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는 우리 것] 마광남 주주통신원

풍속이란 지방에 따라 각각 다르므로 1백 리 밖에는 풍속(風俗)이 같지 않고 10리 밖에는 습속(習俗)이 같지 않다는 말이 있는데, 하물며 큰 바다가 가로막힌 수만 리 밖에 있는 나라야 그 습속이 어찌 같을 수 있으랴.

다만 공통된 습속으로는 군신(君臣)ㆍ부자(父子)ㆍ형제(兄弟)ㆍ부부(夫婦)와 음식을 먹고 의복을 입는 일과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일과 살고 죽는 것 뿐, 놀이하는 도구 따위에 있어서는 같을 수 없는 것이다.

우연히 청나라 상서(尙書) 주황(周煌)의 <유구국지략(琉球國志略)>을 보니, 그곳 계집아이들의 널뛰기놀이가 보이는데, 우리나라의 놀이와 매우 같기에 지금 대충 기록하려 한다.

즉 유구국지략에 인용된 서보광(徐葆光, 명나라 때 학사(學士)로, 일찍이 사신으로 유구국에 다녀왔었다.)의 말에, 정월 16일에 남녀가 다 같이 조상의 산소를 참배하고 나서는, 여자들이 격구(擊毬)와 널뛰기놀이를 벌인다. 널뛰기놀이는 큰 널빤지를 나무로 된 등상(凳床) 위에 가로로 올려놓고 두 사람이 널빤지의 양쪽 머리에 마주 서서 두 발을 굴러 하나가 솟구칠 적에는 하나는 내려서게 되는데, 한번 굴러서 4~5척(尺) 정도의 높이로 솟구쳐도 한쪽으로 기울거나 미끄러지지 않는다. 하였고, 또 그 주에 인용된 서보광의 작답화번사(鵲踏花翻詞)에,

널빤지 양쪽에 서서 솟구쳤다 내려서니 一版橫蹻兩頭起落
쌍쌍이 오르내리는 모습 신선이 나누나 雙雙瞥見飛仙駕
제비처럼 가볍게 굴러 낮았다 높아지니 翩反如燕身輕借勢低昂
소매에 봄바람 가득 안고 묘한 재주 겨루네 春風擫袖爭高下
한쪽서 까치가 나뭇가지에 앉듯 사뿐 내려서는가 하면 一邊乍踏鵲翻枝
한쪽은 벌써 까마귀 뽕나무에서 나는 듯 훌쩍 솟구치니 一邊已打烏飛柘
정월에 뻗친 저 채홍 뉘 힘으로 가로막으랴 那羈正月彩虹齊跨
놀란 기러기 그넷줄 그냥 스쳐 나는 듯 驚鴻不着鞦韆架
또 육척의 가벼운 떼 절로 흔들리듯 하니 掀動六尺經槎
제아무리 신선인들 홀딱 반하여 縱然平地歸客猶詑
섬약한 발로 허공에 오르는 재주 부럽게 여기며 羨他纖趾會騰空
능파곡만 배웠으면 무가의 보배 되리 凌波可學應無價

라고 하였으며그 연묘(姸妙)한 동작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여자들도 정월 초하루부터 15일 이후까지 아름다운 단장과 고운 옷차림으로 이 놀이를 경쟁하는데, 이름을 널뛰기놀이라 한다. 지금 유구국은 바다가 가로막힌 수만리 밖에 위치하여, 마치 암내 난 말이나 소가 그 짝을 구하지만 멀리 떨어져 있어 만날 수 없는 것과 같은 나라인데, 그곳 여자들의 놀이가 꼭 우리나라와 같다니 매우 색다른 일이다.

영재(泠齋) 유득공(柳得恭)의 경도잡지(京都雜誌)에도 이 놀이에 대해 더욱 자세히 기재되어 있으니, 영재 이전에 누가 이를 언급해 놓았단 말인가.

■ 능파곡(凌波曲) 사곡(詞曲) 이름. 태진외기(太眞外記)에 당 명황(唐明皇)이 동도(東都)에서 낮잠을 자다가 꿈속에, 능파지(凌波池)에 산다는 용녀(龍女)의 청으로 능파곡을 지었는데, 능파궁(凌波宮)에 여러 문무(文武)를 모아 놓고 물가에서 이 신곡(新曲)을 연주하자 물결이 모두 솟구쳤다고 하였다.

출처: 오주연문장전산고 경사편5 논사류2 풍속에서 옮겨온 것임

마광남  wd34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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