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dau시가 있는 보덴호수는 길쭉한 자연호수로 엄청난 면적이다. 500km2 가 넘는다는데, 그렇다면 거의 서울만한 크기다. 그 서북쪽 끝부터 라인강이 시작된다. 알프스 초입에 있는 커다란 호수다.
뮌헨에서 걷기 시작한지 8일만에 도착했다.
이제 본격적인 알프스 여행이 시작된다.
지도의 LIndau라는 도시에 도착해서 Bregenz라는 도시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 구간은 배를 타고 간다.
배위에서 되돌아본 Lindau 시
배위에서 알프스쪽을 바라보니 호수 위로 구름이 걸려있다.
수학여행온 독일학생들이다.
나그네에게 호기심을 보인 인솔자인 영어선생님은 설명을 듣더니 놀란다. 예외없는 기념셀피~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어 다시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오스트리아는 전반적으로 독일과 비슷한 면보를 보이지만 뭔가 국제적인 분위기가 좀더 짙은 것 같다.
많은 이들이 먹고있는 점심부페식당에서 일반메뉴를 택해서 먹는다.
부엽토를 화단 거름으로 쓰고 있다.
어느 주유소를 지나는데, 걸어가는 나그네에 환호하는 소리가 들려 가까이 갔더니,
터키계열의 시민이 아이러브코리아라고 말한다. 기쁜 마음에 지도휘장을 꺼내어 그동안 걸어온 이야기를 해준다. 맛있는 커피를 대접받은 후 일행모두와 기념사진 한 컷.
눕듯이 편한 자세로 주행하는 자전거.
그럴싸한 행장을 갖추고 걷고 있으니, 시민들이 이 나그네는 알프스 넘으리라는 낌새를 채고 격려해주는 이가 많다. 뒤로부터 클락슨을 울리며 손을 흔들며 지나가는 이들도 있다.
다음날도 나그네에게 클락슨신호와 엄지척을 올리는 자동차가 많다. 아마도 걸어서 알프스를 넘겠다고 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듯. 산허리에 걸린 구름을 보면서 평지를 걷는 것은 라오스 이래로 처음인듯.
자연과 일체되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살아온 오스트리아인이니, 츠벤덴 사례의 '다 지은 원전의 폐쇄'와 같은 결단도 가능했으리라. 당시의 국민투표의 결기는 나그네에게 울림이 있다. 바로 국민이 직접 결정했다는 사실.
오스트리아만 그랬나. 아니다. 덴마크는 일찌감치 국민적 합의를 했고 스위스는 여러차례 국민투표를 했다. 스위스는 그전에도 국민투표로 탈원전을 결의했지만 2017년에도 또다시 국민투표로 탈원전을 결정했다. 이태리도 후쿠시마이후 국민투표로 탈원전을 결정했다. 독일은 직접 국민이 결정한 것이나 다름없는 과정을 거쳤다. 오락가락 하는 스웨덴도 국민이 직접 결정했다.
무엇인가. 국민이 직접 결정한 것이다. 핵발전소와 같이 후손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중대한 위험시설은 국민이 직접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와 가까운 대만도 그랬다.
바로 주권재민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잠시 길가 벤치에서 쉬고 있으려니, 지나가던 차량의 여인이 나그네에게 탑승을 권유한다.마음만 받고는 함께 셀피~
작은 마을을 만난다. 이 마을만 해도 집집마다 수많은 세대가 내려오고 있다. 당대에 지은 집이 그대로 후손에게 영향을 미친다.
선조들의 절제와 노력이 없었다면 이 아름다운 거리가 어떻게 유지관리되었을 것인가. 우리도 마찬가지다. 전기 좀 쓰겠다고 처리 불가능한 핵쓰레기를 양산시키고 있는 지금의 세태를 물려줄 수는 없다. 이미, 우리는 모르고 저지른 죄 때문에 후손들에게 불명예스런 세대로 낙인찍히게 되었다.
그나마 만회할 길은 오스트리아처럼 지금이라도 핵쓰레기 생산을 중단시키는 것이다.
핵발전소와 같이 시대를 초월하는 중대사는 대의제민주주의의 의사결정에 맡길 일이 아니다. 윤석열의 막가파식 언행이 한마디로 말해준다. 나아가서 생각해보면 당대의 국민만이 아닌 미래세대의 의사가 반영되는 게 합리적이다. 그 방법이 없을까에 생각이 미친다.
생각해보면 방법이 있다. 바로 기명투표를 하는 것이다. 개인의 권력적 선택은 무기명이지만, 후손에게 영향을 미칠 정책적 선택은 기명으로 하는 게 이치에 맞다. 온 국민이 기명투표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록을 후손에게 남기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IT시대에는 비용도 들지 않는다.
선조가 당시에 어떤 선택을 했는가를 후손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그런 기록을 남기는 핵발전소 찬반투표라면 친원전인사라도 밤잠을 뒤척이며 투표에 고심할 것이다.
차를 세우고 시원한 음료수를 건네는 운전자와 셀피~
멀리 산등성이에 보이는 마을들. 요즘 폰 카메라의 줌 성능이 뛰어나다.
