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초 한글학회 산하 한말글문화협회 대표를 하시는 리대로 선생으로부터 이메일과 전화를 받았다. 오세훈 시장이, 촛불혁명에 이은 빛혁명의 상징인 광화문광장에, 5백억원을 들여 동족상잔의 6.25참전국군들에 대한 감사의 기념시설을 조성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정영훈 대표님, 안녕하세요. 뉴라이트가 오세훈 서울시장을 앞세워서 광화문광장에 100m 국기게양대를 만들겠다고 해서 막았는데 다시 6.25참전용사 기림탑을 세우겠다고 해서 민족사회단체와 반대운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것은 촛불민주광장을 슬픈전쟁광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보내드린 글을 보시고 적극 나서주시면 좋겠습니다. 리대로 아룀"
이메일에는 성명서 초안과 오세훈 서울시의 '감사의정원'이라는 이름의 6.25참전국 기림 사업계획 보도자료가 있었다.
리대로 선생은, 얼마전 이오덕 선생 탄생 100주년 행사 때 만나 드린 촛불완성연대, 촛불행동 명함을 보시고 연락을 주신 것이었다. 나는 광화문광장에 각별한 가치를 부여하고 촛불혁명 완성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오세훈의 잘못된 사업안 진행을 반드시 막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즈음 시민사회위원회, 평화통일운동에 주력하시는 도천수 대표로부터 다시 리대로 선생의 문제제기와 제안을 전달받았다.
나는 문제의 골자가 다 들어있는 리대로 선생이 쓰신 성명서 초안의 일부 수정 보완 작업을 했다. 아닌 밤중에 홍두께같은 사업안에 대한 정확한 사실 확인과 널리 홍보할 수 있는 공적 문서를 만드는 일이라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었다.
나는 시민시회가 오세훈의 수구적 사업안을 거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문제로 여겨져서 짧은 홍보문안을 따로 만들고, 9월 16일로 예정된 기자회견에 많이 참석해 달라고 수백개 SNS에 알렸다. 그 후 성명서문안으로 문제상황을 알리고, 그 기념물 설치에 반대하는 단체와 개인의 서명을 널리 받는 한편, 수백 수천 시민들이 참여하는 기자회견이 되도록 하고자 구글방에 설문지를 만들어 올렸다. 그리고 참여 단체, 개인 명단을 업그레이드 해 가며 홍보를 했다.
그리고, 이 역사적 활동을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하려면 추진 단위의 협의가 필요할 것 같아, 도천수 대표께 집행 및 실무 협의회를 제안했다.
그리하여 도천수 대표의 섭외로 9.10.오후 천도교수운회관 독립유공자유족회(회장 김삼열) 사무실에서 처음이자 마지막(기자회견 전) 협의회를 했다. 그 자리에는 김삼열 회장과, 리대로 선생, 도천수 대표, 윤경로 교수, 임종국 서울시의원,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 등이 있었다.
번갈아가며 문제의식을 나누었다. 기 자회견을 통해 문제제기 하는 데는 공감했지만, 이미 서울시의회에서 의결되고 예산이 책정되어 사업이 시작된 상황이라 그것을 취소 시키는 투쟁을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나는 내가 수정해서 널리 알려 동참하기로 한 수십개 단체들과 2백여 개인 명단을 배부하고 발언권을 얻어, "이 중차대한 문제의 사업안이 왜 시민사회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서울시장이 광화문 광장에 이렇게 수구적 기념물을 설치하려 하면서 서울시민들에게 의견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민주시민, 민주당 등 범민주진영이 단결하여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기자회견은 이벤트성 문제제기로 끝날게 아니라, 그러한 투쟁의 시작을 알리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말했다. 모인 분들이 모두 그렇게 공감하여 결의를 다지게 되었다.
당일 기자회견의 사회를 방학진 실장이 하는 것으로 동의하면서, 민문연의 사회적 조직적 영향력을 활용하는 의미로 앰프, 현수막, 피켓, 언론 및 참여 단체 연락, 성명서 준비와 인쇄까지 방실장께 맡겨졌다.
나는 회의에 갈 때만 해도 내가 여러 실무를 해야 하지 않을까 부담이 있었는데, 그 부담감이 확 사라져서 좋았다. 대신 나는 이미 수정보완해서 쓰던 문안을 방실장께 보내주기로 했다. 그리고 그 문안의 구글설문으로 기자회견 전날까지 단체나 모임, 개인들의 참여를 최대한 이끌어 내서 방실장께 보내주기로 했다. 방실장은 그 문안과 명단을 반영하여 당일 성명서를 만들기로 했다.
나는 그로부터 꼬박 일주일을 어설픈대로 웹자보까지 만들어 업그레이드 해 가며, 그 홍보와 반대 서명, 기자회견 참여 안내 활동에 매달렸다. 촛불시민, 민주시민단체라면 누구나 모두 그 서명에 참여하리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내 안내문을 보고 곧바로 적극적으로 참여한 단체와 개인들이 있는가 하면, 내가 그 회원이기도 해서 당연히 참여하리라 기대하여 최종적으로가 아니라 과정에서 예정적으로 올린 ㄱ단체의 멤버는 단체 동의도 없이 이름을 올렸다고 따지기도 했다.(내가 그 상황을 해명하고, 단체 이름을 삭제한 후 단체 차원의 참여를 부탁했으나 끝내 그 단체는 참여하지 않았고, 그 개인도 참여하지 않았다). 기대했던 수백, 수천 단체와 개인이 참여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서명에 참여한 단체나 모임, 개인들은 귀하고 소중하게 여겨졌다.
