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와 6만7천여 주주 사이의 '소통과 상생’을 표방하고 문을 연 <한겨레:온>이 새해 첫날 창간 두 돌을 맞는다. 두 살밖에 안 되었지만 괄목할만한 결과물을 냈다. 지난 2년 동안 약 100여 명의 주주통신원이 3400여 건의 기사를 생산했다. 5000회 이상 조회된 기사는 13건이고, 1000회 이상 조회된 기사도 310건이 넘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5월 주주통신원들이 주도해 만든 ‘문화공간 온’은 문을 연지 6개월 만에 시민의 대표적 어울림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박근혜-최순실 국면이 시작된 지난 10월 이후 ‘문화공간 온’은 광화문 촛불 광장을 찾는 시민들로 꽉 찼다.

이 모든 일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이가 바로 한겨레신문사의 이동구 주주센터 커뮤니케이션팀장이다. <한겨레:온> 에디터(편집장)이기도 하다. 그는 2002년 경력사원으로 한겨레 입사 뒤 줄곧 주주들과 함께 했다. 2005년 새로운 주주 5000여 명을 모신 제2창간운동, 2006년 주주센터부장, 2007년 CRM기획부장, 2009년 시민편집인실 차장, 2011년 한겨레 테마여행 기획, 2014년 한겨레 우리사주조합장을 거쳐 다시 주주센터에 근무중이다. <한겨레:온> 2주년을 맞아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주주센터 근무를 자원했다고 들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주주센터는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과 요구가 모이는 곳이다. 일을 하다 보면 무리한 요구를 해오는 주주들도 있어 곤혹스런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한겨레>의 최고의 강점이자 가장 중요한 자산은 바로 ‘주주’라고 생각했다. 이 세상 어떤 기업, 언론사도 이렇게 무한한 애정과 지속적인 사랑을 주는 수만 명의 주주가 있는 곳은 없다. 그들이 <한겨레>를 만들지 않았는가. 하지만 많은 시간이 지났고, 주주이면서 <한겨레>를 구독하지 않는 분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주주는 한겨레의 가장 가까운 우군이다. 창간 초기처럼 주주들과 함께 힘을 합친다면 바르고 공정한, 시민이 행복한 사회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주주센터야 말로 훌륭한 주주들의 지혜를 모아주고 주주들이 보다 더 가치있는 역할을 하도록 지지하고 격려해야한다.


▶ 주주와의 ‘소통’이란 무엇인가

2009년에는 '한겨레신문발전연대'의 전신 '한겨레신문사랑모임(회장 임성호)' 100번째 특별 총회에서 주주와의 소통에 노력했다고 감사패도 받았다. 한겨레와 가장 가까운 주주들과 소통이 안 되면 시민들과 소통이 되겠나. 그래서 ‘소통’은 모든 것의 출발이다. 한겨레에 와서 지난 10여 년 간 많은 주주들을 만났다. 그러면서 중요한 두 가지 문제를 발견했다.

먼저 주주들은 한겨레에 대한 기대가 아주 높다. 뭐든지 한겨레는 잘 할 것이고 잘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질책도 많다. 그러나 한겨레도 적은 자원을 쪼개쓰며 모든 권력과 자본을 감시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고, 모든 사안에 대해 옳은 판단을 하기 쉽지 않다는 점, 한겨레도 사람이 움직이는 조직이다보니 때로는 실수도 한다는 점 등 내외부 여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 어느새 질책은 위로로 바뀌었다. 난 확신했다. 주주들의 기대치와 한겨레의 현실 여건을 맞춰가는 노력, 그것이 지금 절실하고 시급한 일이다.

두 번째로 주주들이 말하는 소통의 본질은 '참여'라는 점이다. 한겨레가 시민의 힘으로 탄생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한겨레 주주들은 우리 기자들처럼 세상일에 관심이 크고 직접 행동한다. 수동적인 독자로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겨레신문이 창간되자 리영희 당시 논설고문은 <한겨레:온>의 전신 <한겨레가족>에 '한겨레 후배 기자들에게’란 글을 통해 임직원뿐만 아니라 전국의 주주들도 각기 있는 곳에서 한겨레의 기자이고 기자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그냥 '언론'이 아니다. 한겨레는 시민사회 네트워크의 심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소신이다. 시민이 세상의 주인이고 한겨레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한겨레와 주주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소통이 아니다. 유기적으로 참여하며 함께 어울리는 것, 그것이 진짜 '소통'이다.  


