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발의한 헌법에 떠밀려 국회로 넘어간 개헌, 국회에서 만들면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정도의 수준이 될까? 문재인대통령이 발의한 헌법에는 ‘18세 선거권(개정안 제25조),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청구(개정안 제30조), 안전하게 살 권리(개정안 제37조),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 신설(개정안 제45조~46조), 경제민주화(개정안 제125조), 토지공개념제(개정안 제128조)' 등 현행 헌법에 비해 국민의 권익과 복지신장 면에서 혁신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가운데)이 2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예정인 개헌안 헌법 전문을 발표하고 있다. 조 수석 왼쪽은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 오른쪽은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 청와대사진기자단(t사진 출처 : 한겨레 신문)

이해관계가 상반된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도 흡족하지 못한 면이 많다. 그러나 개헌안에는 반드시 ‘사상의 자유’가 담겨 있어야 한다. 내가 사상의 자유가 개헌안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이유는 헌법 제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 69조 대통령 취임선서에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은 분단을 걷어내는 평화지향헌법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헌법 4조와 69조에 통일을 국가가 지향해야할 의무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가? 분단국가에서 사상의 자유가 없이 통일을 위한 논의가 가능한가? 헌법에는 버젓이 통일을 지향하고 대통령의 임무로 명시하고 있지만 사상의 자유, 국가보안법이 엄존하는 나라에서 통일논의가 가능한가? 분단의 시대를 살고 있는 국민들 중에 우리나라의 통일정책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개인이 통일에 대한 주장이나 요구를 할 수 있는가?

▲ 국방부가 지정한 불온서적이 논란이 되었던 2008년 8월1일 오후 국방부 앞 정문에서 대학생들이 ‘책 읽을 자유’ 를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 출처 : 한겨레 신문)- 이 사건은 지난 3월 22일 국방부의 ‘불온서적 차단 지시’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낸 전직 군법무관에 대한 군 당국의 징계와 강제 전역 처분이 잘못됐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상의 자유는 통일을 이루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지금까지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이유는 독재정치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분단이 필요한 세력들이 진보적인 인사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사상의 자유를 허용할 수 없었으며 국가보안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상의 자유가 없는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언론의 자유, 출판의 자유가 가능할까?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빨간색을 칠하는 수구세력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주는 현실을 두고 통일 운운하는 것은 관념이요, 기만이다.

양심의 자유가 ‘외부로부터 속박을 받지 않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하는 자유’를 의미한다면, 사상의 자유란 ‘타인의 견해와는 관계없이, 하나의 사실이나 관점 또는 사상을 유지하거나 생각하기 위한 개인의 자유’를 의미한다. ‘사상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는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사상과 양심의 자유’라고 묶어 부르기도 한다. 인간의 모든 활동은 인간의 정신 활동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없으면, 표현의 자유와 그 밖의 정신적 자유, 경제적 자유도 그 존립 기반을 잃을 수밖에 없다.

1948년 제헌헌법 제정 때, 사상의 자유를 넣으면 “김일성 만세, 스탈린 만세”식 반국가사상이 판칠 것이라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헌법에 사상의 자유가 명시되었다. 세계헌법의 전범(典範)인 세계인권선언과 EU의 기본권 헌장에는 ‘사상과 양심, 종교의 자유’를 명시했다. 일본 헌법에도 ‘사상 및 양심의 자유’가 나온다. 독일 헌법은 ‘세계관적 신조의 자유’로 표현했다. 프랑스 헌법 1조에는 “프랑스는 모든 신념을 존중한다”고 명시하고 있는가 하면 스위스 헌법은 ‘철학적 신념 선택의 자유’를, 핀란드 헌법은 ‘본인의 신념을 표현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지난 촛불집회에서는 ‘민주노총, 전교조, 언론을 주적으로 삼고 ‘빨갱이는 죽여도 좋다’는 플랜카드가 등장하고 태극기 집회현장에는 ‘빨갱이는 죽여도 돼’라고 새겨진 십자가 방패를 들고 광화문 광장을 누비고 있었다. 노란리본을 달고 있거나 태극기나 성조기를 들고 있는 사람에게 시비를 걸거나 집단린치가 가해지기도 했다. 대통령에 출마했던 대한민국 제1야당의 대표라는 사람은 입만 열면 ‘종북이요, 좌파’타령이다. 종북세력이나 좌파는 더불어 함께 사는 동족이 아니라 주적이 되고 증오의 대상, 섬멸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은 나라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가능한 일인가?

학교에서 헌법이란 ‘국가 형태와 국민의 기본권 등을 정하고 있는 국가의 기본법’이니 ‘통치체제가 내각제냐 대통령 중심제냐, 기본권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국민의 권리와 의무가 무엇인가, 헌법의 구성은 전문과 본문 10장 그리고 부칙 6조로 구성되어 있다’는 등 지식으로서만 배웠다. 헌법이 왜 필요한지, 내가 국민으로서 누릴 구체적인 권리는 어떤 것인 있는지, 기본권 행사를 제대로 하면 삶의 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 배우지 않았다. 이제 헌법개정은 국회가 공을 물려받았으니 사상의 자유가 있는 헌법, 분단을 걷어낼 평화헌법을 만들어야하지 않겠는가?

편집 : 심창식 부에디터

김용택 시민통신원  kyongtt@daum.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