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국가 부도의 날"
영화 "국가 부도의 날"
외세 의존적 정치로 실패한 나라의 지도자들은 종종 단기적 안정이나 권력 유지를 위해 강대국에 기댔다. 그러나 국가 주권의 훼손, 경제 붕괴, 사회 혼란이나 정권 붕괴를 초래하고 말았다. 영화 “국가 부도의 날”은 당시의 국가적 위기와 그 이면에 등장한 국제 금융 자본, 한국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그리고 대중의 고통을 다층적으로 외면한 결과였다. 외세 의존적 관료들이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휘둘린 국가 경제정책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정부가 들어서야 하는가?
■ ‘국가 부도’는 자주 없는 외세 의존 정치의 말로
1997년 김영삼 정부는 신자유주의의 파도 속에서 ‘세계화’를 외쳤다. 그러나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국가의 경제 주권을 사실상 상실했다. 그것은 한국 사회의 조건과 국익에 기반한 전략적 선택이 아니라, 미국과 IMF의 질서를 비판 없이 수용한 종속적 선택이었다. 금융 개방, 무역 자유화, 노동 유연화가 아무런 방비 없이 추진되어 IMF의 고금리 정책, 기업 구조조정, 공공 부문 축소를 그대로 수용했다. 이는 경제 위기를 국민에게 전가하는 외교적 항복 문서였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단순한 경제 위기가 아니라, 정치적 실패이며 더 근본적으로는 자주적 판단을 포기한 외세 의존 정치의 파탄이었다. 이는 한국 자본주의를 국제 투기 자본에 종속시키는 것이었다. 또한 국가 위기가 닥쳤을 때, 정부는 국민이 아닌 IMF와 미국에 눈을 돌렸다.
■ 외세 의존의 정치, 반복된 역사
외세에 의존해 정권을 유지하려 했던 지도자들은 전 세계에 걸쳐 공통된 결말을 맞았다. 남베트남의 응오딘지엠은 미국의 절대적 지원 속에 반공 독재를 밀어붙였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순간 미국은 그를 버렸고, 결국 사회주의자 호지맹에 의해 그는 제거되고 통일되었다. 이란의 팔레비 샷은 미국과 영국의 석유 자본에 기댄 친 서방 독재 체제를 유지했지만, 반미 민중 봉기에 쫓겨나며 왕조는 몰락했다.
중국의 국민당을 이끌던 장개석은 항일 전쟁의 영웅으로 미국의 전폭적인 군사, 경제 원조를 받았다. 그의 정치 기반은 도시 상류층과 군벌에 국한되어 기존 지주의 이익은 보호했지만 80%를 차지하는 농민들의 절망을 외면했다. 반면 모택동은 토지를 재분배하고 농민을 무장시켜 1949년 중국을 통일한다. 장개석은 미국을 등에 업었지만 모택동은 민중을 등에 업었다. 정책의 차이가 아니라 정치의 철학과 가치의 차이 결과였다.
조선의 고종은 청나라와 러시아,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국권을 지키려 했지만, 자주적 개혁 없이 외세만 기웃거리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다. 이들은 모두 국민에게 뿌리를 내리지 못한 외세 정권이었고, 그 결과는 파국이었다.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는!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정부는 외세와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외세에 종속되지 않는 판단력과, 국민적 동의를 기반으로 한 자주성이다. 신중한 개방, 능동적 보호주의, 실물경제 중심의 전략, 시민참여 기반의 경제민주주의가 복원되어야 한다. 외교 역시 대등한 협상력과 국익 중심의 주체성이 필요하다. 그 어떤 ‘세계화’도 국민의 삶과 존엄보다 우선 될 수 없다. 외세 의존 정치의 역사는 단 한 번도 ‘민중의 해방’으로 귀결된 적이 없다. 우리가 국가라는 공동체를 유지하는 이유는, 강대국의 이익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다.
■ 마치며
외세 의존 정치의 실패는 단지 정책 선택의 오류가 아니라, 정치 철학의 결핍에서 비롯된다. 국민 없는 정권은 강대국의 이익을 최우선 하지만, 외세의 비호가 사라지는 순간 정권은 스스로 붕괴한다. 정치란 무엇보다도 ‘국민의 삶과 공동체의 미래를 지키는 ‘주권적 판단’이어야 한다. 외세는 동맹은 될 수 있어도 민중을 대신해 싸워주지 않는다. 정치의 핵심은 주권이다. 즉 ‘누구를 위한 권력인가’라는 명제 앞에서 민중을 얻지 못하고 개혁을 외면하며 외세 전략에 지나치게 의존적이면 반드시 필패한다. 주권이란 결국 국민을 향한 책임과 자주성 그리고 신뢰로 유지된다. 외세 의존 정치는 늘 똑같은 비극을 반복해 왔다. 우리는 더 이상 실패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역사는 증명한다. 강대국은 날씨가 화창하면 우산을 빌려주지만 날씨가 흐리면 우산을 거둬들인다.
편집 : 하성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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