▶ 주주와 소통하면서 힘들 때는 언제인가?

시민들이 바라는 세상과 한겨레가 추구하는 가치는 같다고 본다. 그러니 한겨레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면 결국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그런 소신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가끔 주주로부터 “주주를 이용해서 신문 팔아먹으려고 그러는 거냐?”, “주주를 제대로 대우해야지.”, “그런 것도 안 해주냐?”는 항의를 받는다. 또한 다짜고짜 “사장을 만나겠다”며 막무가내인 경우도 있다. 이럴 때면 힘이 빠진다. 하지만 이런 주주들의 의견 또한 한겨레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 주주센터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마음의 빚이 있었다. 11년 전 약속 때문이다. 2004년 회사의 유동성 위기로 원치 않은 구조조정을 했고 그때 100여 명의 동료들이 회사를 자발적으로 떠났다.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다. 그 이듬해 5월 한겨레는 ‘환골탈태’하겠다며 ‘제2창간운동’을 전개했다. 그때 우리는 당시 정태기 대표이사와 함께 전국을 돌며 주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가장 많은 질책은 “주주와의 소통을 제대로 하라”는 것이었다. “한겨레가 너희 직원들의 것이냐?”고 한 어느 어르신의 호통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게 울린다. 그런 주주들의 의견을 모아 2006년 5월 주주와의 소통을 위한 매체를 창간했는데 그게 <하니바람>이다. 

사실 지금 있는 <한겨레:온>은 바로 <하니바람>의 시즌2 버전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겨레:온>이 인터넷 기반으로 자발적인 주주통신원의 기사로 채워진다면 <하니바람>은 월 1회 내는 종이신문(4p)으로 편집기획에 따라 리포터들에게 기사를 청탁해 싣는 방식이었다. 지금이야 인터넷과 SNS가 활성화 되어 있지만 그때만 해도 종이신문에 나는 것만 ‘기사’로 인식하였다.

▲ 2006년~2008년까지 발행한 <하니바람>

그런데 <하니바람>이 창간 1년 반 만에 정간 되었다. 독자들의 반응이 좋아 편집위원들이 ‘한겨레상’을 받기도 했지만, 당시 회사는 경영수지 악화로 ‘지면 감축’을 해야 했고 주주섹션도 유지하기 어렵다고 결정한 것이다. 난 절망했다. 전국을 돌며 주주와 소통하겠다고 약속한지 1년 반 만에 그 약속을 깬 것이다. 그 후 다른 부서를 돌며 일했지만 주주들의 목소리는 내 가슴속에 박혀있었다. 내가 주주센터로 가겠다고 한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니 주주와의 소통 매체 창간은 내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었다. <하니바람> 정간 후 8년 만에 그 빚을 갚았다. 아니 ‘2005년 주주들과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 “주주가 보석”이라고 말했다, 무슨 뜻인가?

우리 주주들이 보석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안 건 얼마 전이다. 이전에는 지역에서 열리는 주주모임이나 해마다 열리는 주주총회, 회사를 찾아오는 주주들을 만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중 2011년 ‘공자맹자유적지답사’ 기획을 시작으로 주주를 대상으로 다양한 해외인문기행 프로그램인 ‘한겨레 테마여행’을 기획했고 직접 팀을 이끌고 나갔다. 2015년까지 약 5년 동안 테마여행을 진행하는 동안 주주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대단한 분들이다. 돈이 아니라 가치를 중심에 두고 살아온 인생, 한겨레 주주가 된 사연, 한겨레에 대한 변치 않는 사랑, 그 사랑을 아내에게 자식에게 전하고자 함께 한 여행. 아! 이런 분들이 한겨레 주주였다. 이 사회에서 얼마나 빛나고 존경받을만한 삶을 사는 분들인가. 한 분 한 분이 빛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겨레:온>은 이렇게 빛나는 보석 같은 주주들을 소개하고 직접 주주 본인 스스로도 그 빛을 발하는 능동적인 소통 마당이다.  


