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5일 늦은 7시, 흰물결아트센터

가을이다. 땅 위의 모든 것들이 물들고 익어간다. 사람도 가을에는 유독 감성이 깊어진다. 자연 자체가 한 폭의 그림이 되면, 가을은 가끔씩 사람의 고개를 떨구게 한다. 가을은 수확과 마무리와 갈무리를 동시에 치르느라 풍성하고 분주한 계절이다. 무채색 겨울로 가기 전 마지막 물감을 아낌 없이 쓰는 하늘은 무척 해맑다. 이 쓸쓸하고 아름다운 계절에, 색채 그 이상의 소리에 관한 소식을 전한다.

사람도 예술도 모든 외형이 참 많이 변한 세상이다. 소리란 지구에서 가장 원형질로 남은 마지막 선물이다. 

조민웅, 그는 여타의 성악가와 조금 다르다. 테리톤(?)이라는 생소한 명사가 그의 이름 앞에 붙는다. 그는 테너와 바리톤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각별한 음악가다. 그래서 그를 단순히 성악가로 구분해 부르기보다, 테리톤이라는 신조어가 더 어울린다.

우리는 흔히 미성의 가수들에게 꿀보이스라는 별칭을 붙인다. 지구상 음식 가운데 변질이 없는 것은 유일하게 꿀뿐이다. 만약 조민웅의 음색을 꿀에 비유하자면 그는 '로열제리' 쯤 된다. 저음에서 쓰잘데 없는 공기가 맴돌지 않고, 고음에서는 보푸라기처럼 터지는 파열음이 없다.

조민웅, 그의 음색은 갓 뽑아낸 인절미처럼 차지고, 꽉 찬 골밀도처럼 튼튼하고 웅장하다. 그러니까 일체의 빈 틈이 없는 윤택한 보이스로 심장을 파고든다. 그런 그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남성사중창 크로스오버를 선발하는 JTBC 팬텀싱어2에서 탈락되었다.

굳이 이유를 찾아보면 너무 탁월해서 유일한 그의 재능 때문일 것 같다. 그래서 그가 솔로로 대성할 예감으로 벅차다. 그의 음악을 들은 나의 가족 중 누가 그랬다. "이런 사람은 유럽에서 태어나야 돼. 그랬으면 우리는 구경하기도 힘들었을 텐데, 한국에서 태어난 게 억울하다." 그는 언젠가 이 이야기에 걸맞는 음악가가 될까?

새로 설립한 "조민웅공식홈페이지"(네이버카페)는 기획사(대표: 조민아) "MC매니지먼트"에서 운영하며, 공연 개최 및 공연 티켓팅 등 조민웅 관련 업무를 전담한다.

9월 18일 만들어진 그의 팬카페는 현재 회원수가 2870명이다. 팬텀싱어2에 출연한 싱어들의 팬카페회원 숫자보다 상회한다. 하루 평균 방문자가 6천여 회를 넘으며, 전체 게시글이 6621개에 이른다. 지금의 추세라면 그의 첫 콘서트 전에 회원수 3천을 가볍게 넘을 것 같다. 4, 50대가 주축을 이루는 카페는 대체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 점잖고, 안정적인 농담으로 흥겹다. 악플이나 비천한 언어는 아예 구경조차 못한다. 묵직히 무뚝뚝한 경상도 사내, 조민웅을 지지하는 전국의 팬심은 계절을 거스르며 뜨겁다. 

가을을 떠나보낸 겨울의 기세가 등등할 즈음인 11월 25일 늦은 7시, 보석의 원석 같은 테리톤 조민웅의 첫 콘서트가 흰물결아트센터(서울 서초구 서초역 7번 출구/법원검찰청 길건너) 화이트홀에서 열린다.

모든 처음은 순결하다. 31세의 푸른 청춘, 조민웅의 첫 공연이 곰의 겨울잠처럼 깊은 감동을 주며, 성황을 이루길 기원한다.   

조민웅의 대성당들의 시대  :  https://www.youtube.com/watch?v=8lDEZMsnOys 

You raise me up  https://www.youtube.com/watch?v=wgoPAnOg3KI

 

편집: 이미진 객원편집위원, 이동구 에디터

이미진 객원편집위원  lmijin0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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