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부터 시작된 아름다운 풍습이었던 향음주례(鄕飮酒禮)란 향촌의 선비나 유생들이 학덕과 연륜이 높은 이를 주빈으로 모시고 술을 마시는 잔치이다. 그러나 단순히 술을 마시는 것에서 벗어나 술을 마시는 가운데 예를 세우고 서로의 화합을 도모하는 향촌의례의 하나이다. 이는 향촌의 지역의 관아에서 유덕한 연장자와 효행자, 나아가 서민까지 한자리에 앉아 주연이 끝난 후 ‘우리 노소(老少)는 서로 권면해 나라에는 충성하고, 어버이에게는 효도하고, 가정에서는 화목하고, 향리에서는 잘 어울리고, 서로 교회(敎誨)하고 상규(相規)해 잘못이 있거나 게으름 펴서 삶을 욕되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라는 서사(誓詞)를 독약(讀約)하는 행사였다. 이러한 주례에 사용한 술은 지역마다 다른 기후와 토양에서 정성으로 수확한 농산물의 선택과 조합을 하면서 우리나라만의 천연 발효제인 누룩으로 만든 정통적인 전통주를 사용했음은 당연한 것이다. 이렇듯 전통주는 지역마다 특색 있고 다양해서 조선시대에는 절정의 가양주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박목월 시인은 나그네에서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이라 노래하며 집집마다 마을마다 다양한 명주가 있었음을 시로 표현하고 있다.

▲ 서울 최고의 관광지 가운데 하나인 인사동 거리에 한국의 전통주를 소개하는 전시관이 마련된다(사진. 글 : 한겨레신문 기사 서울 인사동 거리에 전통주 전시관 /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77808.html)

세시풍속과 식문화적인 관점에서 우리나라 전통주는 "우리 땅에서 생산되고 한국인이 주식으로 삼는 쌀을 주재료로 하고, 전통누룩을 발효제로 하되, 전통성을 간직하면서 우리민족이 오랜 세월동안 갈고 닦아온 고유한 양조방식을 바탕으로 자연물 이외의 어떤 인위적인 가공품이나 식품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은 자연발효에 의한 술"로 정의하고 있다. 주세법상에서 "전통주"는 ‘농민주’와 ‘민속주’를 합한 개념이다. ‘농민주’는 농업인 또는 생산자단체가 스스로 국산원료를 사용하여 생산하는 주류인데 2010년부터 '지역특산주'라는 명칭으로 바뀌었으며 ‘민속주’는 전통 문화 전수 보전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주류, 전통식품 명인이 제조한 주류를 말한다.

▲ 한국전통주연구소 박록담 소장이 종로구 효자동에 있는 연구소 1층의 술 저장고에서, 우리 전통 술의 본맛은 누룩 냄새가 아닌 꽃향기임을, 백 가지 봄꽃을 모아 만든 백화주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글, 사진 출처 : 한겨레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이와 같이 다양하고 우수한 우리의 ‘전통주’를 지역의 유명 음식과 연계하여 각 지자체에서 문화상품화를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나 일제강점기의 문화 말살 정책에 의한 가양주 문화의 사라짐과 식량 자급자족이 어려워 쌀로 양조가 금지되었던 양곡관리법 시대, 그리고 급속한 경제발전과 더불어 만들어진 술 문화 등이 우리 국민의 술 기호성과 선택성을 변화시켰고 이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전통적으로 강대국들은 그들의 문화, 예술, 역사와 함께하는 최고 품질의 문화상품으로서의 자국 전통 명주를 가지고 있다. 프랑스의 와인, 영국의 위스키, 독일의 맥주, 일본의 사케, 중국의 소홍주 등은 이들을 더욱 명품화시키고자 하는 각 정부의 관심과 노력으로 경제적 부가가치 또한 상상 이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신대륙 와인으로 유명한 미국의 캘리포니아의 나파밸리 와인산업은 매년 14조원의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있으며 독일의 유명 맥주축제인 옥토버페스트는 14일간 무려 1400억원 수익을 창출한다. 반면에 우리나라 탁약주, 청주 및 전통소주의 총생산량은 5000억원에 불과하다. 외국과 비교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진만 전남대 생명산업공학과 교수

편집 : 박효삼 부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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