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적폐청산> 이것부터 시작하자 2.  : 나도 우유를 먹고 싶다

80년대 후반 군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식사 때 나오는 250ml짜리 팩 우유를 기억 할 것이다. 대부분 흰 우유이고, 간혹 딸기우유나 초코우유가 나오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 당시 부대별로 배식을 하다 보면 정원보다 꼭 한 두 개씩 부족하게 나오는 것이었다. 다른 부대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처음에는 고참부터 챙겨주다 보니 당연히 끝에 있던 동기들은 매 번 우유를 못 먹곤 하였다. 그러다가 얼마쯤 지나서 진급한 후로는 고참 챙겨주고 또 막내들 챙겨주다 보니 또 못먹게되는 날이 많았다. 다행인지 나는 어려서부터 우유를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체질이라서 그다지 크게 억울하지는 않았지만, 죄 없는 동기들은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입맛 없을 때, 우유에 고슬고슬한 짬밥을 말아먹기도 하고, 건빵을 담가 끓여 뽀글이를 해 먹기도 하면 별미중의 별미이기도 하였지만 훈련 량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영양 섭취량을 조금이나마 보완해주기 위한 단물 같은 존재였는데,

도대체 왜 매 번 부족하게 나온 것일까? 고기는 어땠는가? 일주일에 몇 번은 고깃국이나 고기반찬이 돌아가며 나오게 되어있는데, 하나같이 비계만 둥둥 떠 있고 살코기는 도대체 어디로 갔던 것일까? 원래부터 비게만 있던 고기는 아니었을 테고.

80년후반이 이러했을진대, 70년대 60년대는 오죽 더 했을까? 그러다가 얼마 전 모임에서 '왕년의 무용담'을 신나게 떠들어대던 선배들의 이야기에서 그 단서를 찾았다.

월남전 보급부대로 참전했다가 보급된 쌀도 팔고, 기름도 팔고, 모포. 타이어도 팔고, 심지어는 구급약까지 빼내어 시중에 팔아 술사 먹었던 자랑을 늘어놓는 선배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측은하기도 하고, 이런 것이 '생계 형 군 비리’? 이런 무용담이 결코 일부의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것이 가슴 아플 뿐이었다.

국방비리는 요즘에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 규모는 더 커지고 있으나, 더 교묘해지고 대범해지고 있다. 가라앉지 못하는 잠수함, 총탄에 뻥뻥 뚫리는 방탄복, 포탄 몇 방 쏘고도 휘어지는 전차포신, 이러고도 국방의 최고 책임자는 '생계 형 비리'라고 제 식구를 감싸고돈다. 이런 자들은 이적 행위자에 준하는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다.

문득, 지금 강원도 최전방의 병사들은 우유를 잘 먹고 있을까? 생각을 해본다. 나도 우유를 마시고 싶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김진표 주주통신원  jpkim.internationa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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