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꾼이 아닌 산 자와 죽은 자의 다리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진짜 장례지도사의 의무.”

▲ 다함상조 박민재대표

N포세대라 불리우는 현 시대의 청년들은 시대적인 여러 문제들로 인해 고통받고 있습니다. '청년수당'은 그 의미가 전달 되기도 전에 정부의 반대에 부딪혔고, 일부 사회 지도층들의 자녀 취업 알선, 부정청탁 등으로 인해 사회 구조적인 기회의 균등에 대한 보장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입니다. '청년문화포럼'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며 청년들과 밀접한 현장 소통을 이루고 있는 본 기자는, 우연한 계기로 인해 소득의 재분배, 청년후원등의 아이덴티티를 실현하고 있는 청년사업가들이 존재함을 알게 되었고, 이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함으로서 절망 가득한 현 시대의 청년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으로 젊은 장례지도사이자 나눔과동행이라는 봉사단체를 통해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있는 후불제상조회사 다함상조의 박민재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자본주의 논리로 장례사업 운영하는 것 옳지 않아

다함상조는 매달 가입금이나 계약금 없이 장례를 치루고 나서 비용을 지불하는 후불제 상조회사이다. 장례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가족들이 고인을 위해 꼭 필요한 물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여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거품 낀 기존 보수적 성향의 장례 서비스에 비해 매우 혁신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후불제 상조의 자세한 장단점을 묻자 박민재 대표는 “후불제 상조는 선불제 상조 방식에 비해 아주 저렴하게 장례를 치룰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라며 “간혹 서비스나 인력, 용품 등의 질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 라는 질문들을 받는데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형태의 서비스일 뿐 품질의 차이는 전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라고 답했다.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제품들의 가격에는 기업들이 사용한 광고나 마케팅 비용 또한 포함되어 있는데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마케팅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여 생겨나는 브랜드 인지도나 신뢰도에 차이가 있을 뿐 서비스 품질에 대해선 선불제 상조기업 등과 비교하여 전혀 차이가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처럼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후불제 장례서비스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 이유에 대해 묻자 박 대표는 “후불제 상조 서비스를 선택 안하시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서비스 방식에 대한 ‘의심’입니다. 장례는 한 번 사서 맘에 안 들 경우 버리면 그만인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확실한 것을 선호하시는 경향이 더욱 크게 나타나는 편입니다.”라고 얘기했다. 이어 그는 “대형 선불제 상조회사들이 좀 더 체계적일 수는 있으나 고인에 대한 예우라든지 서비스 품질에 대해 결코 낫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형태를 떠나 장례서비스는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제공되기 보다는 진정성 있는 마음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얘기했다.

 

‘나눔과 동행’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희망의 꽃 피울 것

박민재 대표는 얼마 전부터 ‘나눔과 동행’이라는 비영리 봉사단체를 설립중이다. 박대표는 이전에도 경제적으로 빈곤한 사람이나 무연고자, 기초수급자 등 사회적 약자들을 찾아 장례와 관련 된 봉사를 하며 도와 왔는데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뜻 맞는 사람들을 찾아 함께하기로 결심했다. 그에게 현재 ‘나눔과 동행’을 설립상황에 대해 묻자 그는 “단체 승인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설립 후에는 정부 주무부처나 기업들과 협약을 맺어 장례 뿐만 아니라 전반에 걸쳐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봉사단체를 만들고자 준비 중에 있습니다.”라고 얘기했다. 봉사단체 ‘나눔과동행’과 뜻을 같이 하기로 한 멤버는 총 5명으로 3명은 장례업계 현업에 종사하는 이들, 그리고 나머지 2명은 장례와 관련 없는 직장인들이다. 이들과 함께하게 된 계기에 대해 묻자 박 대표는 “타 봉사단체에서 현재 봉사를 하고 계신분도 계시고 강연을 주 업으로 하고 계신분도 계십니다. 실질적으로 단체를 설립했을 때 바로 봉사를 실천할 수 있는 분들로 팀을 구성 하였고, 다들 저보다 훌륭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더 많은 분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게 된 것 같아 기쁩니다.” 라고 얘기했다. 어려운 경기 속 기업과 단체, 두가지 조직을 동시에 이끌어야 하는 부담이나 리스크는 없냐고 묻자 그는 “ 애초에 각오하고 시작했던 일입니다. 두 가지 일을 함에 있어 조금이라도 수익적인 생각을 했다면 봉사단체 설립은 생각도 못했을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모든 리스크를 감수할 계획입니다. 애초에 다함상조도 좋은 일을 하려고 만든 회사입니다. 어려운 이들을 볼 때마다 생각하는 게 내가 저들에게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가? 라는 생각이었는데요. 잘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마음으로 보듬어주고 보살펴 주는 것이 가장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 상담중인 박민재대표

