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대부도를 다녀와서 -

깨어 보니 새벽 3시!
다시 눈을 감았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경산(駉山, 홍형기 회장)의 카톡이 와 있었다.
경산은 지난주 양쪽 무릎을 인공관절로 바꾸고 현재 병원에서 요양 중이다. 

"올려준 <서유기> 재밋게 잘 읽고, 소소헌 수필 또한 잘 읽었소! 그 밖에 글들은 치우친 감이 있어 그저 슬쩍 슬쩍 훌터봤소. ㅋㅋㅋ"

바로 경산에게 답글을 보냈다.

그리고 다시 "경산, 통증이 많이 가시고 경과가 좋다 하니 무엇 보다 반갑소. 모두가 경산의 꾸준한 노력 덕택이요. 그렇소! 건강은 누가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관리하는 것이요."

"경산, 어제 대부도 잘 다녀왔소. 몇 명 참석했냐구? 올려준 사진에서 보았듯이 5명, 거기에 정재 케어 이미선씨 까지 모두 6명 참석했소."

"우사, 우빈, 탄월, 그리고 나(한송)는 11시에 사당역에서 만나 4호선을 타고 오이도로 가고, 정재는 미선 차로 바로 대부도로 갔소." 했다.

12시 05분, 
우리 일행이 오이도역에 도착 했을 때, "한송, 어디 있소? 난 지금 대부도 도착했는데..." 

정재(正齋, 김란식회장)의 전화가 왔다.

"우리 지금 오이도역에 도착했으니 '백합 칼국수 집에 들어가 기다려!"라 했다. 

우린 오이도에서 다시 790번 좌석버스를 타고 굴레방머리에서 내렸다. 백합칼국수집으로 들어가니 정재와 미선이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오후 1시20분!

우린 백합칼국수에 해물전, 백합무침, 그리고 맥주에 소주를 시켰다. 서둘러 점심 식사를 했다.
서커스가 2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우린 해물전과 백합무침을 안주로 건배를 했다.

헌데, 백합무침의 백합이 너무 질겨 우리 같이 나이 많은 사람들에겐 별로이다. ㅎㅎㅎ

점심을 마치고 길 건너 맞은편에 있는 '동춘'(東春)서커스로 서둘러 갔다.

"스트레스를 확 풀어줍니다!"란 프랑카드가 눈길을 끈다.

입장료 2만5천원, 생각보다 비싸다. 그것도 경노라 할인해서 그렇다 한다. 들어가 보니 벌써 관객들이 자리를 잡았는데, 거의가 노인들이다. 목에 명찰을 건걸 보니 아마 어느 노인 복지관에서 단체로 온 듯하다. 공연은 1시간 30분 진행 됐다.

옛날 곡마단(曲馬團) 보던 생각하며 흥미롭게 봤다.

우리 어렸을 땐 대부분 연기자들이 몸집이 왜소 하고 키가 작았는데, 어제 보니 그렇지 않았다. 체격도 크고 키도 크며 한결 같이 몸에 근육질이 있었다.

또한, 옛날엔 난쟁이가 있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애처롭게 하였는데  그렇치 않았다.

당시 어른들은 "부모없이 떠도는 아이들을 강제로 잡아다 때려가며 훈련시킨다"했고, 몸이 자벌레처럼 유연한 것은 "식초를 먹여 그렇다"하셨다. 

어린 나이에 서커스를 보면 어른들의 그 말이 자꾸 떠올라 그들이 측은해 보였다.

어제 난 그 서커스를 보면서 얼마나 노력을 했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저들의 '인내'와 '숙련'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서커스, 곡예는 힘의 균형논리다. 물리학의 원리가 필요하다. 허나, 그들은 이론가가 아니다. 몸소 시행착오를 겪으며 꾸준히 노력한 인내의 결과다. 예전 어렸을 때 봤던 '측은의 대상'이 아닌 '존경의 대상'이었다.

감정노동자로서 이젠 시대를 뛰어 넘은 당당한 예술인이다. 어제 난 그들의 노고에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오후 3시30분, 공연이 끝나자 우린 바로 발길을 'Bekery cafe 타워 360'으로 옮겼다. 

이 타워는 360도 회전하는 카페로 전망이 매우 좋다.

멀리 망망대해(茫茫大海)! 운해(雲海) 속에 점점(點點)이  섬(島)! 틀림 없는 한폭의 동양화다.
 
