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지 말고 마주하자

​ 알츠하이머 환자 (출처: 필자, 미국 알츠하이머 인식 개선 캠페인 광고 오디션 장면) 
​ 알츠하이머 환자 (출처: 필자, 미국 알츠하이머 인식 개선 캠페인 광고 오디션 장면) 

 

우리 안의 그림자: 숨기지 말고 마주하자

"깜빡하는 거지, 나이 들면 다 그래."

이런 말로 넘기기엔 알츠하이머병이 드리운 그림자가 너무나 크다. 단순히 노화가 아니라, 뇌 신경세포에 비정상 단백질이 쌓여 기억력과 인지 기능을 점차 잃게 되는 무서운 질병이다. 고령화 사회 속에서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계속 늘고 있으며, 이제 개인을 넘어 인류 사회 전반에 드리워진 거대한 그림자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병을 숨기거나 두려워하며, 환자에게 낙인을 찍는 사회적 편견이 조기 진단과 적절한 도움을 가로막고 있다.

50대 인지 저하, 무시 말고 마주하자

요즘처럼 빠르고 스트레스 많은 시대엔 50대에도 뇌 기능 저하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건망증일 수도 있지만, 이런 변화가 지속된다면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신호일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아직 완치법이 없지만, 경미한 증상이라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를 시작하면 병의 진행을 늦추고 삶의 질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조기 개입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핵심이다.

필자는 최근에 미국에서 알츠하이머 인식 개선 캠페인 광고 오디션에 참여 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보다 깊이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시니어들과 가족 간의 대화 방식은 시니어의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일방적이거나 무시하는 태도는 시니어를 위축시키고 고립시켜 인지 기능 저하와 성격 문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알츠하이머 환자 (출처: 필자, 미국 알츠하이머 인식 개선 캠페인 광고 오디션 장면)
 알츠하이머 환자 (출처: 필자, 미국 알츠하이머 인식 개선 캠페인 광고 오디션 장면)

 

알츠하이머와 치매, 무엇이 다를까?

치매를 우산으로 보면, 알츠하이머는 그 밑에 있는 가장 흔한 병명으로 비유할 수 있다. 치매는 인지 기능 저하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다양한 증상들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용어다. 반면,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특정 뇌 질환으로, 뇌 속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 같은 비정상 단백질 축적이 원인이다.

치료는 '관리'에 중점, 의사 상담은 필수

알츠하이머병을 완전히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다. 하지만 증상 완화와 진행 지연을 위한 치료법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뇌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증상 완화 약물 치료와, 최근 주목받는 '질병 진행 지연 치료(DMT)'가 있다. DMT는 초기 환자에게 한정되고 부작용 가능성도 있어 의사의 면밀한 진단과 모니터링이 필수다.

중요한 건 알츠하이머병 약물은 의사의 전문적인 진단과 처방 없이는 구매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확한 진단과 환자 맞춤형 처방, 그리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적이기에, 의심되면 반드시 신경과 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복합적인 그림자

정확한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핵심은 뇌 속의 베타 아밀로이드타우 단백질의 비정상적인 축적과 그로 인한 뇌 세포 손상이다. 이 외에도 특정 유전적 요인, 노화가 가장 큰 위험 요인이며, 고혈압·당뇨 같은 심혈관 건강 문제, 흡연·과음 같은 생활 습관, 과거 뇌 손상, 수면 장애, 스트레스 및 우울증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는 것으로 본다.

한국의 대처: '국가 책임제'와 미래 과제

한국은 급속한 고령화에 맞춰 2017년 '치매 국가책임제'를 시행하며 치매 문제를 국가가 책임지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전국 치매안심센터를 통한 상담과 검진, 의료비 및 요양비 부담 완화, 장기요양 서비스 확대, 인식 개선 캠페인, 그리고 연구 개발 투자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는 큰 진전이지만, 여전히 간병 부담과 서비스 격차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스위스 같은 나라에서는 벌써부터 국가 전략 수립, 연구 투자, 조기 진단 및 예방 강조, 환자 중심 돌봄 강화 등 유사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제는 숨기지 말고, 마주할 때

알츠하이머병은 우리 모두에게 찾아올 수 있는 그림자다. 이 그림자를 걷어내려면, 병을 숨기는 대신 당당히 마주하고, 조기에 증상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또한, 가족 간의 따뜻하고 존중하는 대화를 통해 환자와 가족이 사회의 지지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고령화 시대의 우리 사회가 알츠하이머병을 함께 극복할 수 있는 질병으로 인식할 때, 비로소 희망이 보일 것이다.

당신의 가족과의 대화는 어떠한가? 그리고 당신은 이 사회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노력에 동참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김반아 객원편집위원  vanak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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