▶ ‘문화공간 온’을 연 이유는 뭔가

<한겨레:온> 창간을 준비하며 다짐한 것이 있다. '경영 여건과 관계없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준비하자’는 것이다. 주주와 소통한다는 것은 계량적인 지표로 쉽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1988년 창간 이후 여전히 살림이 나아지지 않는 한겨레는 ‘주주소통’에 집중하기가 어려운 여건이다. 그러니 <한겨레:온>도 언제든지 <하니바람>처럼 없어질 수 있다. 좋은 기사를 많이 선보이면 유지될 수 있을까. 아니다. 확실한 시스템을 갖춰야 했다. 먼저 전국에 흩어져 있는 주주통신원을 하나의 조직화된 유기체로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주주통신원들과 준비해 지난해 11월 ‘한겨레주주통신원회’를 발족하도록 했다. 

그 다음엔 이요상 당시 한겨레주주통신원회 전국운영위원장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에게 “주주통신원들이 일정한 장소에서 편안하게 만나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고 토론도 하고 교육도 하는 그런 ‘아지트’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는 나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마침 종로 한복판에 적은 비용으로 얻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같이 가보자.”고 했다. 그날의 설렘은 잊지 못할 것이다. 이날은 2015년 12월31일이었다.

그날부터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10여 명의 주주통신원들로 구성된 임시팀을 꾸려 본격적으로 ‘(가칭)종로시민사랑방’ 설립 추진에 돌입했다. 그리고는 이 위원장과 함께 당시 묵묵히 시민사회 활동을 하고 있던 김태동 교수(전 청와대 경제수석)를 찾아뵙고 “한겨레와 주주간의 소통에 중요한 거점이 되고 시민들의 품격 있는 어울림 공간이 될 사업에 대표(이사장)로 나서주시라.” 요청했고 흔쾌히 허락하셨다. 그 분도 한겨레 창간 주주다.

하지만 일은 쉽지 않았다. "<한겨레:온> 정착에 힘써야지, 무슨 음식점을 만드는 거냐"는 부정적인 의견을 설득해야 했고, 브랜드명 결정, 디자인, 실내인테리어, 운영전략 전반을 챙기느라 주말휴일이 없었다. 개인 휴가도 몽땅 주주 아지트 만드는 데 썼다. 임시팀 모두 눈코 뜰 새 없이 지냈다. 한겨레 주주들이 주도하는 일이니 회사에서도 광고와 기사를 내주는 등 적극 도왔다.

문화공간 온을 만드는 데 힘이 된 분은 참 많다. 정영무 한겨레 대표이사를 비롯해 송우달 경영총괄전무, 정석구 편집인, 강창석 경영지원실장 등 임직원들은 <한겨레:온> 창간 때부터 ‘문화공간 온’을 열 때까지 남다른 관심으로 지원을 해주었다. 이병 주주센터장은 ‘문화공간 온’의 취지를 적극 알려 주변의 도움을 이끌어 냈고, 서기철 부장은 격무에 힘겨워하는 나의 후견인이 되어 주었다. 김경애 기자는 이요상 한겨레주주통신원 위원장과 김태동 초대 이사장 인터뷰 기사와, 창립발기인대회와 창립총회를 기사로 소개하는 등 큰 도움을 주었다. 이외에도 많은 한겨레 동료들의 응원이 없었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한겨레를 사랑하는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참여한 덕분이다. 진심으로 감사할 일이다.


