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환 님의 <한국교육의 위기와 민주시민 교육>(인간과자연사, 2025)

 

-출처; 교보문고 광화문점 

 

믿음직한 교육운동가, 교육연구자에서 교육철학자, 교육비평가로 거듭난 그!

그를 처음 만난 건 여의도고에서였습니다. 한문 강사로 잠시 가 있던 시절, 이극로 연구로 유명한 박용규 박사님(당시 역사교사)을 통해 조용하지만 어디엔가 빛을 머금은 듯한 하성환 선생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부 교사 네트워크를 보니, 논술지도 글이 올라와 있음을 알게 되먼서 더욱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는 윤리교사이자 논술지도교사였던 것입니다. 알고 보니 전교조 창립 교사로 고초를 겪고 애를 쓰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저 강도 일제 시절 선구자 이만규의 모습처럼 역사의 고비를 감당하고 있는 자의 의연한 분위기랄까...그에게는 그런 인격의 향기가 스며 있습니다. 작고한 친구 류지남 시인의 말에 서울에서 재수생 시절 잠시 야학을 다닐 적에 하성환 선생님의 지도를 받았다고 하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좌로부터 박용규 박사님, 하성환 선생님, 본좌 늘샘 김상천(출처; 김상천 )

그런 그와도 잠시 잠실고 기간제 교사로 다시 전근을 가게 되어 헤어졌지만 셋은 민족문화지킴이 삼총사로 자주 만나먼서 의기투합의 동지가 되었습니다. 박용규 박사는 민족사학의 투혼을 지닌 학자로, 운동가로 이미 정평이 나 있고, 하성환 선생님 또한 사회적 노동 약자인 기간제 교사에 대한 부당한 처사에 대해 교장을 고발하는 등 그는 의인의 이름에 어울리는 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는 조용히 실천하는 교육운동가이자 뜨거운 심혼을 지닌 교육연구자입니다. 뜨거운 심혼을 지닌 자가 쓰지 않고는 자신을 알 릴 수 없는 것인데, <우리 역사에서 왜곡되고 사라진 근현대 인물 한국사>(살림터2019, 2021) 시리즈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이것은 역사 정의가 무너진 사회에서의 혁명적 글쓰기의 전형적인 모델입니다. 이것은 또한 탈신화적 글쓰기의 일종이라 할 것입니다. 왜냐하먼 신화의 목적은 바로 세계를 고정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  한강이 <채식주의자>를 비롯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을 통해  근대의 권위주의 문화에 대한 '탈' 신화적인 문학적 영감을 불어넣은 것처럼,  그 또한 우리  교육의 역사에서 왜곡되고 사라진 근현대 인물에 대한 재구를 통해 지배담론의 허구(성)에 대한 또 하나의 '탈' 신화적인 비평적 혼을 불어넣었다 할 것입니다. 

역저 <근현대인물한국사>가 교과서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 근현대 역사 인물들의 숨겨진 진실을 찾아 떠나는 흥미있는 오디세이 열전列傳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먼, 이번 책은 근대 학교교육의 권위주의 문화에 대한 가차없는 비평적 에세이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는 것이지만, 이번 에세이는 그 서사성敍事性이 매우 뛰어난 작품입니다. 자기만의 목소리가, 내러티브가 살아있다는 것, 이것은 그만큼 자기화되어 있고, 평생을 교육현장과 운동에 바친 그의 혼이 담겨있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2장 우리가 알고 있지만 몰랐던 역사에서의 민주시민 교육의 관점에서 바라본 동학농민혁명과 3.1운동, 4.3항쟁, 4.16참사, 4.19혁명, 메이데이와 5월광주민중항쟁, 87 6월항쟁과 7,8,9월 노동자대투쟁1,2, 그리고 가장 최근의 12.3 계엄에 따른 내란 사태까지 이것은 득의의 한국민중사 텍스트로 고전이 될 만한 글입니다. 내가 노동현장에 있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메이데이에 얽힌 이야기를 읽을 때 나는 우주의 시간이 멈춘 듯도 했습니다.

-하성환 선생님의 연구서적 중(출처; 김상천)

중요한 것은 정치적political’ 인간에 대한 그의 관심입니다. 이것은 어찌보먼 낯설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한국에서 정치하먼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치는 일상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이고, 피해서도 안 되는 인간의 근원적인 존재 방식입니다.

