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의 불안, X세대의 실용, MZ세대의 가치관을 아우르는 새로운 외교적 해법 제안
견고한 한미동맹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현 시점에서, '생명모성' 외교는 한국의 외교적 불확실성을 타개할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다. 이는 기존의 안보 패러다임을 넘어선 창조적 대안을 모색하게 한다.
'생명모성' 외교는 단순히 어머니의 따뜻한 감정을 외교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돌봄과 관계의 총체적 순환'을 핵심으로 삼는 철학이다. 한 국가의 안보와 번영이 오직 자국의 힘에 의해서만 달성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며, 타인의 생존과 안전을 돕는 것이 결국 나의 생존을 보장하는 유기적인 연결고리라는 통찰을 바탕으로 한다. 이는 곧 일방적인 힘의 논리가 아닌, 상호 의존과 공존을 추구하며 공동의 번영을 도모하는 새로운 외교 패러다임이다.
이러한 '생명모성' 외교의 구체적 실천 사례로는 '평화 기술(Peace Tech)' 협력과 '교량국가(Bridge Nation)' 역할이 있다. 평화 기술은 군사적 목적이 아닌, 평화와 인도적 지원을 위해 개발된 첨단 기술을 의미한다.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서, 인공지능(AI) 기반의 가뭄 예측 시스템을 개발하여 기후변화로 고통받는 개발도상국에 제공함으로써 인류의 생존 문제에 기여하고 도덕적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다. 한편, 교량국가로서 한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통해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중국 간의 기술 패권 경쟁이나 신냉전 구도 속에서 대화 채널을 여는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양자 관계를 넘어 동북아시아 전체의 안정과 평화에 기여하는 '공존'의 외교적 모델이 될 것이다.
'생명모성' 외교는 국내에서는 세대별로 다른 접근법을 하나의 큰 그림으로 통합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 한미동맹에 대한 신뢰가 깨지고 있다는 위기감은 베이비붐 세대에게 가장 크게 체감된다. 그들에게 견고한 동맹은 국가 안보의 유일한 보루였기에, '생명모성' 외교의 '새로운 형태의 중립국' 개념을 안보 공백을 초래할 위험한 이상론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들에게 외교는 생존을 위한 냉혹한 현실이며, 추상적 가치만으로 국가 안보를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과 회의가 깊다.
반면, X세대는 흔들리는 동맹 관계를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할 기회로 인식한다. 그들은 일방적 요구에 의해 동맹이 흔들리는 것을 보며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실용적 판단을 내린다. '생명모성' 외교가 제시하는 '딜메이킹 파트너십'이나 '평화 기술' 협력은 이러한 그들의 현실주의적 관점과 맞닿아 있다. 한미동맹을 무작정 비판하기보다, 상호 이익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은 X세대에게 설득력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한편, MZ세대는 한미동맹 신뢰 하락을 새로운 외교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할 신호로 본다. 그들은 기존의 힘의 논리나 배타적 동맹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생명 존중'과 '공존'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중심으로 한 외교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다. '생명모성' 외교는 군사적 힘을 넘어 소프트 파워와 도덕적 리더십으로 국제적 신뢰를 구축하자는 비전을 제시한다. 이는 MZ세대의 글로벌 시민 의식과 부합하며, 기존의 안보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지향적인 '교량국가' 역할을 모색하게 하는 청사진을 제공한다.
결론적으로, 한미동맹의 불확실성은 각 세대에게 다른 외교적 과제를 던지지만, '생명모성' 외교는 이러한 세대별 관점을 아우르는 통합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동맹에 대한 신뢰를 복원하는 것을 넘어, 한국이 스스로의 힘으로 외교적 위상을 구축하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학계는 '생명모성' 외교에 대해 이상주의적 접근과 현실주의적 비판이라는 상반된 두 가지 관점을 가질 것이다. 국제관계학 내 구성주의나 자유주의 학파는 '생명 존중'과 '공존'이라는 보편적 가치가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얻고 외교적 영향력을 확장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다. 또한, 군사력 대신 '도덕적 리더십'이나 '평화 기술'을 강조하는 것은 소프트 파워를 통한 외교를 옹호하는 학자들의 논리와 일치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첨단 위성 기술을 활용해 분쟁 지역의 인권 침해를 모니터링하거나, AI 기반의 재난 예측 시스템을 인도적 지원에 활용하는 것이 여기에 속한다. 이는 강대국 간의 경쟁 속에서 중간 국가가 외교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전략으로 간주될 것이다.
반면, 현실주의 학파는 '생명모성' 외교가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을 간과하는 위험하고 비현실적인 주장이라고 비판할 것이다. 현실주의는 모든 국가가 생존과 안보를 최우선으로 추구하며, 이를 위해 힘을 경쟁적으로 축적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생명모성' 외교가 제시하는 이상적 가치만으로는 국제 질서의 무정부성과 강대국의 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한미동맹을 '넘어서야 할 과제'로 보는 시각은 북핵 위협 등 현실적인 안보 문제를 무시하고 동맹 관계를 약화시켜 안보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생명모성' 외교가 구체적인 외교 현안에서 어떤 실질적인 결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실증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생명모성' 외교는 기존 외교 이론의 틀을 넘어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지만, 그 자체로 완전한 해법은 아니다. 이는 이상적 가치를 강조하는 구성주의와 자유주의의 논리를 따르지만, 현실주의가 지적하는 안보와 실익의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내놓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결국, 한국 외교는 '생명모성' 외교의 이상적인 비전과 현실주의가 요구하는 냉철한 실용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한미동맹의 본질을 재정의하며 외교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글로벌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통해 국제적 신뢰와 경제적 실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창조적 외교'가 그 해법이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이론적 논쟁을 넘어, 불안정한 국제 질서 속에서 한국의 생존과 번영을 동시에 담보할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편집: 김반아 객원편집위원. 조형식 편집위원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