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보면 오르고 싶어지네

권말선


나무에 올라
감 따 먹고
나무에 올라
송충이에 쏘이고
나무에 올라
동생의 뻗은 손 잡아주고
나무에 올라
집 떠나는 언니, 언니를 불렀었지
나무에 오르며
오르고 내리며
나는 자라났고
어린 시절을 그 나무에 올려둔 채
떠나온 뒤론
나무를 보면
나무만 보면
오르고 싶어지네

나무여
다시 나를 올려주렴, 허락해 주렴
꺼슬함마저 정겨운 네 껍질 그러잡고
디딤돌 같은 네 옹이에 발 디디고
그때처럼 번쩍 오르려니
나무에 올라
나무에 올라
여태 날 기다리는 어린 추억들
즐거이 만나려니
안아주려니...

나무를 보면
나무만 보면
오르고 싶어지네

 

감나무가 있는 고향집 풍경. 어린 시절 저 감나무에 오르는 걸 좋아했다. (c) 권말선
감나무가 있는 고향집 풍경. 어린 시절 저 감나무에 오르는 걸 좋아했다. (c) 권말선

 

권말선 객원편집위원  kwonbluesun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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