 ‘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종교인 호소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을 파면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독교에선 엔시시케이(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시국회의, 기독교 시국행동, 윤석열 폭정 종식 그리스도인 모임이 참여했고 불교에선 실천불교승가회, 야단법석승가회, 법불교시국회의가 함께 했다. 원불교에선 원불교 시민사회 네트워크와 원불교 사회개벽 교무단이, 천주교에선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함께 발표했다.

국회 정책영상플랫폼 갈무리

국회 정책영상플랫폼 갈무리

종교인들은 성명을 통해 “나라 곳곳에서 들려오는 고통의 소리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 함께 뜻을 모아 이 자리에 나섰다”며 “한 사회가 존재하기 위한 최소한의 도리와 체면, 상식과 양식이 무너지고 사회적 신뢰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은 참으로 참담하고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종교인들은 “우리는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이룩한 민주화의 결과로 생겨난 헌법재판소가 자신에게 부여된 신성한 권한을 역사와 헌법에 따라 바르게 사용해 정의로운 판단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속히 헌정 질서가 회복되는 새로운 역사의 봄을 맞이하자고 간절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성명 발표에 참석한 지선 스님은 “갈수록 태산이라고 왜 조금 민주화가 성숙돼서 살만하면 윤석열이 같은 사람이 또 튀어나와서 세상을 어지럽히고 경제를 망가뜨리고 민주주의를 파괴시키냐”며 “민주주의가 진짜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 당시 불교계에서 앞장섰던 지선 스님은 이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지선 스님은 “(윤 대통령은) 참회하고 참회하고 억겁 천생 다 참회해도 죄가 사해지지 않을 것”이라며 “자기 때문에 얼마나 국가가 어려워졌냐”고 말했다. 지선 스님은 “좋은 민주 세상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별도 입장문을 내어 “공의로우신 하나님의 뜻이 이 땅 위에 실현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헌법재판소가 정의롭고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나님께 간구한다”고 밝혔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 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종교인 긴급 기자회견문 >

 

서로 다른 각자의 신앙 자리에서 이 땅의 정의와 평화를 기원하며 기도의 행진을 이어 온 우리 종교인들은 나라 곳곳에서 들려오는 고통의 소리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 함께 뜻을 모아 이 자리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어처구니없는 계엄령 이후 나라는 혼돈의 어둠이 짙어지고 위기는 끝 간데없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최고 규범으로서의 헌법이 무력화되고 최소한의 민주적 헌정 질서가 무너지는 현실 속에서 지금 우리나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보십시오. 지금 나라가 어떤 처지입니까? 헌정질서가 무너져 내리고 국가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으로써 나라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극한적 진영 대결로 사회 갈등은 깊어지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대형 사고와 재난이 끝없이 이어지며 무고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국정의 마비로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경제와 민생은 파탄 직전입니다. 힘없는 서민들이 이 내란 사태로 인해 얼마나 고통을 겪고 있는지 민생의 현장을 한 번만이라도 살펴보십시오. 게다가 우리를 더 두렵게 하는 것은 사람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게 하는 거짓말과 궤변이 소위 정치 지도자라는 이들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는 것입니다. 한 사회가 존재하기 위한 최소한의 도리와 체면, 상식과 양식이 무너지고 사회적 신뢰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은 참으로 참담하고 개탄스럽습니다. 가히 나라 전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어서 이 위기를 멈추게 해야 합니다. 나라의 추락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머뭇거리다가는 그간 우리 현대사가 이룩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 문화강국으로서의 자부심 등 모든 것을 잃을 수 있고, 우리의 미래조차 잿더미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합니다.
 

헌법재판소는 참으로 오랜 시간을 끌다가 마침내 4월 4일로 선고일을 지정했습니다. 너무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총칼로 무장한 군인들의 군홧발이 국회를 짓밟는 것을 똑똑히 본 국민들은 하루하루 피를 말리며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이룩한 민주화의 결과로 생겨난 헌법재판소가 자신들에게 부여된 신성한 권한을 역사와 헌법의 정신에 따라 바르게 사용하여 정의로운 판단을 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헌재의 심판은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향한 새 출발점이 될 것을 기대합니다. 성숙한 시민의 힘은 서로 다른 이들의 생각을 존중하며 절제와 비폭력의 원칙을 지켜 나가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자고 호소드립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헌법을 무시하는 행동을 멈추고 마은혁 헌법 재판관을 즉각 임명하시기를 호소합니다. 우리 국민은 국무회의의 주요 구성원으로서 한덕수 대행이 이번 내란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다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일로 인해서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헌법을 무시하고 헌재의 결정을 거부한다면 그것 자체로, 죄로 죄를 덮은 어리석은 일이 될 것입니다. 권한대행이 헌법을 무시하고 헌재의 결정을 회피한다면 어떻게 국민에게 법의 준수를 말하며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은 자신의 안위가 아니라 나라 전체를 위기 속에서 구하는 책임자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나라도 살고 한덕수 대행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국회는 국민에게 위임받은 국정의 책임을 다해 주십시오. 지금은 정치적 셈법으로 위기를 돌파할 시점을 이미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의 대의 기관으로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해 이 헌정의 위기가 지속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특별히 “국민의 힘” 소속 의원들에게 호소합니다. 정파적 이해 관계를 떠나 헌정 회복과 위기 극복에 동참해 주십시오. 더 이상 정치가 국민을 갈라치고 갈등을 증폭시켜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의 역사에는 늘 위기마다 위대한 국민이 그 위기를 극복해 온 자랑스러운 전통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번에도 온 국민이 함께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낼 것을 확신합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비록 미약한 힘이지만 이 위기 극복을 위해 온 국민과 함께 나아가겠습니다. 이제 모두가 선 자리에서 사심을 내려놓고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아 속히 헌정질서가 회복되는 새로운 역사의 봄을 맞이하자고 간절히 호소합니다.       

 

2025년 4월 2일 

이용선·김병기·김병주·송기헌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종교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단), 헌정질서 회복하는 바라는 종교인 일동

 

기독교:NCCK시국회의, 기독교시국행동, 윤석열 폭정종식 그리스도인모임

불  교 : 실천불교승가회, 야단법석승가회, 범불교시국회의 

원불교 : 원불교 시민사회 네트워크.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천주교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옮긴 이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한겨레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한겨레 이기사 보셨나요 기사더보기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