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가 뜻밖의 국론통일을 이끌고 있다.

지난 한달 간, 5차에 걸쳐 신기록을 경신하며 전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그 규모 면에서도 으뜸이지만, 한 건의 사고도 없이 완벽한 평화 시위 그리고 깔끔한 마무리까지..

▲ 광장은 해방구이다

화염병과, 보도블록 그리고 쇠파이프와 최루탄이 난무하던 30여 년 전을 돌이켜보면 지금 상황은 거의 기적이나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가능해졌을까?  갑자기 그 비결이 궁금해진다. 물론 카톡을 포함 한 SNS가 일등공신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첫 번째는 너무나도 명백하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누구나 다 아는 완벽한 잘못을 저지른 정부와, 차마 그 편을 들 수 없는 바람막이 경찰의 저자세

두 번째는 우리 편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안도감이다.

세 번째는 물리적 충돌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공유되었고 집회가 거듭되면서 그 학습효과는 점점 확대 되었다. 트러블을 만들고자 안달이 난 외부세력들은 끼어들 여지가 없다.

네 번째는 다양한 계층, 다양한 지역 그리고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볼거리가 많아졌고, 재미가 커졌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는 동네망신을 넘어서 전 세계적으로 망신살이 뻗친 현실에서,“우리 국민이라도 올바른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자” 라는 공감대가 퍼져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이 나왔을까?

첫째로 화난사람들이 모였다.  국정농단에 화가 나고,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자에 화가 나고, 형편없는 공무원들에게 화가 나고, 그 틈을 노려 하이에나처럼 국민의 애간장을 파먹는 재벌들에 화가 나고, 정치인들에 화가 나고, 노후를 위해 쌈짓돈 모은 국민연금 저금통을 악귀 같은 대기업이 한입에 털어 넣은 것에 화가 나고, 30년, 50년 전에 피 터지게 싸워 일궈놓은 민주화가 이 꼴로 처참하게 짓밟힌 것에 참을 수 없이 화가 난 사람들이 모였다.

두 번째로 미안한 사람들이 모였다. 이 나라가 이토록 파탄 났는데도 어찌해볼 힘이 없어 미안하고, 이런 나라를 후세들에게 물려주게 될까 두렵고 미안하고, 집에 그냥 앉아있기에는 죄짓는 것 같아 미안하고, 추운 날 먼 길 마다 않고 광장에 나선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나온 사람들이다.

▲ 미안한 사람들

세 번째로 부끄럽지 않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 자녀 그리고 당당한 내 자신이 되고자 나온 사람들이다. 그 때 당신은 어디서 무얼 했는가? 했을 때 부끄럽지 않고자 사람들이 모였다.

네 번째로 이러다가는 나라가 절단 나겠구나 싶은 위기의식과 책임의식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 나선 사람들이다.

다섯 번째로 광장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다. 언제 광화문사거리를 세종로와 종로 한 가운데를 활보 해 보겠는가? 그 나름의 해방감이 중독성이 있는 듯하다. 우리는 광장에서 승리 해 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다. 짧게는 월드컵, 길게는 6.10 항쟁 그리고 4.19, 우리의 DNA에 새겨진 만주벌판의 기억이 우리를 광장으로 이끌고 있다.

언제까지 이 평화가 유지 될까?  

만일 대오에 어떤 틈이 생기거나 외부적 변수가 생긴다면 그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다수의 대중은 강하기도 하고 약하기도 하다.

만일 날씨가 더 추워지고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면 촛불의 개수는 어떻게 될까? 아마도 적어도 12월 말까지는 날씨와 관계없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불순한 의도로 <문제 만들기>를 시도하고자 하는 외부세력에 의해 충돌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이내 더 큰 함성에 묻혀버릴 것이며, 불순세력들은 민주시민들의 손에 끌려 경찰에 넘겨지게 될 것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만일 경찰이 강경 대응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절반이 넘는 촛불이 꺼질 것이다. 그래도 적어도 고정 30만 정도는 더 단단해질 것이다.

북한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핵실험 혹은 국지도발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촛불의 동력은 상당부분 작아질 것이다. 안보에 유독 민감한 우리 국민 중간층 상당수는 아마도 유보 혹은 관망으로 이탈 할 것이다. 그래도 단단한 대오 10만 명만 있으면, 명확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주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우리 주변에 쌓여있는 수많은 범죄, 부조리, 불법, 탈법, 편법, 기득권, 관례, 전관예우 등 모든 모순과 적폐를 일거에 소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촛불이 흐지부지 사그라지게 놔두어서는 안 된다. 때문에 평화집회는 더 더욱 중요한 필수사항이다. 어떤 이는 "언제까지 평화 시위만을 고집할 것인가?" "당장 담을 넘고 끌어내야 하는 것 아닌가?"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이야기이다.

외부적인 요인으로는 많아 봐야 고작 절반 정도의 촛불이 꺼지겠지만 내부적으로 신뢰가 무너지면 촛불은 훨씬 더 많이 그리고 더 오랫동안 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촛불은 단순한 개수가 많고 적음이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단단하게 켜져 있는가?  그것이 바로 신뢰인 것이다.

촛불집회에 더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나와야 한다. 그리고 더 많은 평범한 깃발이 나부껴야 한다. 그 광장에서 조화가 생기고,안정감이 생기고, 신뢰가 생긴다. 재미있고 위트 있는 깃발이나 문구도 많았다. 이런 것들이 사람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 평범한 깃발이 더 많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다섯 차례에 걸친 집회에서 <한겨레 온>과 <문화공간 온>의 깃발은 일부분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개별적으로 참가한 집회자들이 우리 깃발을 보고는 "어? 한겨레네?  우리도 이 깃발 따라가도 돼요?  지나가다 보면 옆에서  " 한겨레도 참가했네? " 수군대는 소리가 자주 들렸다.

▲ 위트있는 깃발 풍자

또 대열의 앞쪽으로 가다 보면 경찰과 대면하는 끝부분에 다가 설수록 사람들은 주춤대거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너무 정치적이거나 과격하지 않고 신뢰감 있는 깃발이 앞장선다면 사람들이 안심하고 따라오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다. 그런 대오에서는 함성소리도 더 우렁차다.

2016년 겨울은 하늘이 우리 주권자 국민들에게 주는 다시없는 시험이자 기회이다.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이동구 에디터

김진표 주주통신원  jpkim.internationa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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