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중반에 접어든 필자는 철든 이후 비상계엄을 세 번 겪었다. 첫 번째는 1972년 10월 17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특별선언을 통한 비상계엄이다. 두 번째는 1979년 10·26사건에 따른 비상계엄(제주도 제외)과 1980년 5·17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제주도 포함)이다. 세 번째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이다.
이글이 지면으로 나오는 날 6월 3일은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답답하고 짓눌린 듯한 정서장애(mood disorder)에서 조금은 벗어나는 계기가 되리라. 길게는 2022년 3월 9일 제20대 대선 이후부터 시작됐고, 짧게는 지난해 12월 3일 ‘대통령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통한 윤석열 정부 비상계엄 선포 이후 심화·강화 국면으로 들어간 여러 가지 불확실성 상황에서 조금은 벗어나리라.
산자가 먼저 앞서간 죽은자를 위로하고 기리기는커녕 오히려 죽은자가 산자를 구하는 형용모순의 대한민국의 최현대사를 견디고 살아온 수많은 분은 눈 감지 않았고 손도 내리지 않았다.
가끔 ‘대학’의 전6장의 제3절을 되새김한다. 전6장은 성의(誠意·참한 마음가짐)을 풀이한 장이다. 제3절은 공적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새겨둘 만한 말씀이다. ‘증자왈 십목소시 십수소지 기엄호’(曾子 曰 十目所視 十手所指 其嚴乎). 증자가 말씀하길, (그대는) 열 눈이 응시하는 바이고 열 손이 가리키는 대상이니, 바로 그것은 참으로 엄중하도다.
십수 년 전 어느 기관의 민원도우미로서 회의에 참석했을 때 위와 같은 증자의 말씀을 인용하였다. 다음 회의 때 만난 그 기관장은 당신의 책상 위에 ‘십목소시 십수소지’를 써서 붙여놓고 일한다고 말씀했다.
증자의 말씀에서 필자가 주목하는 글자는 십(十)이다. 왜 증자는 십보다 훨씬 큰 뜻을 지닌 백, 천, 만, 억, 조를 쓰지 않았을까? 문자대로 하면, 십목십수(十目十手)는 열 눈과 열 손이다. 만목만수는 만 개의 눈과 만 개의 손이다. 만 개의 눈이 있다손 치더라도 모두 감은 눈이라면 어떠한가, 만 개의 손이라도 손을 높이 들어 의사를 표명하지 않는다면 그 무슨 소용이 있으랴.
십(十)은 기수(基數·사물의 개수나 양을 나타내는 숫자) 10을 뜻하기도 하나 그 의미는 심장하다. 한 손의 손가락으로 ‘하나, 둘, 셋, 넷, 다섯’ 하면 손은 닫힌다.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하면 손은 펴져 열린다. 그래서 十은 열 십이다. 십은 열다는 뜻이다.
십목은 열린 눈이다. 공재 윤두서(尹斗緖·1668~1715) 자화상에서 보는 강렬한 눈매는 열린 눈의 사례이리라. 십수는 열린 손, 즉 손가락을 활짝 편 손이다. 검지로 손가락질하는 손이 아니다. 두 손을 활짝 펴서 합하면 그게 바로 합장이다. 합장은 공손하고 누군가를 공경하는 행위다. 또한, 막을 항(抗)은 두 손을 높이(亢·높을 항)을 들어서 가로막기도 하고 때로는 응원하는 행위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나오는 ‘대한국민’은 분명코 십목십수였으리라. 대한국민의 위임을 받아 십목십수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 할 기구가 국회임은 분명하다. 국회법상 국회의원이 20명 미만인 정당은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다.
감히 제안한다. 열 십자의 의미가 구현되도록, 증자의 말씀인 십목십수의 엄중함이 현실에서 드러나도록 교섭단체 구성 조건을 20명에서 10명으로 완화하길 기대한다.
필자는 10여 년 전에 남도일보의 당시 ‘남도시론’에 ‘일색은 불안, 그 대안은 오색정당(五色政黨)’(2010.07.09.)과 ‘광주·전남 최소 3색 정당은 되어야’(2012.04.06.)라는 칼럼을 실었다. 당시 광주·전남의 정당 구도에 대한 문제의식의 표출이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현행 대한민국 국회의 교섭단체 구도에 대해서도 타당하지 않다고 보기 어렵다.
원내 교섭단체 구도의 오색찬란함에 대한 바람은 헛바람일레라. 삼색 원내 교섭단체 구도는 보기에 안정감을 준다. 삼발이는 자갈밭에서도 균형을 잘 잡는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삼발이 솥처럼 고구려, 백제, 신라가 정립(鼎立)하던 시기에 우리 대한(大韓) 민족의 영토는 광대했다. 문화도 찬란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6·3대선 이후에도 열린 뜬 눈과 활짝 편 손은 멈추지 않으리라.
*이 글은 <남도일보>(2025.06.02.)에 실린 칼럼입니다.
원문 보기: [화요세평]열린 뜬 눈과 활짝 편 손, 멈추지 않으리라
https://www.namdo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821977
*관련기사: [남도시론]광주·전남 최소 3색 정당은 되어야, 남도일보, 2012.04.06.
https://www.namdo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98674
*관련기사: [남도시론] 일색은 불안, 그 대안은 오색정당(五色政黨), 남도일보, 2010.07.09.
https://www.namdo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67991
편집 : 형광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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