어느 동네의 공장건물에 쉼터가 보이길래 앉았더니, 이 건물에 있던 관계자가 찻길에서 나그네를 미리 보아 두었던 것인지, 커피며 음료수며 과자를 잔뜩 준다. 인심이 그만이다.
버스에서 내린 젊은 아가씨가 코리아를 좋아해서인지 나그네를 보고는 폰 사진으로 찍는다. 홍보물을 나눠주고는 함께 셀피. 아름다운 미소다.
1인용 전기차가 유행이다.
오랫만에 만난 중국집에서 저녁식사로 돼지고기 볶음밥을 넉넉히 먹었다. 메뉴에 없는 마늘을 주방에다 추가로 부탁해서~^^
마을 숙소에서 내려다 본 거리
Feldkirch 시내에 보이는 인상적인 지구의.
이런 멋진 시내를 걷고 있자니,
이동중인 한 무리의 중학생들에게 손을 흔들었더니, 코리안 나그네에게 가까이 오면서 '안녕하세요!' 라고 외치고는 셀피들을 주문한다.
BTS의 위력인가. 아이들에게 홍보물 10여장을 순식간에 나누어주고는 큰 지도를 꺼내 걸어온 길을 설명했다.
그리고는 기념사진. 지나가던 시민이 찍어주었다. 이런 장면은 인도에서는 많이 겪었지만 오랫만의 일이다. 어쩌면 아이들중에는 오래도록 기억하는 아이도 있을 것이다. 왜 멀리 코리아에서부터 걸어왔는지~ 유럽순례중 가장 보람있는 순간의 하나다.
요즘 지구촌은 서로 가깝다. 게다가 이런 멋진 알프스를 거의 실시간으로 한국땅에서 감상할 수 있으니.
아시안음식점을 찾아가서 쌀국수와 밥을 든든히 먹고난 후, 친해진 주인과 함께 셀피. 이 주인은 현지에서 태어난 베트남2세로 영어도 유창하다. 필자는 5년전 하노이에서 빈(Vihn)을 거쳐 걸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초등학생들의 체육시간에 축구이벤트를 하고 있다. 태극기도 보인다! 월드컵을 앞두고 본선 진출국들의 국기까지 등장시킨 알뜰한 체육시간이다~
큰 강을 넘는 다리가 지붕있는 목조로 되어 있다.
건너면서 보니 내부가 구조물로 짜여있다.
줌으로 당겨본 산등성이의 어느 마을
리히텐슈타인의 마을에서 만난, 머리를 기른 청년. 그는 번역기를 통해 한국어로 성공적인 순례길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한다.
어느덧 스위스로 접어들었다. 숙소가 있는 Sargans의 Wangs 마을. 넉넉한 삶의 분위기가 있는 마을이다. 하지만 물가는 서울의 2배쯤 비싸다.
보행자길을 한참 걷다보니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중인 아가씨와 만난다. 벤치에서 쉬면서 이야기를 듣자니 헝가리에서 7년전에 스위스로 일하러 온 20대후반이다.
국경을 넘으니 스위스다운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본격적인 알프스다.
하지만 산행길까지 가려면 평지를 오래도록 걸어야 한다.
멀리 보이는 성
작은 마을에도 공공수도가 있다.
알프스의 풍부한 물을 자랑하듯 깨끗한 물이 동네 한가운데에 제공되고 있다.
아름다운 동네 쉼터공간
어느 호텔앞에 보이는 조각상들이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보인다.
스위스는 원전폐기같은 주요정책을 모두 국민투표로 결정한다. 국민들이 헌법을 발의할 수도 있다. 다민족연방다운 권력의 사용법이다.
직접민주주의는 고대 아테네 이후 효율성 면에서 퇴락하여 사라졌다가 현대에 이르러 스위스에서 본격 부활한듯 하다. 그게 더 효율적으로 의사결정하는 방식이라고 인식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게다가 지금과 같은 IT시대에는 그 운영의 비용도 적게 든다.
주권재민의 권력을 사용하는 이런 스위스모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대의제민주주의가 한계에 봉착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그리고, 갈수록 자본형문명이 이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삶터를 파괴하는 현시대의 지구촌에 있어서도.
돈은 벌기보다 쓰기가 어렵다. 권력도 마찬가지다. 권력을 잡기보다 사용하기가 어려운 법.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속담처럼. 권력의 사용은 지나치는 것도 문제지만,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것도 그만 못지 않는 문제다. 문재인대통령의 실패가 바로 그것이다. 동서고금의 명현에게도 권력의 사용 문제는 어렵다.
이 날 코스는 쾌적하였지만 지형여건상 인해 보행이 불가능한 코스도 있었다.
이윽고 알프스의 중심도시 Chur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도시다.
Chur는 오래전 부터 보아두었던 순례길의 중심도시다. 이제부터는 산길로 접어든다.
이원영 객원편집위원
(글쓴이 이원영은, 국토미래연구소장이자 원전위험공익정보센터 대표로서, 주로 도보행진을 통하여 탈원전운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