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 [2] “기다릴게, 같이 가자”라 말하는 총장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 [2] “기다릴게, 같이 가자”라 말하는 총장

“기다릴게, 같이 가자.” 일상생활에서 참 많이 사용하는 말입니다. 친구에게 미안해져, 먼저 가라고 할 때 듣게 되는 말입니다. 동시에 함께 밥을 먹다가 늦어짐에 미안해하며 먼저 가라고 하는 친구에게 괜찮다며 들려주는 말입니다. 기다려 준다는 말은 참 많은 의지가 되는 말입니다. 내가 너를 기다려 줄게, 조금 늦어도 괜찮아, 네가 돌아올 곳 혹은 네가 갈 곳에 나도 같이 있을게, 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라는 글을 썼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교육의 질이 아닌 교사의 질을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10개 대학 총장만 서울대를 만들 ‘교사(교수)=선생’으로 바꾸면 된다는 것이 지금까지 교단에서 본 필자의 교육철학이다.

서두의 글은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 서울교육대학교 수업에서 한 학생(정00)이 쓴 글이다. 내가 학생들에게 준 과제는 ‘한국인의 마음을 찾아 써와라’였다. 서울교육대학교는 ‘교사(교수)=선생’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다. 따라서 교사로서 (학생에게) 선손을 걸어야 하는 마음이 있어야만 하기에 내준 과제였다.

 

영화 워낭소리 포스터
영화 워낭소리 포스터
 

학생의 글로 다시 들어가 본다. “저는 ‘기다릴게, 같이 가자.’라는 말에 한국인의 마음이 담겨 있다 생각합니다. 한국인이 중요시하는 ‘함께 함’의 가치가 이 안에 녹아 있다 생각합니다. 사실 어떻게 봐도 이 말은 사소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특별히 누군가를 배려하고자 사용되는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말이 자연스러운 사회이기에, 당연한 사회이기에 한국인만의 연대의식이 굳건하게 유지되어 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학생은 ‘기다릴게’라는 말에서 ‘함께 함’을 찾았고 한국인의 연대 의식과 연결시켰다. 그러고는 독재정권에 맞서 함께하는 민중들을 노래한 김수영 시인의 <풀>까지 이야기를 이끈다. 그러며 민중을 나타내는 풀은 “바람이 불어 누울 수밖에 없지만 함께이기에, 결국 다시 일어날 것입니다. 이 시에서 강조되듯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함께하는 분위기, 서로를 의지하는 마음은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라며 ‘한국인의 힘’을 찾았다.

학생의 글은 또 이렇게 이어진다. “사회는 앞서가는 이를 추종합니다. 앞서는 자가 되고자 노력합니다. 상대적으로 느린 이들과 함께함을 논하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선뜻 내키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유토피아를 추구하는 사회여야 합니다. 유토피아의 사전적 의미는 ‘현실적으로는 아무 데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의 나라’입니다.”

학생이 언급한 ‘유토피아’, 그렇다. ‘교사(교수)=선생’이란 당연히 그런 세상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현실로서는 ‘이상한 나라’일지라도 꿈에 그리는 그런 세상으로 이 세상을 바꾸어야 하지 않겠는가. 교육이 추구하는 가치는 몇몇 뛰어난 자들만을 위해서가 아니기에, 학생은 이를 꽤 고민한 듯하다. 그렇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현시대에서 유토피아를 일궈내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토피아를 추구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우리는 분명 보다 더 나은 세상을 꾸려나가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한국인의 마음 과제를 수행하면서 함께 함의 가치를 서술하고 있는 저 자신은 어떻게 이 가치를 실천하고자 노력해야 할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함의 가치를 전달하는 교사’가 되고자 목표를 세웠습니다”라 하였다.

학생은 글을 이렇게 맺었다. “교육이든, 친구 관계든 다른 아이들보다 상대적으로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은 분명 존재합니다. 그러한 아이들까지 밑에서 든든하게 받쳐 줄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만나게 될 아이들과 함께하며, 가장 마지막에 서서 손에 손을 잡고 걸어가는 교사가 되고자 합니다.”

10년이 되도록 간직해 온 학생의 글이다. 분명 글 속의 저런 교사가 되었을 것이리라 벅벅이 믿는다. 그러고 이런 마음을 가진 ‘교사(교수)=선생’이 바로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의 총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글┃간호윤((인하대학교 프런티어창의대학 초빙교수)

편집 : 하성환 편집위원

간호윤 주주  Kan7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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