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이전에는 주주총회에 간 적이 없다. 창간주주지만 무심했다 할까? 무조건 믿었다 할까? ‘알아서 잘 하겠지...’ 그리 생각했던 것 같다.

주주통신원이 되고서 올해까지 3년 연속 주총에 갔다. 2016년과 2017년은 총회에 참석한 것도 아니었다. 주주들을 인터뷰했기에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나중에 기사를 통해서 알았다. 이번엔 주주인터뷰를 쉰다고 해서 자유롭게 주총장에 들어가 이런 저런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주총장은 작년에 비해 자리가 많이 비었다. 30기라 주주들 관심이 대단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2016년과 2017년에는 식전 문화행사가 있었다. 올해는 단출하게 국민의례와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했다.

양상우 대표이사가 인사말을 시작할 때, 한 주주가 앞으로 나왔다. 주총참가 사은품으로 준 수건이 맘에 들지 않은 듯했다. 결혼식 선물보다도 못하다며 수차례 언성을 높이다 다른 주주들이 더 큰 호통으로 꾸짖자 물러났다. 자동 정화기능은 있는 듯...

▲ 2017년 만났던 박오수 주주

작년에 인터뷰했던 주주가 생각난다. 주주총회에 처음 왔다는 박오수(50세)주주는 주식이 돈이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주식은 돈이라는 모양을 빌린 마음이라 했다. 한겨레가 적자라는데 사은품 주지 말고 더 가치 있는 곳에 예산이 쓰이길 바란다고 했다. 처음 주주가 되고자 했을 때 마음은 똑같았겠지만, 세월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마음을 바꾸어 놓는구나 하고 생각해본다.

양상우 대표이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이 광고를 주지 않아 힘들었지만, 2017년 매출은 전년대비 6억 가량 늘었고, 5억 가량 흑자가 났다. 현재까지도 삼성이 광고를 주지 않아 올해는 2017년보다 더 힘들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창간 30주년을 맞아 “마침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도 퍼지고 있다. 한겨레도 창간정신을 업그레이드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매진하고자 한다. 이것이 한겨레의 존재의미가 될 때, 한겨레의 앞날은 외롭지 않다.”고 희망을 말했다. 양성우 대표이사의 말을 듣고 보니 일부 주주들이 섭섭해 할 만큼 창간 30주년 주총을 단출하게 한 이유가 ‘살아남기 위한 방책이구나.’ 라고 생각되었다.

영업보고서 첫 장에 ‘2017년 8월 21일 독자. 시민과 소통을 위한 ‘참여소통에디터’가 신설되었다고 나온다. 이동구 <한겨레:온> 에디터가 참여소통에디터도 겸하고 있어서 그런지 반가웠다.

신기섭 감사를 선임했는데 영어와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한 한겨레 기자 출신으로 현재 경제월간지 <이코노미 인사이트> 편집장이다. 감사 업무는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어련히 알아서 잘 선임했겠지... 하고 넘어가는 분위기다. 넘어가지 않으면 어쩔 건가? 이미 위임된 의결권으로 자동 넘어가게 되어 있는 것을...

주주들은 궁금한 것이 참 많다. 세계 유례없는, 자발적으로 성금을 내어 만든 신문이기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때론 궁금한 것이 지나쳐 질문 시간이 아닌데도 질문을 멈추지 못한다. 아무 때나 질문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주주의 당연한 권리로 생각하나는 것 같아 좀 부끄럽다.

12개 자회사 대부분 적자인데 계속 유지해야하는지? 참여소통데스크 역할은 무엇인지? 한겨레가 적자를 보는 이유는 뭔지? 광고를 내려 전화했는데 연결이 안 되어 문화일보에 광고를 냈다. 직원들이 제대로 일은 하고 있는지? 30년 전 민주화를 바라고 주식을 샀다. 삼성주식을 샀으면 대박이 났을 텐데 너무 영업을 못하는 건 아닌지? 상임이사들이 주식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독재를 견제하고자 투자를 했는데 포스코 같이 주인 없는 회사라 적자가 나는 건 아닌지? 뉴스타파나 시사인 주진우 기자와 같이 치열한 기자정신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창간정신을 잊은 것은 아닌지? 초기 발행부수와 지금 발행부수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방송을 하고자 정관을 변경했는데 방송할 준비는 하고 있는지? 주총광고를 다른 신문에도 하면 어떤지? 대학생 집단에서 신뢰도 1위인데 대학생독자배가운동을 벌이면 어떤지? 정정보도는 몇 번이나 했는지? 한겨레 대표이사를 직선제로 선출하면 어떤지? 18대 대통령 부정선거 자료를 수차례 제보했는데 왜 보도를 하지 않는지? 기사 제보 시 제보자가 기사검토에 참여할 수 있는지? 등등 주로 비판적 질문이 많이 쏟아졌다.

그 모든 질문에 바로 딱딱 맞는 답이 나올 수는 없다. 그래도 내년 주총에는 주주들이 기사제보를 할 수 있는 상담코너를 개설하겠다고 했다. 부족한 답변은 추후 정리하여 <한겨레:온>에 올려놓겠다 하니 어떤 답변을 줄까 기대가 된다.

흑자 전환을 칭찬하는 주주도 있었다. 양상우 대표는 “지난해 한겨레의 흑자전환은 기적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주주들이 “애썼다. 고맙다.”고 수차례 해야 할 것 같다.

주주들은 왜 주총에 올까?

한겨레 주주라는 자긍심으로 회사운영에 관심을 갖고 참석한 주주도 있을 것이다. 한겨레 사랑이 깊어 생긴 불만을 말하고 싶어 오는 주주도 있을 것이다. 머리수라도 하나 채워주기 위해 오는 주주도 있을 것이다. 배당도 안주는데 사은품이라도 받기 위해서 오는 주주도 있을 것이다. 주식매매나 배당에 관심을 갖고 오는 주주도 있을 것이다. 내 사랑 한겨레를 확인하고 싶어 오는 주주도 있을 것이다.

주주들은 밀물처럼 왔다가 몸도 마음도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지방에서 차비 들여 새벽차 타고 온 주주들은 더 허망하다. 다시 올지, 다시는 안 올지 아무도 모른다. 일 년에 한 번 받는 대접에 주주들은 목말라 큰소리 내고, 그 주주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박봉의 직원들은 버겁고, 피말리는 운영에 시달리는 임원들은 부담스럽다.

내년에는 주총에 참여하는 주주들이 사는 곳은 어딘지? 나이는 얼마인지? 왜 주총에 오는지? 등 설문조사를 해봤으면 좋겠다. 주주들이 현재 한겨레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한겨레가 어떤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등을 알게 된다면 주주와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딴 소리 한마디. 주총을 마치고 <한겨레:온>에 야생화 글을 올리는 이호균 주주통신원과 양성숙 편집위원과 함께 숙대 앞에서 차 한 잔 했다. 숙대 앞에는 찻집이 많았지만 우리가 갈 수 있는 찻집은 거의 없었다. 양성숙 샘은 전동휠체어를 탄다. 스타벅스도 이디아커피도 경사로가 없었다. 간신히 한군데를 찾아 들어갔다. 휠체어 장애인들이 차 한 잔 마시기도 얼마나 힘든 나라인지 새삼 깨닫는다.

사진 : 양성숙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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