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학교: 진리는 나의 빛?

서울대학교: 진리는 나의 빛?

일상을 벗어난 외출은 삶에 몇 안 되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더욱이 관악산 아랫자락에 자리 잡은 서울대는 학회 때나 찾는 곳인데 다른 일로 와서 그런지 평안한 마음이다. 서울대는 우리나라 제1대학답게 캠퍼스가 참 넓다. 즐비한 연구동 하며 학문의 메카로서 손색이 없다.

무심결에 건물 한편에 있는 신문꽂이에서 학보(<2025.6.9. 서울 대학신문 2117호>)를 보았다. 그 1면은 내 눈을 의심케 했다. 서울대 학생들의 21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조사 결과였는데, 대한민국 일반 국민과도, 같은 나이 또래 청년들과도, 정치적 견해가 완연 달랐기 때문이다. 서울대 학보사가 5월 14~20일 온라인 방식으로 실시한 ‘2025 서울대 학부생 정치의식 조사’ (http://www.sn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4255) 결과에 따르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35.1%)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27.5%)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7.7%),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4.8%)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서울대 학부생의 여론과 전국 여론의 차이는 극명했다. 비슷한 시기인 12일부터 13일까지 진행한 여론조사(한국갤럽 조사)에서 20대 유권자의 지지율은 이재명 후보(32%), 이준석 후보(25%), 김문수 후보(20%) 순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성별에 따른 정치 성향 차이는 더욱 놀라웠다. 서울대 학부생 여성 응답자는 자신이 ‘진보’라 여기는 비율이 43.0%인데 비해 ‘보수’라 답한 사람은 11.0%였다. 반대로 남성 응답자는 38.9%가 자신을 ‘보수’, 21.4%는 ‘진보’라고 답했다. 남성 응답자의 49.5%가 이준석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했으며 여성 응답자에게서는 이재명 후보가 43.5%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읽다가 “이준석 후보를 지지하는 학부생 중 78.0%는 ‘공약 및 정책 방향’을 지지 이유로 꼽았다”라는 데서는 그야말로 고소를 금치 못하였다. 난 저 후보자의 ‘공약 및 정책 방향’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발견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다만 본 것은 후보자 간 토론에서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자의 질 저하를 시킨다는 것만 보았다. (현재 국회의원 제명에 50만 명이 동의한 것도 그 증거 중 하나다.)

이 결과에 대해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의 한 교수는 “개혁 보수 정치인에 대한 젊은 유권자들의 수요가 있었다.”라며 “그 수요에 적합한 기성 정치인이 부재하기에 대안으로 이준석 후보를 지지한 이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분석 중, ‘개혁 보수 정치인’이란 말에 또 한 번 고소를 금치 못하였다. 그 선생에 그 제자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울러 동문인 윤석열의 쿠데타도 나름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우리 교육계에서, 아니 대한민국에서, 서울대학교 존재 여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이것은 개인의 정치색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한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하는 절대 권력에 대한 담론이기에 그렇다. 서울대는 대한민국 누구도 부인치 못하는 서열 1위 대학이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모든 부와 권력에 가장 근접해 있잖은가.

서울대학교 정장
 

서울대학교의 출발은 1946년 ‘국립 서울대학교 설립에 관한 법령(미군정법령 제102호)’에 의하여 일제강점기 유일한 경성제국대학(경성대학)을 모태로 9개 관립 전문학교와 사립 경성치과의학전문학교를 통합해 만들어졌다. 1대 총장은 미군정청 고문관 해리 B. 앤스테드(Harry Bidwell Ansted)로 미군 대위였다. 그 출발은 일제강점기 경성제국대학이 모태요, 총장이 미군 대위였지만 이후 대한민국의 제1권력을 만드는 대학이 되었고 20대 윤석열 대통령에, 21대 김문수 대통령 후보까지 배출하였다.

교문을 나서며 서울대학교 정장(正章)의 의미를 찾아보았다. 월계관은 경기의 승리나 학문 등의 업적에서 명예와 영광을 상징하며, 펜과 횃불은 지식의 탐구를 통해 겨레의 길을 밝히는데 앞장서겠다는 의지요, 책에는 라틴어 ‘베리타스 룩스 메아(VERITAS LUX MEA)’라 적혀 있다. 뜻은 ‘진리는 나의 빛’이란다. 나의 빛?  소소한 즐거움은 어느새 관악산 저 골짜기로 줄달음쳐 사라져 버렸다.

 

 

글┃간호윤(인하대학교 프런티어창의대학 초빙교수)

편집 : 하성환 편집위원
간호윤 주주  Kan7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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