▶ <한겨레:온>과 ‘문화공간 온’은 어떤 관계인가

한겨레주주들은 모두 올바른 시민의식을 갖고 있는 시민들이다. 실제로 한겨레 주주들 중 거리와 현장에서 실천하는 분들이 많다. 시민활동가로 또는 시민사회단체를 이끌면서 활발하게 사회 참여하는 분들이 많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묵묵히 생활 속에서 촛불시민의식을 실천하는 분들이다. 이분들이 한겨레와 시민사회를 연결하는 오작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시민들은 ‘문화공간 온’ 조합원이 되고, ‘문화공간 온’ 조합원은 <한겨레:온> 주주통신원이 되고. 그러면 모든 시민들과 한겨레는 연결되는 것이다.

▲ 서울 종로 한복판에 자리잡은 '문화공간 온'

한겨레는 전세계 유일의 '시민이 만든 시민의 언론'이다. 한겨레 주주들이 다리가 되어 시민들과 하나 되는 것은 당연히 한겨레에게 주어진 운명적 책무라고 생각한다. 시·공간 제약 없이 어울리고 소통하는 온라인 공간인 <한겨레:온>, 온몸으로 눈빛과 체취를 느끼는 오프라인 공간인 ‘문화공간 온’이 이것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이미 소문 듣고 많은 한겨레 주주들이 이곳을 찾아와서 <한겨레>와의 인연을 이야기 한다. 상상해보라. 같은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서로 신뢰하며 함께 어울려 시민기자도 되고, 작가도 되고, 여행도 함께 가고, 토론도 한다면... 생각만 해도 설레지 않는가.


▶ 2017년 <한겨레:온>의 중점 추진 전략은 무엇인가

먼저 <한겨레:온>의 품질을 더 높여야 한다. 물론 지금도 멋진 기사를 쓰는 주주통신원이 많다. 지난 10월에는 서울대 의대 출신 현직 의사들이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을 "병사가 아닌 외인사"로 고치라고 요구하는 대자보 전문을 신속히 보도해 단건 기사로 31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한 기사도 있다. 그러나 심층적이고 주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사가 더 많이 필요하다. 또 한겨레가 커버하지 못하는 영역의 기사를 써야 한다. 전국에 계신 주주통신원들의 삶의 경험과 지혜 그리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방방곡곡의 생생한 소식을 더 많이 전해야 한다.

다음으로 <한겨레:온>과 ‘문화공간 온’이 유기적으로 연결 되도록 하겠다. ‘문화공간 온’의 150여 명의 조합원들 대부분이 한겨레주주다. 이분들이 모두 주주통신원이 되어 <한겨레:온>에 좋은 글을 선보이도록 여건을 만들어가겠다.

끝으로 '문화공간 온'이 생기면서 대학생 등 젊은 세대 영입도 용이해졌다. '청년문화포럼’, 협성대 미디어영상학과와 인연을 맺고 '문화공간 온'에서 세미나 등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가겠다. 이들의 창의력과 열정이 잘 발휘되면 동영상뉴스, 생방송 프로그램, 카드뉴스, SNS 마케팅 등 다양한 형식의 뉴스를 선보일 수 있다.


▶ 끝으로 주주통신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겨레:온>과 '문화공간 온'은 우리 6만 7천여 주주들의 것이다. 더 많이 관심갖고 참여해서 명실상부한 주주들의 소통 마당, 품격있는 시민의 어울림 공간이 되도록 참여해주길 바란다. 한겨레 임직원, 퇴직사우들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이동구 팀장은 “한겨레 주주들은 ‘보석’이다. ‘보석 같은 촛불시민’이다. 보석 같은 주주를 빛나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한겨레:온>도 만들었고 ‘문화공간 온’도 만들었단다. 결국 그 두 곳이 시민인 한겨레 주주들의 ‘무대’인 것이다.

그도 우리와 같은 한겨레 주주다. 그러니 그도 ‘보석’이다. 그런 그를 누가 빛나게 해줄까? 주주이며 보석 같은 존재인 그를 우리는 소중하게 대했을까? 혹시라도 주주라고 괜한 ‘갑질’을 하지는 않았는지. 그도 한겨레 주주이고 한겨레를 사랑하는 ‘보석 같은 촛불시민’이라는 점을 항상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이동구 에디터

글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사진 김국화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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