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문인들
2017년 4월 1일(토), 포항에는 비가 내렸다. 빗물을 머금느라 꽃눈을 반짝이는 개나리와 산수유는 만개했고, 벚꽃은 겨우 참았던 웃음처럼 여기저기서 터지기 시작했다.
오전 10시 30분 포항시청4층 대회의실에서 <경북문인협회 제25대 제1차 이사회>가 개최되었다. 24대 김주완(경북 칠곡) 회장님이 물러나고, 25대 진용숙(경북 포항) 회장님이 선출되었다. 혼돈과 경악의 정국과 달리 문인들은 평화로운 승계 절차로 아름답다.
2년 동안, 뜨거운 열정으로 경북문협을 이끈 김주완 회장님과 임원진이 임기를 끝내고 물러났다. 지난 해 12월 3일 경북문협 송년회가 있었다. 제30회 '경상북도문학상'과 제2회 '경북작가상' 제2회 '경북작품상' 등이 수여되었다.
가면 또 새로운 이들이 채워지는 건 건강한 교체다. 어제의 시간은 내일의 기대로 누구나 새롭게 설렌다.
지난 바람은 앞 선 바람이 되고, 뒤이어 불어오는 순환의 고리가 이사회다. 이사회의 모든 절차는 무리 없이 진행되어 의외로 빨리 끝이 났다. 진실은 늘 명료하다. 무언가를 감추거나 조작하려면 지지부진 복잡다난해지는 것이다. 한 단체와 국가의 규모를 단순비교할 순 없겠지만 원칙은 동일하다.
포탄이 난무하는 전장에서도 문학만은 진실하여 곡진한 필을 놓지 않는다. 경주의 지진과 온 나라의 지진에 버금갈 국정농단 아래서 잠시나마 마음을 내려놓아도 좋았다. 경북 곳곳에 흩어져 사는 문인들은 봄꽃이 다투어 피듯 서로 인사를 나누느라 분주했다.
처음 가 본 포항시청은 어마어마한 대규모의 건축물이었다. 빗 속이어서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었다. 몇 개의 건물은 별개인 듯 연결되어 집합을 이루었다. 지하와 지상의 주차장 규모 등 아마 서울시청도 이보다 더 멋을 부리진 않았을 것 같다. 건물을 둘러싼 곳곳의 여유공간에서 경제적 여건이 가늠되었다.
그에 비해 무척 협소한 경주시청과 이해불가인 주차공간이 대비되어 침을 삼켰다. 포항은 활기 찬 철강도시이며, 경주는 천년고도의 정기가 서린 곳이기에 비교불가다. 경북문인들 몇 몇은 경주에 문학기행을 온 전남문인들을 만나러 간다며 서둘렀다. 문학의 향기에 경계가 없어 빗 속을 달려 서에서 동으로 친근히 건너온다.
작지만 섬세하고, 옹골차서 아름다운 우리나라다. 동서남북 어느 곳이든 소중하고 애틋한 사람의 터가 있다. 모든 도시는 하나의 나라로 연 이어져 우리는 먼 이웃의 안부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지역감정, 배타적 반목 따위는 늘 위정자들의 장난이었다.
이 유난한 봄처럼 문학도 저 산등성이 어디쯤 참꽃으로 피리라. 비 그치고, 해가 쨍쨍한 날 바람난 문학이 붉게 타오른들 또 어떠랴.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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