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인간 상'의 재창조
21세기의 한반도, 우리는 눈부신 발전을 이뤄낸 기적의 시대를 살고 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고, 이제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문화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 찬란한 빛 뒤에는 그늘도 드리워져 있다. 마치 거대한 뫼비우스의 띠처럼, 우리의 강점은 동시에 약점이 되는 양면성을 드러낸다.
집단주의가 낳은 한국 사회의 명과 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힘은 깊이 뿌리내린 집단주의에서 나온다. 개인의 안위보다 '우리'라는 공동체의 목표를 우선시하는 문화는 놀라운 효율성과 단결력을 만들어냈다. 경제적 부흥은 물론, 재난과 위기 상황에서 발휘되는 공동체 의식은 세계의 찬사를 받았다. 이러한 집단주의적 특성은 교육열이라는 강력한 원동력으로 이어져, 한국을 반도체, 자동차, IT 등 첨단 산업의 선두 주자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림자는 빛의 크기만큼이나 짙다. 집단주의는 개인의 희생을 요구한다. 끝없는 경쟁과 성공을 향한 사회적 압력은 개인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안겨주었고, 이는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의 자살률이라는 비극적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오직 성공만이 존경받는 분위기 속에서, 개인의 다양성과 행복 추구는 뒷전으로 밀려나기 쉽다. 이로 인해 한국은 세계 최저의 출산율과 급격한 고령화라는 심각한 인구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미국식 개인주의가 주는 교훈과 경계
한국 사회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식 개인주의의 장점을 교육 철학으로 받아들이자는 주장이 있다. 이는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주체적인 삶의 목표를 세우도록 돕는 교육이다. 집단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며, 동시에 타인과 협력하는 법을 배우는 교육은 우리 사회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개인의 행복을 위한 진정한 길을 열어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극단적인 개인주의의 정체를 분명히 알고 피하는 것이다. 극단적인 개인주의는 '내 일은 내가 혼자 알아서 한다'는 인식을 심화시켜, 공동체와의 유대를 약화시킨다. 이는 사회적 고립을 초래하고, 특히 노인이나 취약 계층이 도움을 받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또한, 개인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전적인 책임은 경쟁을 격화시키고,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개인의 자유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문화는 공동체의 이익과 충돌할 때 합의를 이루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모든 것을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개인에게 큰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준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약점으로 여기는 문화적 분위기 때문에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
지혜로운 균형을 찾아서
지혜로운 균형 위에, 한 가지 더.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 영향으로 북조선과 결별되었고, 이제 대한민국이라는 개별 국가가 되어 이념갈등을 초월해 새로 태어날 큰 기회 앞에 서 있다.
절묘하게도 새 정부가 들어서서 친미 반공을 부르짖던 것을 중단하고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안을 추구하고 있으므로, 이제는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장점을 모두 살려 개개인의 성공 잣대를 다양화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경쟁보다는 협력을 중시하는 사회로 나아갈 때,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세계를 선도하는 과업에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의 성공 방식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지혜로운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균형점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 '홍익인간 상을 재창조'하는 데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홍익인간 상을 재창조'하는 것은, 과거의 이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현대가 요청하는 개인주의의 장점(주체성, 창의성)과 집단주의의 장점(화합, 협력)을 깊이 참조하여, 세계와 남북을 아우르는 새로운 사회적 가치관을 만드는 것이다.
편집: 김반아 객원편집위원. 조형식 편집위원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