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묻은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

권말선

그는 두 손 벌려 그걸 얻었지요
굴욕의 아메리칸 파이
히죽히죽 도리도리 열창하곤
주인이 던져 준 개목걸이
냉큼 제 목에 걸었지요
주인이 한 입 깨물면
우수수 떨어지는 빵부스러기
그걸 주워 먹겠다며
기꺼이 무릎 꿇고 기었지만
결국엔 내쳐졌죠 버려졌죠

야만의 아메리칸 파이
우린 이제 즐기지 않기로 했어요
원주민의 피와 살로
이웃 나라들의 피와 살로
동맹 나라들의 피와 살로
지구상 숱한 나라의 피와 살로
반죽하고 구운 아메리칸 파이
탐욕으로 비대해진 제국의 파이
이제 버리기로 했어요
악연의 고리 끊어내기로요

그들의 콜라와 커피를 버려요
그들의 소고기와 햄버거를 버려요
그들의 컴퓨터와 자동차
그들의 음악과 영화도 버려요
끝없이 강요하는 간섭과 노예사슬
무기강매와 현금탈취, 전쟁동원
그 모든 폭력적 동맹을 거부해요
평화(peace)의 꿈 조각(piece)낸
피 묻은 아메리칸 파이
과감히 다 버려요, 버리고 떠나요

 

한겨레신문/ 권태호기자 2025-09-08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 등 연방 요원들이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에 있는 현대차그룹-엘지(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법체류 등의 혐의로 한국인 등을 체포한 뒤 허리(왼쪽 사진)와 발목(오른쪽 사진) 등에 쇠사슬을 채우고 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누리집 갈무리
한겨레신문/ 권태호기자 2025-09-08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 등 연방 요원들이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에 있는 현대차그룹-엘지(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법체류 등의 혐의로 한국인 등을 체포한 뒤 허리(왼쪽 사진)와 발목(오른쪽 사진) 등에 쇠사슬을 채우고 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누리집 갈무리

 

편집: 조형식 편집위원

 

권말선 객원편집위원  kwonbluesun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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