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연변조선족자치주 "석화문학원 및 연변조선족자치주 조선족전통문화발전연구회 10주년 기념 큰 잔치"
필자는 지금 중국연변조선족자치주 주도인 연길시다. 지난 18일 중국연변조선족자치주의 대표적인 시인 석화시인께서 10년전 우리말글과 전통문화를 지켜내고 동포들과의 두터운 민족애를 나누자고 설립한 이번 "석화문학센터 및 연변조선족자치주 조선족전통문화발전연구회 설립 10주년 기념 큰 잔치"에 초청해주어 지난 19일 행사에 참석하고 지금은 이곳 연변조선족 자치주에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중국연변조선족자치주 동포들의 모든 문예역량이 총집결하는 대단한 행사였다. 그 사실을 연길에 와서야 제대로 파악했다. 필자는 그동안 여정을 함께하며 갖게된 소감을 한 편의 시로 우선 전하고 후일 자세한 소식을 다시 전하고자 한다.
장재촌에서 / 만나고 맛나서 웃고 우는
김형효
방과 부엌이 하나인 채
손님과 주인도 하나였다
동포가 왔다고
이름도 성도 묻지않고
대문을 열어두고
연길에서 맞아주던 동포들과 장재촌에 형수
형님은 서울에서
오래전 하나의 밥상에 앉아 밥숟갈을 함께 하고
술잔도 나눴다는데
나는 알아보지 못하고 말았네
석화문학원에서 먼 세월 살다가
서로 만나 손잡은 우리 동포들
먼데서 온 나를
그저 공항까지 마중하러 나왔다네
난생처음, 생전처음 보는 얼굴들
처음보는 그 얼굴 하나 둘
내 생에 오랜 그리움처럼
연길에서 모아산 지나 룡정으로
그렇게 바쁜 그리움 안고 시속으로 치달리네
거침없이 달리고 달리다
형님은 나를 룡두레우물을 보게 하고
다시 본 우물이 마른 건
너도 나도 모를 일이나
여름 잠시 이 생수로
갈증을 가시게 하라 내어놓네
어언 27년만에 다시 찾아
그때 함께 길을 내던 동포들도
지금 곁에 함께하는 형제들도
아랫목 읏목 가림없던
따뜻한 남녘같은 고운 품으로 나를 맞네
고국에, 조국에 소식은 남북으로
정처모르듯 부산스럽고 혼란스럽지만
서로 얼굴 마주한 동포 알아보는
눈맑은 민족의 자자손손이 여기 함께 웃고 섰네
선바위를 바라봤던 옛 시인 윤동주의 눈길이 지금 여기저기
오늘 우리의 눈길도 함께라네
수수밭 감자밭에
지금은 그가 누운 머리맡에
뒷덜미로 올라보면
멀리 풍경좋은 모아산 앞길로는 비암산
우리 여기 석화문학원 10주년
우리 여기 연변조선족자치주 조선족전통문화발전연구회 설립10주년
이 기념축제에 서로 빛이 되어 비추고 얼싸안던 마음 모아
고국에, 조국에 남북으로 갈라진 헛도는 안부일랑
얼음처럼 녹여버릴 담대하고 대담한 기상으로 역사가 되어보세
한 번 품은 마음 지키면
그 마음 아니 버리고 가면
그 길 위에 명동촌 앞자락에
쟁재촌 밥상머리에서 만나 회포를 풀었던 동포의 마음
한결처럼 고국도, 조국도 지켜내고
민족대단위에 영광스런 하나의 빛이 되어 비치리라
오늘은 만나서
맛난 잔치를 열었고
그 다음 또 만나
더 대담한 꿈도 이루기를
바라고 바라네
오늘은 안녕
내일도 안녕
그렇게 일상 안녕
그 안녕 속에 민족에 빛을 볼 날 있으리
(2025년 7월 22일 새벽 3시 40분 연길에서)
편집 : 심창식 편집장, 하성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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