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한 국민화합

국힘당 현수막을 뒤에서 찍으니 퇴행하는 국힘당을 표현하는 것같다./ 필자사진
국힘당 현수막을 뒤에서 찍으니 퇴행하는 국힘당을 표현하는 것같다./ 필자사진

국힘당이 전국에  걸어놓은 '여중생 뺨 때리는 교육부장관 후보 사퇴하라' 현수막을 보면서 기분이 언잖아 그 현수막을 뒤에서 찍었다.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못하고 남의 눈의 티끌만 탓하는, 계엄내란 정당으로 참회와 성찰이라고는 눈꼽 만큼도 없는 국힘당의 행태에 마음이 불편한 사람이 어찌 나 하나 뿐이랴. 뒤로 찍힌 현수막을 보면서 거침없이 퇴행하는 국힘당이 연상되어 절묘하고 공교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오후 지역 예술단체 임원회의를 마치고 저녁식사 후 임원 한사람과 같이 집 방향으로 오는 길에 위의 현수막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한마디 했다 "왜 저런 현수막을 걸어놓나. 볼썽 사납게~" 하고 말을 하니 그 임원이 "여중생 뺨 때리는 놈이 무슨 교육부 장관, 사퇴해야지" 하고 말을 뱉듯이 하는 것이다. 나는 언뜻 놀라며 그래도 틀린 말은 아니기에 "후보자가 중학교 선생이었나? 허허" 하고 말을 받아주니 "우리나라 정치 개판이야. 내가 정치만 보면 화딱지가 나서, 에이~" 하며 정말 화를 주체 못하듯 대꾸하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놀라며 "그래요? 계엄은 어떻게 생각해요?" 하고 내가 물으니 거침없이 "사람이 죽기를 했어요, 다치기를 했어요~"하고 대답하는 것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살인 미수지~ 살인 미수"하고 대꾸를 하는데 그는 뭐라고 중얼거리며 그의 길을 갔다. 마침 나도 신호를 건너야 해서 그렇게 헤어지고 말았지만 정신이 얼떨떨 했다.

그 사람은 개인적으로는 전혀 친분이 없고 금년에 예술단체에서 임원으로 함께 선출되며 만난 동년배로 공적으로 친근해진 사람이었는데, 내가 현수막 얘기를 잘못 꺼내는 바람에 공적인 친분도 깨져 버린 것 같다. 다음 부터 만나면 어색해서 어떻게 할지 걱정이고 묘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 사람도 어제 나의 정체성을 알고서 놀라고 적대감을 가지게 될까? 왜 이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 참담한 심정이다. 모두 내 잘못이다. 특히 60대 이상에는 보수 편향이 더 많으니 진보적인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들과는 정치적인 얘기는 일체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처신일 것 같다. 정권을 잃은 보수층은 패배감에 젖어서 불만에 빠져 있다가 불씨가 당기면 비이성적으로 폭팔하는 것 같다. 민주정부를 되찾은 진보시민들이 더 유연하고 포용적인 자세로 민심을 선도하고 이제는 국민화합에 앞서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것으로 마음을 다독이는 중이다.

 

편집: 조형식 편집위원

   

조형식 편집위원  july2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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