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향이 일곱 살 때 분당구 율동공원 앞에 살았습니다. 그때 거의 매일 율동공원을 산책했습니다. 2Km가 채 안 되는 공원을 한 바퀴 도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렸지요. 다향이가 나비를 쫓아가고,오리구경을 하며 부들도 만져보느라 걷기만 할 수 없었습니다.
안과 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다향이랑 율동공원에 갔습니다. 숲은 더 풍성해졌고, 일곱 살 아이가 "아빠도 번지점프를 해보라"던 번지점프대가 사라졌습니다.
가을이면 밤을 주우러 다니고, 겨울이면 눈썰매를 탔으며 다향이가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를 배운 곳입니다. 겨울에는 연도 날렸네요. 그 추억을 떠올리면서 율동공원 아래로 향했습니다.
호수공원을 한 바퀴 돌면서 다향이랑 꼭 들렀던 곳이 있습니다. 20년 전에 2,500원 하던 콩짜장과 그 옆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던 곳이 궁금했습니다. 율동공원 아래 개천을 따라서 걸었습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서현유스센터를 찾았습니다. 예전에는 그 이름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 옆에 본가짜장을 보고, 머리를 쳤습니다. 가게 이름을 콩짜장으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검색을 해도 찾을 수 없어서 가게가 없어진 줄 알았는데 가게 이름이 본가짜장이었습니다. 상호 대신에 메뉴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현재의 짜장면 가격은 5,000원으로 여전히 저렴했습니다.
아무튼 율동공원을 한 바퀴 돌고, 짜장면을 먹은 다음에 동화책을 빌려왔던 길을 다시 걸을 수 있어서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분당의 끔찍스러운 사교육만 아니었으면 제주로 이주하지 않고, 계속 살았을 수도 있는 분당 나들이였습니다.
편집 : 오성근 객원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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