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착한 일 많이 한 친구에게 저절로 생긴 수성동 아파트 콘센트를 교환해 주고 세면대 팝업, 샤워기도 교체해 준 후 신천동 사는 친구와 소주 한잔하느라 본방 사수 못하고 놓친 “질문들3”를 다음 날 챙겨보았다. 눈물 나는 사연들에 여러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많았지만, 중간쯤 나온 짬뽕라면 이야기가 나에겐 계속 남았다.
집 앞까지 몰려와 행패를 부리는 극우 태극기 부대를 피해 가족들을 고향 부산으로 내려보내고 홀아비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나도 어쩌다 경산에서 홀아비 생활을 하다 보니 삼시 세끼가 늘 걱정이다. 아침은 군고구마나 빵에 토마토 주스 갈아 간단히 해결한다. 점심은 비 오는 날엔 칼국수, 추운 날엔 만둣국, 더운 날엔 콩국수나 냉면 어쩌다 특식으로 라면! 저녁 먹을거리가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집사람이 지난 주말 끓여놓은 국이나 찌개가 있거나 전날 먹다 남겨둔 간장닭이라도 냉장고에 있으면 만사 부러운 것이 없다.
재판관도 그러하신 모양이었다. 파면 판결이 있던 날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와 홀가분한 마음으로 혼자 좋아하는 짬뽕라면을 끓여 드시려 했단다. 식구들이 있을 때는 절대 못 먹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오랜 친구 한 분이 특별한 날 혼자 저녁을 먹을 친구가 안쓰러워 맛난 만두를 사 가지고 같이 먹자고 온 것이다. 친구가 고맙고 같이 먹는 만두가 맛있었어도 마음 한구석에는 못 먹은 짬뽕라면이 못내 아쉬웠던 모양이다. 짬뽕라면 한 그릇에 진심인 재판관님 멋집니다.
그다음 날 시장에 가서 짬뽕라면을 사 왔다. 조금만 시원해지면 끓여 먹어봐야지.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조형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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