왜냐하먼 정치politics의 유래가 폴리스polis 도시국가이고, 도시국가 폴리스는 마치 시골에서 오래된 느티나무에 모여 마을 회의를 개최했듯이, ‘신전 기둥pol’을 중심으로 모여서 도시가 형성되었던 것으로, 이 느티나무와 신전 기둥 주변에서 중요한 삶의 문제들을 처리했던 것입니다. 그래 정치하먼 떠오르는 게 공화국을 뜻하는 레스 푸블리카 res publica’인데 이것은 시민의 공동 사안을 일컫는 말입니다.

뭐 한마디로 제한된 자원을 어티케 공정하게 분배할 것이냐를 두고 늘 다투었던 것이니, 여기서 민회가 형성되고 정의justice를 뜻하는 법이 나오고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이해관계의 문제이니 정치는 시끄러운 법입니다.

그렇다고 정치를 떠나 살 수는 없습니다. 내가 정치에 무관심하먼 저 괴물 같은 놈들이 나의 몫을, 나의 주권을 가로채지 않나 말입니다. 하성환 선생님이 주목하는 대목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정치적 인간으로 내 운명의 주인으로 자주권을 행사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깨어있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정치적 각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그냥 하는 헛소리가 아니라 평생을 교육운동과 글쓰기에 헌신해온 자의 현장의 목소리이기 때문에 진실한 울림이 있습니다. 언제인가 하 선생님이 근무하는 고등학교에서 <삼국지> 강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건 학생들의 밝은 표정이었습니다. 거기, 무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한 세계가 있음을 어느 여학생의 표정에서 볼 수 있었는데,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민주시민 교육을 주창하는 그의 열정이 또한 잘 바쳐진 부분은 선진 유럽국가들의 해외 민주시민 교육 살펴보기입니다. 이것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충실한 자료인데다 이를 한국적 현실에 적응하려는 고투의 과정에서 나온 소중한 데이터라 할 것입니다. 그중에 나의 눈깔을 자극하는 것은 민주시민 교육의 구체적 대안으로 그가 선진국의 적지 않은 사례를 참고하여 한국형 논술의 한 형태로서의 ‘KB형 논술을 제시했다는 점입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잠실고에 한문 기간제 교사로 있던 중에, 논술 경시대회를 주관해 본 적이 있습니다. 사실이야 바른 말이지 논술을 정상적으로 가르치지도 않으먼서 논술 경시대회를 열고, 대학입시논술을 치르는 것은 불공정 게임이자 구조적 폭력입니다. 결국 사교육 시장이 번성하게 되고, 있는 집 자식들이 혜택을 보게 되는 것이니, 이것은 분명 문제적 교육 현상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를 교육철학자로, 다시 교육비평가로 보는 데에 있어서 가장 급진적인, 그러나 가장 통쾌한 부분은 교사를 감시하는 장학()제도와 교감제를 과감하게 폐지하고, 교장의 권한을 축소하는 획기적인 방안입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교육 관료들에 의해 썩어가고 있는 교단을 치유하고 살아있는 교정이 될 수 있는 근원적인 처방전입니다. 이것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현장 교사의 진지한 교육적 성찰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음에 놀랍니다.

학교 민주주의를 저해하고 민주주의가 학교 현장에 뿌리내리지 못하게 막는 가장 근원적 요인은 학교장 1인을 핵심으로 층층이 서열화한 인간관계에 있다. 다시 말해 학교장-교감-수석교사-부장교사-평교사-기간제교사-시간강사-학생으로 서열화한 구조 속에서 동등한 인격적 관계 맺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요컨대 학교 민주주의가 현장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근원적 원인은 비정상적인 학교 권력관계에 있고 비정상적인 학교 권력관계에서 파생된 수직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학교문화에 있다- ‘학교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한 제도적 방안중에서

그리하여 자연 이에 대한 대안으로 교육 과정 전면 개정 시에 민주시민교과를 필수 의무 교과로 개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제시되며 마무리되고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통쾌한 지적은 교원성과급 제도 즉시 폐지안입니다. 알고 보먼 이 땅의 교육계의 사제들 또한 교사를 돈으로 유인하는 성과상여금 제도의 노예 만들기 지옥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지 않은가 말입니다.

우리 아이들과 선생님들, 우리 모두의 미래가 달린 교육계의 암적 요소가 무엇이고, 이를 어티케 치유할지를 명쾌하게 제시한 민주시민교육의 파이오닐이자 시대의 명의名醫 하성환 님의 발군의 스테이트먼트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하성환 , 그는 한국교육계의 명의입니다.

나는 그렇게 읽었습니다.

 

김상천 객원편집위원,  하성환 편집위원

김상천 객원편집위원  critick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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