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문인들

2017년 4월 1일(토), 포항에는 비가 내렸다. 빗물을 머금느라 꽃눈을 반짝이는 개나리와 산수유는 만개했고, 벚꽃은 겨우 참았던 웃음처럼 여기저기서 터지기 시작했다.

▲ 이강덕 포항시장님의 축사. 단상 거부 수평적 분위기.

오전 10시 30분 포항시청4층 대회의실에서 <경북문인협회 제25대 제1차 이사회>가 개최되었다. 24대 김주완(경북 칠곡) 회장님이 물러나고, 25대 진용숙(경북 포항) 회장님이 선출되었다. 혼돈과 경악의 정국과 달리 문인들은 평화로운 승계 절차로 아름답다.

▲ 경북문협 제25대 진용숙 회장님

2년 동안, 뜨거운 열정으로 경북문협을 이끈 김주완 회장님과 임원진이 임기를 끝내고 물러났다. 지난 해 12월 3일 경북문협 송년회가 있었다. 제30회 '경상북도문학상'과 제2회 '경북작가상' 제2회 '경북작품상' 등이 수여되었다.

 

가면 또 새로운 이들이 채워지는 건 건강한 교체다. 어제의 시간은 내일의 기대로 누구나 새롭게 설렌다.

지난 바람은 앞 선 바람이 되고, 뒤이어 불어오는 순환의 고리가 이사회다. 이사회의 모든 절차는 무리 없이 진행되어 의외로 빨리 끝이 났다. 진실은 늘 명료하다. 무언가를 감추거나 조작하려면 지지부진 복잡다난해지는 것이다. 한 단체와 국가의 규모를 단순비교할 순 없겠지만 원칙은 동일하다.

 

포탄이 난무하는 전장에서도 문학만은 진실하여 곡진한 필을 놓지 않는다. 경주의 지진과 온 나라의 지진에 버금갈 국정농단 아래서 잠시나마 마음을 내려놓아도 좋았다. 경북 곳곳에 흩어져 사는 문인들은 봄꽃이 다투어 피듯 서로 인사를 나누느라 분주했다.

 

 

처음 가 본 포항시청은 어마어마한 대규모의 건축물이었다. 빗 속이어서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었다. 몇 개의 건물은 별개인 듯 연결되어 집합을 이루었다. 지하와 지상의 주차장 규모 등 아마 서울시청도 이보다 더 멋을 부리진 않았을 것 같다. 건물을 둘러싼 곳곳의 여유공간에서 경제적 여건이 가늠되었다.

그에 비해 무척 협소한 경주시청과 이해불가인 주차공간이 대비되어 침을 삼켰다. 포항은 활기 찬 철강도시이며, 경주는 천년고도의 정기가 서린 곳이기에 비교불가다. 경북문인들 몇 몇은 경주에 문학기행을 온 전남문인들을 만나러 간다며 서둘렀다. 문학의 향기에 경계가 없어 빗 속을 달려 서에서 동으로 친근히 건너온다.

 

작지만 섬세하고, 옹골차서 아름다운 우리나라다. 동서남북 어느 곳이든 소중하고 애틋한 사람의 터가 있다. 모든 도시는 하나의 나라로 연 이어져 우리는 먼 이웃의 안부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지역감정, 배타적 반목 따위는 늘 위정자들의 장난이었다.

이 유난한 봄처럼 문학도 저 산등성이 어디쯤 참꽃으로 피리라. 비 그치고, 해가 쨍쨍한 날 바람난 문학이 붉게 타오른들 또 어떠랴.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이미진 객원편집위원  lmijin0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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