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그 순수와 열정
층남 금산은 인삼으로 널리 알려진 고장이지만 일찍이 외세를 배격하고 보국안민의 기치를 높이 세운 동학농민혁명의 최초 기포지이자 충절의 고장이다. 동학농민혁명은 1894.3.8. 금산 제원면에서 기포하여 최초로 혁명의 서막이 올랐다. 그래서 인지 생명의 기를 돋우는 인삼의 고장으로 그 순수한 열정이 가득한 대한민국의 보석 같은 고장이다.
금년에 9.19~9.28까지 금산인삼축제가 성대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화룡점정으로 9.27(토) 제3회 금산전국문학인대회가 <생명! 그 순수와 열정>이라는 주제로 ‘금산다락원 생명의 집 소공연장’에서 성대하게 개최되었다.
전국문학인 300여명이 모여 대회의 주제를 다양하게 풀어 쓴 자작시를 낭송하고, 특별구음검무, 특별노래공연, 특별시극공연, 특별춤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예술마당잔치를 베풀어 문학의 정취와 음악과 춤사위의 멋이 버무려진 예술에 150분 동안 흠뻑 취하게 만들었다.
특히 금산의 인문지리를 꿰뚫은 주관처 펜앤팬 강민숙 회장의 금산을 소개하는 알곡같은 인사말은 쩌렁쩌렁 울렸다. “오늘날 국내 여행 명소로 자리잡은 금산인삼축제, 금산생태숲, 월명산 출렁다리, 개삼터, 보석사, 태고사, 신안사, 미륵사, 하늘물빛정원, 칠백의총, 금산산림문화타운은 사계절 금산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을 끌고 있습니다”
시인이며 금산군수인 박범인 군수는 축사에 이어 자작시 낭송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사람의 형상을 빼닮았다 하여/인삼이라 부른다지요/../하늘의 형상을 빼닮았으면/천삼이라 부르겠네요/../삼은 마음이라는 것을/../인삼은 인심이고/천삼은 천심이구만유/하늘 마음으로 살아가는/내 고향 금산 사람들/해맑은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요(천삼을 아시나요)”
이어서 김기윤 금산군의회 의장 축사, 강정헌 금산문화원장 축사, 배재용 한국문협 금산지부 회장 축사는 포근하고 따뜻한 환영사였다.
이어서 18명의 시인 낭송가들이 자작시를 낭송, 낭독하였는데 모두 문학적 완성도가 높은 수작이었다. 그 중 이인호 시인의 ‘꽃 한 떨기 붉은’ 시를 소개한다.
" 우금치에 패배하러 갑니다/비단 물결 핏빛으로 물들이러/상갓집 개 한 마리 몰고//처음엔 날카롭던 콧등을 뭉갰습니다/높았던 날들이 무너져 내리고/귓불을 갉아 먹었습니다/뜨거운 숨소리 간질이던 순간이었습니다/이제 앙다문 입술마저 지우고/맑은 노래 들을 수 없습니다/얼굴은 흐릿하고/몸은 한 뼘 내려앉아/둥그렇게 땅이 되었습니다//상한 몸 가난한 마음 이끌고/금산에 이르러/인삼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몸이 살고/정신이 일어서는/미륵불이 되었습니다”
행사의 시작을 열었던 정연희 구음검무, 마지막을 갈무리 했던 윤혜경 춤 퍼포먼스는 은은한 한국의 정서를 전통무용의 절제된 춤사위로 한껏 펼쳐 보였다.
행사가 끝나면서 감동에 젖은 나도 그만 시를 하나 낳고 말았다.
“몇 년 전, 호프집에서/나는 울분을 토했다/신무기 기관총으로 무장한 왜놈 야만군이/우금치에서/죽창으로 무장한 동학농민군을 5만 명이나 학살했다/이게 인간이 할 짓인가?/악마 살인귀들이지//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60대 남자가/그러니까 왜 이기지도 못할 싸움을 해서 몰살을 당하나?/중얼거린다/그 순간 5만 명 동학농민군은 죽어서도 바보가 되었다/나는 그냥 바보후손이 되었다/말문이 막혀 혀를 끌끌 차고 말았다//그래, 바보가 되어도 좋다/그래도 지금 이렇게 살아/악귀들을 서슴없이 없이 질타하지 않느냐/약삭빠른 기회주의자들아/부끄러운 그 입 다물라/나는 오늘만 살지 않으리/죽어서도 내일을 살리”
편집: 조형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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