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 없던 시절이 아니었어
장미의 계절이라 불리는 5월을 훌쩍 지나, 8월 도로변 울타리에 장미 한 송이가 붉게 피어 있었다. 사람들은 이를 ‘철 모르는 꽃’이라 부르겠지만, 장미는 계절을 거슬러 핀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때를 택해 피었을 뿐이다.
뜨거운 햇볕에 지친 초목들 사이에서 장미는 오히려 더 또렷한 생명력을 드러냈다. 한여름의 폭염조차 늦게 핀 장미의 기세를 꺾지 못했다. 장미는 스스로 자기만의 계절을 만들어낸 것이다.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흔히 ‘철없던 시절’을 미성숙의 시간으로 치부하지만, 그때야말로 가장 순수한 활기와 에너지로 빛나던 순간이 아니었던가. 철없음이란, 어쩌면 가장 자기답게 살았던 시절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진정 철 모르는 것은 저 장미가 아니라, 타인이 정해 놓은 시간표에 얽매여 스스로의 개화를 미루는 우리일지 모른다. 이제 더는 장미의 계절을 5월이라 단정하지 않으리.
편집 : 하성환 편집위원. 조형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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