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하(立夏)
여름으로 들어간다는 말이다. 곡우를 마지막으로 봄의 절기는 끝이 났다. 이때가 되면 나뭇가지마다 신록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또한 찻잎을 따기도 하는데 7번째 절기인 입하에 딴 차를 고급으로 치고, 곡우 때 따 만든 차를 세작(細雀)이라 하여 가장 비싼 차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초의선사는 동다승에서 곡우 전 5일이 가장 좋고 곡우 후 5일이 그 다음이라고 했다.
세시풍속으로는 이 시기에 쌀가루와 쑥을 한 대 버무려 시루에 쩌 먹는데 이를 쑥버무리라 하고, 이것이 절식(節食) 이기도 하다. 왕조실록 연산군11년 1505. 12. 24일 조에는 역질을 쫓기 위하여 포(砲)를 쏘고, 사시(四時), 개화(改化) 할 때에도 행하는 것이 무방할 것이다고 했으며, 역질을 쫓는 사람의 복색은 봄에는 푸르게, 여름에는 붉게. 가을에는 희게, 겨울에는 검게 입도록 하였다.
승정원일기 고종 31년(1894. 4. 1)의 기록을 보면 4.1일 정미일 해초(亥初) 3각(刻) 14분(分) 입하에 불씨를 바꾸어 진상(進上)할 때, 종묘서(宗廟署), 사직서(社稷署), 영희전(永禧殿), 영녕전(永寧殿), 경모궁(景慕宮), 육상궁(毓祥宮), 경우궁(景祐宮)에 규례대로 불씨를 바꾸고, 의정부, 내각, 승정원, 시강원, 익위사, 한성부에도 불씨를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한편 세종실록지리지 안동 도호부 의성현에는 풍혈이 있는데 현의 남쪽 34리 되는 빙산사(氷山寺)의 북쪽 큰 바위 밑에 있으며, 석혈(石穴)이 있는데, 혈구(穴口)가 높이 3척, 너비 4척 8촌인데, 가로로 5척 1촌 여가 넘게 들어갔다.
또 빙혈(氷穴)이 있는데, 직하(直下)의 너비가 1척이요, 깊이는 해아릴 수 있는 곳이 5척이며, 그 밑은 돌고 굽어서 심천(深淺)을 측량하기가 어렵다. 입하 후에 비로소 얼음이 얼고, 극히 더우면 얼음이 단단하게 굳으며, 흙비가 오면 얼음이 풀린다. 흙비라고 하는 것은 아마도 황사로 인한 먼지 비를 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봄과 가을에는 춥지도 아니하고 덥지도 아니하며, 겨울에는 따뜻한 기운이 봄과 같다. 현 북쪽에 또 큰 바위가 있는데, 깊은 못을 굽어보고 있다. 구멍이 가운데에 있는데. 기괴(奇怪)하고 이상하며, 가물 때를 당하여 비를 빌면 문득 영험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편집 : 하성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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