기자회견 전날까지 접수된 단체와 개인 명단을 정리해서 방실장께 보내주겠다 했는데, 방실장은 내게 언제까지 보내달라는 등의 반응이 없었다. 그리고 다른 sns에서 보니, 그 명단은 9.16.0시까지 마감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것이 내가 말한 9.15.24시 까지의 의미로 이해했다.
9.15. 밤 11시까지 접수된 단체와 개인 명단을 정리해 보니 12시였다. 다음날 아침 일찍, 나는 그것을 방실장, 리대로 선생, 도천수 대표께 보내 드렸다. 방실장이 그 SNS를 안보는 듯 하여 다시 메세지를 보냈다. 10시경 통화를 했는데, 성명서와 명단은 이미 어제 (나중에 성명서를 보니 9.15.오후 2시까지로) 완료해서 인쇄(복사)까지 마쳤다는 것이었다.
나는, 9.15.까지로 해서 그 후에도 접수한 단체와 개인들이 있는데 그것을 반영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지만, "(정대표)가 접수한 단체들은 거의 다 들어갔다, 개인들은 성명서에 들어가지 않는다, 구글방에는 그 명단이 다 있을테니 문제없다"고 했다.
그래도 나는, 나름 큰맘 먹고 서명에 참여한 단체와 개인들이 최종 성명서에 실리지 않으면 실망스러울 것 같아서, 나에게 접수된 단체와 개인들 명단 자료를 따로 인쇄해 가서 참석자들에게 배부했다. 그것이 아래 구글방에 있는 명단이기도 하다(아래). https://docs.google.com/forms/d/116uotGPnlVLqgZ9UFtKmKLpW0X8JDRzOCHDoJ4oZbqI/edit 9.16. 오후 2시 광화문의 날씨를 쳇gpt에게 물으니 비 올 확률은 10% 미만이라 하여 우산도 없이 갔더니, 그 시간 많은 비가 쏟아졌다. 그래서 기자회견은 세종문화회관 건물 문앞에서 진행되었다. 비가 오기도 했지만, 현수막이 늦게 와서 기자회견은 30분 이상 늦게 시작되었다.
약 30여명이 참석했는데, 그 중 예닐곱명은 나와 각별한 촛불빛혁명완성연대, 향린교회 사회부, 전국민주화운동동지회 분들이었다. 방실장이 사회를 보는데, 참가 단체나 개인들을 파악해서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참석자들은 알 수가 없었다. 서명에 참여하기도 어려운데, 더 어렵게 기자회견에 참석한 분들은 단순히 행사에 동원된 분들이 아니라 특별히 귀한 분들로 존중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배부된 성명서는 리대로 선생이 초안을 쓰고 내가 수정보완한 것의 핵심이 잘 반영되었고, 내용이 좋았다. 그렇다고 방실장이 성명서는 본인이 다 썼고 잘 썼다고 자화자찬하며, 나나 도천수 대표 등의 역할과 노력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나 배려도 안한 것은 부당하게 여겨졌다. 그래도 성공적 기자회견을 위해 이해하고 호응했다. 현수막을 중심으로 설 때 기자회견 추진과 무관했던 분들이 많았고, 나는 사진에도 잘 잡히지 않는 오른쪽 끝자락에 간신히 섰다. (행사가 끝난 뒤에야 리대로 선생이 마이크를 잡고 나의 역할에 대해 치하해 주셨다. 나는 잠깐 마이크를 받아 이번 기자회견과 성명서 관련 경과를 보고했다. 도천수 대표께서도 나의 문제제기를 적극 인정하시고 성원해 주셨다).
그리고 그 성명서에는 개인 명단은 안싣기로 해서 당연했지만, 나에게 접수된 여러 단체나 모임도 많이 빠져 있었다. 성명서 인쇄를 완료했다는 9.15.오후 2시 이후 참여한 단체는 물론, 그 전 내가 전달한 단체나 모임 이름도 빠진 게 여럿 있었다. 방실장이 보기에 일반적으로 알려진 단체나 모임이 아닌 경우였다. 나는 광화문광장에의 수구적 기념시설 설치 저지는 뜻있는 모든 단체와 개인들이 해야 될 일이라, 잘 알려지지 않은 단체나 동문회 등 모임도 서명동의했다면 실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추진하고 명단을 만들었는데 아쉬움이 있었다(아래). https://www.minjok.or.kr/archives/148560
그래도 민족문제연구소 방실장의 영향력일 수 있지만, 많은 알려진 단체들이 대거 참여해서 다행스러웠다. MBC, 연합뉴스, 오마이뉴스 등이 취재를 나오거나 보도를 한 점도 좋았다.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50916150900004?input=copy
(연합뉴스TV) https://www.yonhapnewstv.co.kr/news/AKR20250916182248FFx
(오마이뉴스) https://omn.kr/2fchi
우리의 기자회견 효과는 이틀후 서울시의회 의원들에 의해 바로 나타났다.
서울시의회 민주당 "감사의 정원, 오세훈의 광화문광장 사유화" http://서울시의회 민주당 "감사의 정원, 오세훈의 광화문광장 사유화" :: 공감언론 뉴시스 ::
이날 기자회견은 1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앞으로 광화문광장에 수구적 6.25기념시설 설치를 반드시 저지하고, 광화문광장을 독립투쟁과 위대한 한글, 촛불혁명, 빛혁명의 역사적 민주적 문화적 미래의 중심지로 유지 발전 시키는 곳이 되게 하고자 하는 범시민운동의 시작이라는 점을 명심하여 그것이 취소될 때까지 노력해야겠다.
편집: 정영훈 객원편집위원. 조형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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