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은 끝까지 켜져 있어야 한다.

지금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에서 수십만에서 수백만 개의 촛불이 켜진지 9번째다.

광화문 촛불이 켜지기 시작한 지 두 달이 되어간다. 연말에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2시간이나 걸려 버스 타고 전철 갈아타고 가야하지만 매 번 주말만 되면 발걸음은 저절로 광화문으로 향하게 된다.

왜 그럴까?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굳이 그 이유를 찾자면 그곳에 가야 마음이 편안하기 때문이다. 집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답답하다. 광장에 나오면 마음이 시원하니 안정이 된다. 같은 마음인 동지들도 옆에 있고 이웃들이 앞에 있으니 든든하다.

그런데 촛불의 횟수가 더 해갈수록 ‘치 떨리도록 소름 끼치는 것’이 늘 마음 한 구석에서 나를 채찍질을 한다.

그것은 불과 2-3개월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알면서도 외면하고 살아왔었다는 것이 솔직한 답일 것이다.

세월호에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죄인처럼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여 광장에서 울부짖고, 동거차도에서 눈물로 한겨울을 지새울 때에도 세상은 개인의 일처럼 지나갔다. 구조의무를 방기하거나 조직적으로 방해한 국가와 책임 공직자들이 공개적으로 유가족들을 욕보여도 그냥 지나치기도 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상당수 대한민국 국민들이 남의 일처럼 모른 척 했다.

만약 수백만의 촛불이 끈질기게 광장에 서지 않았다면?

백남기 농민은 외인사 대신 병사로 처리되어 한 맺힌 이승을 떠날 수 없었을 것이다. 태블릿 PC는 어떻게 유출 되었는지 유출 경위를 따져 그 증거능력을 무력화 시켜졌을 것이다. 촛불 시위는 국가를 위태롭게 하는 종북세력들의 난동이라고 치부되어 광장에서 또 다시 개. 돼지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특검수사도 받는 척 하며 무혐의 처리 되었을 것이고, 탄핵 소추는 다수당의 횡포로 부결되었거나 마지막 보루로 믿고 있던 헌재에 가서 부결 처리되고 말았을 것이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이루어 졌다면 아마도, 대통령은 아무런 일 없었다는 듯 뻔뻔스럽게 시장에 가서 서민흉내놀이를 하고 있을 테고, 국민들의 혈세는 악귀들이 꼽아놓은 빨대로 계속해서 빨려 들어가고 있을 것이며, 코피 흘려가며 밤새 공부하는 수험생들을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리고, 나라에 위기가 닥치면 가장 빨리 최전선에 달려 나가야 하는 진짜 보수 코스프레만 하면서 그들은 코너링 좋은 외제차를 타고 해외로 꽁무니 빼기 바빴을 것이다.

이것이 불과 2-3개월 전만해도 우리 사회에서 일상으로 벌어지고 있었던 일이다.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가능성도 있었던 일이다. 이 얼마나 소름 끼치는 상황인가?

 

▲ 끝까지 간다

아직 헌재의 법적인 판단이 남아 있어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아직 모른다. 그러나 확실 한 것은 수십만의 촛불시민들이 단호하고 한결같은 메시지가 있기에 그들의 흉악한 계획은 하나 둘씩 수포로 돌아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광화문에 간다. 이 모든 적폐가 일소될 때까지 촛불은 끝까지 켜져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 보국안민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김진표 주주통신원  jpkim.internationa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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