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단의 자충수, 진실은 독점 될 수 없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브리핑 시스템을 바꾸고자 했다. 기자실을 개방하고, 모든 국민이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 볼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언론은 벌떼처럼 달려들어 반발했다. 결국 대통령이 물러섰다. 그로부터 22년, 비슷한 일이 다시 벌어졌지만 결말은 정반대였다.
대통령실 브리핑을 전용 취재기자로 제한하는 ‘풀기자단 제도(POOL 團)’는 사실상 특정 언론만이 질문할 수 있고, 그 내용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편집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이러한 폐단이 가장 심한 집단이 검찰출입기자단이다. 검찰 풀기자단은 단독이나 특종이라는 미끼로 유인하는 검찰에게 끌려다니며 검찰이 원하는 방향대로 기사를 썼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구조의 폐쇄성과 정보 독점성을 인식했지만, 언론의 집단 반발 앞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 주류 언론은 "대통령이 언론을 통제하려 한다"는 프레임을 형성했고, 결국 대통령은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달랐다. 대통령실은 7월 9일(수) ‘국가기관인 KTV(국민방송)의 영상 저작물은 국민 세금으로 만든 공공저작물이기에 모든 레거시 미디어와 뉴미디어를 포함한 모든 국민과 언론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전면 개방한다.‘고 밝혔다. 지난 브리핑실 CCTV설치에 이어 혁명적인 조치였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대통령실 국민방송 영상을 활용해 비판하는 유투버 가수 백자의 영상을 대통령실이 고소하기도 했다. 이는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번에는 대통령실 기자단이 먼저 카드를 던졌다. KTV(국민방송)를 통한 생중계 방식에 불만을 품은 기자단이 풀기자단을 철수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자신들이 빠지면 대통령실 브리핑 자체가 성립되지 못하리라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그 요구를 “수용”했다. 그렇게 자충수를 둔 기자단은 스스로 대통령실에서 퇴장하게 될 것이며 국민 앞에서 정보 독점의 정당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언론이 침묵하면 권력이 독주하고, 언론이 독점하면 진실은 왜곡된다.” 누가 말할지를 정하는 권력이 정보를 통제한다. KTV를 통한 대통령 발언의 직접 송출은 단지 ‘방송 방식’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국민을 향해 직접 말하려는 정치의 새로운 시도이며, 기자단이라는 특권적 정보 카르텔에 대한 해체 선언이다.
이러한 이대통령의 결단은 12.3일 밤이 동인이 되었다. 당시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가장 극적인 위기 앞에 서 있었다. 대통령 윤석열과 측근들이 정치적 능력의 한계가 드러나자 비상계엄이라는 최후의 무기를 들었다. 하지만 시민들은 단호히 일어섰다. 단지 시민들이 국회 앞으로 모여들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이 긴급하게 국회로 회귀하면서 직접 유튜브 방송으로 국민에게 생중계했다. 시민들은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상황을 인식하고 비장하게 계엄군에 맞섰다. 무장 병력은 그 사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정치적 위기의 극복을 넘어, 레거시 미디어 체계의 붕괴와 정보 민주주의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이 사건은 한국 언론사에서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기자단은 자신들이 정보의 문지기 역할을 해왔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그 문을 열어젖히며 국민에게 직접 다가섰다. 브리핑은 계속될 것이고, KTV를 비롯한 유튜브·SNS를 통해 수백만 시민들이 대통령의 말과 판단을 실시간으로 접할 것이다. 기자단이 빠졌다고 해서 진실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려졌던 진실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정보는 더 이상 폐쇄된 지식의 창고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참여와 비판이 가능한 열린 광장이어야 한다. 정치가 국민에게 직접 말하는 시대가 된다면, 언론도 지금까지의 자기 역할을 성찰해야 한다. 감시자인가, 검열자인가? 중개자인가, 정보 봉쇄자인가? 그렇다면, 그 말은 누구의 것이어야 하는가? 그 답은 열린 민주주의 그 자체에 있다. 이 사건은 한국 정치사에서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레거시 미디어의 정보 권력 구조가 쇠퇴하는 결정적 사건이 될 것이다. 언론이 시민의 눈과 귀가 아닌, 권력의 관문이 될 때 언론은 제 기능을 잃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콘크리트 같이 견고한 구조에 쇠퇴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장본인이었다.
"진실은 누구의 것인가?" 언론이 정보를 전유하고 편집하고 전달할 수 있는 권리는 어디서 왔는가? 그리고 그 권리가 스스로 무너졌을 때, 진실은 어디로 흘러갔는가? 진실은 이제 더 이상 독점의 대상이 아니다. 기자단은 자신들의 특권이 정보의 공공성과 충돌하고 있었음을 인지하지 못했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직접 말하기 시작한 시대, 기자단의 철수는 자충수이자 자멸 선언이었다.
이제 우리는 새 시대의 언론을 다시 상상해야 한다. 모두가 말할 수 있고, 모두가 들을 수 있는 사회. 진실은 더 이상 몇몇 사람들의 손이나 매체에 맡겨질 수 없다. 1인 유투버부터 레거시 미디어까지 이제 그 진실의 무게는 각각의 기능에 맡겨질 것이다. 이제야 노무현 그가 담배 한 까치 피워 물며 하늘을 쳐다보고 말할 것 같다. ’참 좋~다.‘
편집 : 심창식 편집장. 조형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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