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의 그림자와 권력의 곡간 사이 ― 「이사열전」과 국민의힘의 몰락
쥐의 그림자와 권력의 곡간 사이 ― 「이사열전」과 국민의힘의 몰락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의 ‘참(站)’
그는 쥐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했다. 후일 중국 진나라의 승상이 된 이사(李斯? ~ BC 208)의 슬픈 이야기다. 그는 젊은 시절 하급 관리로 있으면서 곡간에 사는 쥐는 배불리 먹고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측간에 사는 쥐는 늘 굶주리고 사람의 기척에 놀라 쫓기듯 달아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사는 이를 보고 “사람의 현명함과 어리석음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처한 환경에 달려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이후 그는 순자에게 제왕학을 배우고, 정계에 투신하여 입신양명의 길에 들어선다.
이사는 여불위의 눈에 들어 승상에 오르고, 군현제를 주장하며 분서갱유를 단행하여 중앙집권 체제를 강화한다. 그러나 시황제가 죽자 그는 환관 조고와 결탁해 장자 부소 대신 막내 호해를 황제로 옹립하고, 부소와 장군 몽염을 자결하게 만든다. 이렇듯 권력의 정점에 선 그였으나 그것도 잠시, 곧 함께 모의한 조고(趙高)의 참소로 옥에 갇히고 아들과 함께 처형된다.
오늘의 한국 정치에서 우리는 또 다른 이사의 그림자를 본다. 윤석열이라는 이름 아래 국민의힘은 권력의 곡간에 들어앉았다. 검의 날을 갈던 자가 권좌에 오르자, 수많은 쥐들이 그의 곡간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총애를 권력이라 착각했고, 치욕을 남의 몫으로 떠넘겼다. 그러나 『도덕경』은 이미 경고 하였다. “총욕약경, 귀대환약신(寵辱若驚, 貴大患若身:총애와 치욕 모두 놀란 듯 경계해야 하며, 큰 환난을 내 몸처럼 귀히 여겨야 한다)”이라고.
몰락의 조짐은 곧 드러났다. 2025년 내란 특검은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으로 국민의힘 전 지도부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그 핵심 인물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다. 그는 표결 직전 의총 장소를 세 차례나 옮기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통화한 정황 속에서 ‘방해 공모’의 중심에 섰다.
나경원 의원 역시 계엄 선포 당일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니는 5선 중진답지 않게 법사위 간사직을 탐내며, “초선은 가만히 있어”라는 발언으로 여야 충돌의 한복판에 선다. 추미애 위원장은 “계엄 해제를 하러 오다 도망친 의원이 법사위 간사를 맡겠다니”라며 혀를 찬다.
조지연 의원은 계엄 당일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사실이 밝혀지고, 의원실은 특검의 압수수색을 받는다. 당시 그니는 추경호와 함께 원내대표실에 머물며 표결에 불참했다. “지역 현안 면담 취소를 양해 구했을 뿐”이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더욱 짙어진다.
윤상현·권성동·임종득·이철규 등 윤석열 정부의 핵심 인사들 역시 특검 수사의 칼끝을 피하지 못한다. 당 안팎에서는 “최소 20명 이상이 수사 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말이 돌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사열전>의 마지막 장이 피로 쓰였듯, 오늘의 ‘국민의힘 열전’ 또한 자멸의 기록으로 남을 듯하다.
이 정부 인사들도 명심해야 한다. 쥐가 곡간이라 믿고 모여든 순간, 그곳은 이미 측간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또 그곳에서 쥐가 그림자를 크게 드리운다고 해도 쥐는 쥐일 뿐이다. 봉황의 깃털을 손에 넣었다 해서 하늘을 날지 못하고 탐욕이 아무리 거대한 권력을 가졌다 해도 그것은 민심 앞에서 맥없이 무너진다.
국민의힘의 몰락은 외부의 압력 때문이 아니다. 내부의 탐욕과 오만이 스스로를 무너뜨린 것이다. 민심은 이미 그 그림자를 걷어냈고, 권력의 곡간은 텅 비었다. 이사의 몰락이 조고의 손에 있었듯, 오늘의 몰락은 민심이라는 이름의 칼날 위에 있었음을 저들은 몰랐다.
역사를 배우는 까닭은 오늘을 비추는 거울을 얻기 위함이다. <이사열전>은 단순한 고전이 아니라 오늘의 정치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거울이다. 정치인들은 특히 언제나 ‘쥐의 그림자와 권력의 곡간 사이’에 서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세 황제 2년(기원전 208년) 7월, 이사에게 오형(五刑)을 가하고 함양의 시장바닥에서 허리를 자른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사마천(司馬遷)은 『사기』<이사열전>에 권력의 덧없음과 인간의 탐욕이 낳은 비극, 그 이사 부자의 죽음을 이렇게 적바림했다. “마침내 부자가 서로 통곡하고 삼족이 모두 주살되었다(遂父子相哭 而夷三族)” 이사가 처형될 때 측간의 쥐를 그리워했을지도 모른다.
글┃간호윤(인하대학교 프런티어창의대학 초빙교수)
편집 : 하성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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