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원 수첩엔 정치적 반대세력에 대한 체포, 구금, 수용, 살해 방안이 기록돼 있었다. 북한 자극을 통한 전쟁 유도 정황도 드러났지만 수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미국의 통킹만 조작처럼, 전쟁 유도, 도발의 정황이 의심되는 것으로 제2의 한국전쟁 발발의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만행

2024년 12월4일 새벽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출처: 한겨레 21 2024.12.19
2024년 12월4일 새벽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출처: 한겨레 21 2024.12.19

 

진실, 진리라는 것이 항상 승리한다거나 결국은 이길 것이라는 것은 염원이자 희망사항인 경우가 많다.

한나 아렌트는 그녀의 명저에서 정치에 있어서 공공연한 거짓말은 역사가 기록되기 시작한 이래로 우리와 함께 존재해왔다고 했다. 진실이 정치적 덕목으로 간주된 적이 없었고, 거짓말은 정치적 거래에서 정당화 가능한 도구로 간주돼 왔다고 ,,. (한나 아렌트의 공화국의 위기: 정치에 있어서 거짓말)

5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미국은 베트남 민중의 지지기반이 허약한 남베트남 친 외세 정권(친불, 친미)을 지키기 위해 통킹만 사건을 조작해 북베트남을 폭격하면서 본격적으로 베트남전에 개입했다. 1964년 통킹만에서 의도적으로 군사도발을 유도하고는 북베트남의 침공이 있었다고 사실을 조작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의회는 지상군 투입, 폭격 확대등 전쟁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같은 조작은 7년 후 국방부 전략분석가 다니엘 엘즈버그(daniel ellsberg)의 폭로로 드러났다. 그는 비밀문건을 뉴욕 타임즈에 제보했고, 신문은 오랜 검증 끝에 이를 보도했다. 미국은 발칵 뒤집혔고 뉴욕 타임즈는 정부와 소송전을 벌였다. 미국 대법원은 안보 기밀 보도가 언론 자유의 한계를 넘는다는 정부 주장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언론이 정부의 기만과 부정을 폭로하고 국민에게 알릴 자유, 표현의 자유, 정치적 자유가 없다면 모든 표현은 왜곡될 수 있다며 미국 수정헌법 제1조를 근거로 뉴욕 타임즈의 손을 들어줬다.

펜타곤 문서는 단순한 실수나 오류가 아닌, 국가 이미지 보호와 의회 기망을 위한 의도적 거짓과 은폐로 가득했다. 문서에는 미국의 제국주의 전략이나 영토 확장 같은 가시적인 미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내용도 없었고, 베트남은 현대적 무기로 무장한 군대가 주둔하기에 부적합한 전장戰場이며 공군이 목표로 삼을 만한 대상도 없는 지역이라 기록돼 있었다.

대통령의 평판 관리를 위해 50만 명의 미군이 투입됐고, 태평양 전쟁보다 많은 폭탄이 사용됐다. 이 전쟁에서 많은 미군이 사망했고, 결국 미국은 베트남에 패배하고 철수했다.

이처럼 국가가 자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는 정치 행위, 통치행위의 한 형태로 계속되어 왔다. 기만은 군사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심리전이기도 하다.

히틀러는 파시즘 철학의 교본인 나의 투쟁에서 대중은 이해력은 적고 망각력은 높다. 이들은 이성보다 감정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고 했다. 유대인을 기생충에 비유하며 혐오했고, 마르크스주의(공산주의)는 독일을 약화시키는 위험한 사상이라 강조했다. 마르크스주의는 유대인이 인류를 지배하기 위한 도구로 규정했고, 유대인과 공산주의자를 제거 대상이라 주장했다.

 

결국 히틀러는 거짓에 기반한 선전, 선동, 기만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었고, 수천만 명을 전쟁의 재앙 속에 몰아넣고 600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했다.

펜타곤 페이퍼 뺨치는 정치에 있어 놀랄만한 거짓말 사례는 우리 사회에도 차고 넘친다. 윤석열은 많은 거짓과 허위로 국민을 속이고 장기집권을 목적으로 비상계엄(친위 쿠데타)을 감행하다가 탄핵되어 파면되었다.

히틀러식 파쇼 독재를 꿈꿨던 윤석열,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탐독했던 그의 고교 동문이자 내란 주모자 김용현, 음모를 기록한 것으로 의심되는 노상원 등 관련자들의 실체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 속에 내란 우두머리 운석열은 석방되어 활보 중이다.

윤석열은 헌재 재판 최후 진술에서 야당을 종북 좌파로 몰아가고, 존재하지도 않은 부정선거론을 퍼뜨렸다. 국힘당 내의 적지 않은 극우 인사들도 윤석열의 쿠데타를 옹호했다. 수사도 되지 못한 노상원 수첩엔 정치적 반대세력에 대한 체포, 구금, 수용, 살해 방안이 기록돼 있었다. 북한 자극을 통한 전쟁 유도 정황도 드러났지만 수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미국의 통킹만 조작처럼, 전쟁 유도, 도발의 정황이 의심되는 것으로 제2의 한국 전쟁 발발의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만행이었다.

천만다행으로 64일 대선이 치러졌고, 내란세력에 탄압받던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수차례 국회를 통과했지만 권한 대행에 의해 거부되었던 내란 수사 특검법이 이재명 대통령 취임 7일 만에 공포되고 특검이 임명되었다.

윤석열의 내란 및 외환죄 의혹은 헌정질서와 민주주의 파괴 행위로 그 심각성이 크다. 외환죄는 내란 그 이상으로 무거운 범죄다

특검은 헌법 파괴와 한반도 전쟁위기를 조장한 내란 및 외환 죄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해서  엄벌해야 한다.

또한 국힘당 의원 다수는 내란에 동조하며 계엄 해제 결의에 불참하거나, 방해를 시도했다. 이들은 극우 세력과 연대해 헌법 질서 파괴세력에 동조하며 저항권을 운운했다. 이는 위헌정당 해산 사유에 해당할 소지도 크다.

거짓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헌법을 유린, 파괴하며 전쟁을 유도한 범죄는 천인공노할 만행이다.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역사에 있어 거짓과 기만은 권력을 유지하는 도구로 자주 이용되어왔고, 정치의 이름으로 정당화되기도 했다. 문명의 발달이 인간 행복, 정의, 진실을 꼭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 해도 역사의 방향은 진보이고 거짓은 결국 진실 앞에 무너진다.

진실은 송곳과 같아, 아무리 덮으려 해도 언젠가는 반드시 드러난다

편집: 김영수 객원편집위원,  하성환 편집위원

김영수 객원편집위원  kimy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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