백주(白洲) 이명한(李明漢, 1595-1645)이 그의 시, <대부도 객관>(大阜島客館)에서 "雲海蒼茫澹月華"(운해창망담월화)라 한 것이 바로 이 경관이다.
다만 저녁달이 없는 것이 아쉬었다.

어느새 전망대가 돌아 바다가 아득히 멀어지고 앞에 논두렁이며 여기 저기 숲이 보인다. 오른 쪽으로 모래사장이 펼쳐지고 물가에 애오라지 한마리가 무엇을 노린 듯 응시하고 있다. 그때 "끼룩, 끼룩!" 숲 속에서 비들기 소리가 들렸다. 백주공의 "鳩鳴小塢深深樹" (구명소오심심수)바로 그대로다.

분명 이곳이 백주공이 말씀하신 '客館'터라 생각하며 다시 <大阜島客館>을 혼자 음영(吟詠)했다. ㅎㅎㅎ

(이명한의 <대부도객관> 시)
(이명한의 <대부도객관> 시)

우리 일행은 타워를 내려와 식물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 했다.

정재와 탄월은 이미선의 차로, 나머지 사람들은 이미선이  언니라 부르는 어느 부인의 차로 오이도역으로 갔다.
이미선의 언니, 분명 문수보살이었다. 오늘도 문수보살을 만났다.

정재는 이미선 차로 가고 나머지 우린 오이도역에서 오후 5시5분 출발 당고개행  4호선을 타고 사당역에서 내려 뒷푸리겸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서커스와  전망대!
오늘 일정의 핵심이다.
나는 이를 두편의 시로 읊었다.

1. 曲藝觀覽後感

    普通不能人才技
    走繩球轉多藝戱
    曲直屈舒似尺蟲
    上下昇降如松鼠
    忍耐修鍊克己果
    感情勞動藝人非
    我今尊敬投魂力
    拍手喝采永承冀

  1. 서커스를 관람한 뒤의 느낌

  보통 사람들은 할 수 없는 재주, 줄타고 공굴리는  다채로운 놀이.
 폈다 굽혔다 자벌레(尺蟲) 같고,
 아래 위로 으르락 내리락 다람쥐(松鼠) 같네. 

인내와 극기로 수련한 결과, 감정노동인 아닌 예술인. 난 지금 그들의 투혼력을 존경해 영원히 계승되기 바라며 박수갈채 보내네.

곡예는 보통사람들이 할 수 없는 특별한 재주의 하나로서 거기에는 꾸준한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곡예인들은 감정노동자로서 어려움을 극기(克己)로 이겨낸 연예인들이다. 나는 그들에게 박수와 갈채를 보내며 이 곡예가 영원히 전승되기를 바라며 위의 시를 읊었다.
    
2  次韻白洲公大阜島
     客館

     茫茫滄海紫雲華
     日落夕陽照白沙
     白鷺蘆渚凝視魚
     遙看長堤芳草花
     夜半明月燈客室
     出峀雲霧烟仙家
     白洲詠詩不虛妄
     分明此處世世誇

    2. 백주공 <대부도객관>시에 차운하여

  아득히 먼 푸른 바다 저 멀리 붉은 구름 꽃, 해지는 석양 백사장에 비추네.
흰 애오라지 한 마리 갈대 물가에서 고기 노리고, 멀리 긴뚝에 꽃과 풀 보이네.

밤의 밝은 달은 나그네 객관의 등불이요, 골짜기에서 나오는 구름안개 신선의 집에서 나오는 밥짖는 연기로다. 백주공 이명한께서 읊으신 그 시의 내용이 거짓이 아니로구나! 분명 이곳이 세세로 자랑할 만한 곳이로세!


조선시대 대부도에 목장이 있었고, 목장을 순찰 하러오는 관리가 기숙할 객사(客舍), 즉 객관(客館)이 있었다. 허나, 지금 그 객사터가 어디인지 모른다. 다만, 객사에 관련된 자료로 오직 이명한의 시, <대부도객관>이 유일하다. 헌데, 오늘 이곳 회전 전망대에 앉아 망망한 바다를 바라보며 백주공의 시를 읊으니 이곳이 객사, 객관의 터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한송(漢松, 정우열 원광대 명예교수)인 나는 나의 이 시로서 후대에 이 자리가 당시 객관터임을  알리고저 한다.
ㅎㅎㅎ

2025. 05.23.저녁노을에

김포 여안당에서
한송 포옹 쓰다

편집  :  하성환 편집위원

정우열 주주  jwy-hans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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