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천16년 어느 화창한 날, 대한민국 교육부의 교육기획관이신 나향욱 어르신께서 '백성은 개돼지 '라는 어록을 친히 남기셨으므로 나는 대한민국의 가축이시다. 

11월12일 오후, 김밥을 한줄 사들고 서울의 한복판인 종로, 광화문으로 갔다. 무지막지하게 많은, 무려 백만 마리의 개 돼지들이 종로거리를  떼를지어 몰려다니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개 돼지는 새끼를 등에 업거나 목덜미에 태우고 돌아 다니고 있었다. 아직 청년이 안된 어린 새끼들도 풍물을 두드리며 돌아 다니고 있었다.

참 기가 막혔다. 이 철없는 가축들은 참으로 이해할수 없는 물건들이었다. 노래하고 박수 치고 어깨동무로 몰려 다니면서도 길바닥에 오즘을 갈기거나, 심지어는 쓰레기를 버리는 놈조차 한마리도 없었다. 이들은 새로운 생물들이다.

신선하고 질서정연하고 부지런하고 용기 있는 백성들에게 이제 정치를 돌려주어라.
백성을 다스린다는 너희들 관료들과,  정치를 직업으로 한다는 너희들 정치인들이 연합해서 수건 돌리기나 하면서 뭉개지 말고...

비상국민회의를 조직할 때가 되었다. 새로운 생물인 21세기 백성들의 힘과 지혜에 미래를 맡겨야 한다. 정당과 각계각층의 원로와 대표들을 망라하는 국민회의를 구성하자. 헌법 개정과 새로운 정치체제... 그리고 정치일정의 제안까지, 이 나라 정치의 주요한 요소들을 새롭게 디자인 하자. 정당 만으로 정치를 하지 말라.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법률적으로 근거가 없다. 절차상 무리가 있다.정당 사이에 합의가 어렵다. 혼란이 우려 된다" 제발 이따위 잠꼬대 같은 소리는 그만하라.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정치는 진흙탕에 빠진 강아지처럼 이리저리 철벅거리기만 할 것이다. 그리고는 지쳐 빠질 때까지 질질 끌다가 또다시 엉뚱한 결과가 찾아올 것이다. 꼬라지를 보기만 해도 지겨운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을 비롯해서, 박근혜의 은총을 받아 임명 되거나 권력의 자리로 스며들어간 수천 수만 명의 하수인들은 여전히 권력을 갈쿠리 같이 움켜쥐고 음울한 미소를 지으며 도마 위에 오른 생선 처럼 입맛대로 나라를 난도질 해 낼 것이다.

최순실의 부친 최태민이 일제 치하에서 순사 끄나불로 일 하다가 해방된 조국에서 또다시 경찰 노릇을 해 먹는 것은 대한민국의 빛나는 전통이 아니겠는가. 이들에게는 본인의 손아귀에 돈과 권력을 쥐는 것 외에는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 이런 자들에게 칼자루를 맡긴 상태에서 올바른 정치를 해 달라고 주문하는 것은 허위이거나 가엾은 생선의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

전국에 있는 270개 지방자치 단체의 장들과 수천명의 의회 의원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박근혜와 최순실'이  칡넝쿨 처럼 뿌리를 내리고 지방자치를  빨아 먹고 있을까. 소위 언론이라는 자들이 호위병 노릇까지 하고 있으니, 넘고 또 넘어도 끝이 없는 회전무대다. 이런 상태에서도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법대로 하자. 절차를 지키자. 검사와 판사들이 알아서 해 줄 것이다"라는 말만 되풀이 한다면 공범자이거나 무책임한 머저리에 지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백성이 권력이다. 비상국민회의를 조직하자.

[편집자 주] 박성득 한겨레 전 사우는 1950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났다. 1976년  경향신문 기자로 입사했다가 80년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구속되고 해직됐다. 이후 <말>지 제작에 참여, 지하 편집실에서 '보도지침 특집'을 편집했다. 1987년 한겨레신문사 설립에 가담했고 제작, 판매, 기획 분야에서 이사로 일했다.

사진촬영 및 편집: 이동구 에디터

박성득  hanion@han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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