장례지도사는 ‘천직’ 일을 할 때 행복감 느껴져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박민재 대표가 유독 많이 사용했던 단어가 바로 ‘행복’이다. 답변하는 내내 장례지도사를 삶과 죽음의 가교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던 그가 자신의 직업에 대해 느끼는 자긍심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행복해하는 그를 보며 문득, 죽음과 관련 된 일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우울증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조심히 물어보았다. 그러자 박 대표는 “(웃으며)처음에는 힘들었습니다. 매일매일 무채색, 검정색의 정장만 입고 다니다보니 우울감이 생기는 것이 당연했어요. 그러다 일 시작한지 5년쯤 됐을 때 일을 잠시 떠나게 되었죠. 하지만 오히려 이 시기가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막상 다른 일을 하려니 계속 이쪽 일 생각이 지워지지가 않더군요. 그래서 마음 고쳐먹고 다시 장례업계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내가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된 이후부터는 그런 부분들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라고 말했다. 일을 하며 가장 보람됐던 순간을 묻자 박대표는 “작년 5월에 연극배우 한 분이 돌아가셨는데 그 분께는 장례를 치러줄만한 가족 분들이 계시지 않았습니다. 동료 배우분들로부터 소식을 접하게 되어 제가 직접 장례식장을 섭외해드리고 대학로에서 노제도 지내고 바다장까지 도와 드렸습니다. 십시일반 조금씩 장례비용을 보태주시긴 했지만 제 사비까지 보태야 했을 만큼 좋은 마음으로 고인의 넋을 위로해 드렸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잘한 일 같아서 마음이 뿌듯합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한 사람의 고귀한 인생을 마무리하는데 나름의 마지막 선물을 드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용기라는 것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고 두려워도 계속 하는 것’

박민재 대표는 이제 갓 35살을 넘긴 젊은 CEO이다. 일반적으로 장례업계 종사자의 평균 연령이 4~50대의 중장년층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평균에도 못 들어가는 어린 나이지만 워낙 어려서부터 일을 시작한지라 종사 경력만 10년이 훌쩍 넘은 베테랑 장례전문가이다. 특이한 점은 다함상조의 직원들 나이 또한 매우 젊다는 점이었는데 어린 나이로 인해 얻게 되는 핸디캡은 없었는지 물어보았다. 박 대표는 “평균적인 장례지도사 나이가 40대 초반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사업초반에는 나이가 어려서 유가족 분들이 못 미더워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어요. 하지만 저희 회사는 바로 그 점을 경쟁력으로 삼아 왔습니다. 조직을 젊은 인력으로 구축해서 1차적으로 업무의 기동력을 높이고 2차적으로는 정성을 다한 합리적인 장례의 브랜드 이미지 전략을 구축하여 서비스를 제공해 왔습니다. 열심히 일한 덕분인지 요즘엔 입소문을 타고 시장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편입니다. 향후에도 젊은 세대 위주로 회사를 꾸려나갈 계획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진 마지막 질문에서 박 대표에게 젊은 사업가로서 삶의 원동력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는 ‘용기’라는 키워드를 꼽으며 “용기라는 것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고 두려워도 계속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믿고 그 믿음을 끝까지 가져갈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누구든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자신의 성공철학에 대해 얘기했다. 단체설립 시점에 발맞추어 본격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도울 계획이라고 밝힌 그는 향후에도 장례 관련하여 도움을 요청할 경우 누구든 이익과 관계없이 도움을 줄 생각이라고 한다. 기업인임에도 타인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데 주저함이 없는 다함상조 박민재 대표. 그의 행보가 비리, 담합 등으로 얼룩진 현재 대한민국의 기업 윤리의식에 진정한 기업가정신을 재고하게 해 줄 뜻 깊은 발자국이 되어주길 기대해본다.

편집 : 유회중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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