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목수가 쓴 돛단배 이야기 1] 마광남 주주통신원

머 리 말

나는 바다 한가운대의 섬인 완도의 가마구미(駕馬仇味)라고 하는 전형적인 어촌의 가난한 어부에 아들로 태어났다.

자라면서 볼 수 있었던 것은 바다, 배, 고기잡이, 가난뿐이었다. 바다와 배를 무척 가까이하면서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

내가 처음으로 배를 타본 것은 4살 때라고 한다. 늦은 봄날이었는데 고기잡이 가는 아버지를 따라 처음으로 배를 탄 것이다. 고기잡이를 갔던 곳은 청산도 앞바다였는데 물이 하도 파랗게 보여서 입고 있던 저고리의 옷고름에 물이 드는지 본다고 바닷물에 담가보았다고 한다. 지금도 완도의 바다는 청정해역이지만 당시에 청산 앞바다가 얼마나 깨끗하였던가를 말해주는 것이라 할 것이다.

아버지께서는 고기잡이를 하셨지만 배를 수리하는 일들은 따로 목수를 부르지 않고 손수 하셨다.

1967년 군복무를 마치고 잠시 방황하기도 하였으나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시급하여 1969년 배 만드는 일을 시작하였는데 그것이 평생의 직업이 되었다.

자라면서 배를 만들거나 수리하는 것을 너무 많이 보고 자랐기에 그 일이 쉽게 보여서 배 만드는 일을 택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배를 만드는 일이 제법 많아서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었으나, FRP 선박이 등장하면서 목선의 수요가 없어져 할 일이 없어진 것이다.

직업을 바꾸어 보려고 여러 가지 일들을 해보았으나 적성에 맞지 않았다. 항상 배 만드는 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가 배 만드는 기능이 완전히 없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다시 시작한 것이 모형 배 만들기였다.

이렇게라도 모형 배를 남기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러던 중 2001년 12월에 노동부로부터 한선기능전승자로 선정되었으며, 2013년 8월에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50호 조선장이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나는 나무로 배를 만드는 한사람의 목수일 뿐이다. 역사가 어쩌고 하는 것은 목수인 내가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이렇게 책을 쓴다는 것부터가 무리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40년이 넘도록 해온 일을 그대로 무덤으로 가지고 가기에는 세상에 크나 큰 죄를 짓고 가는 것이라 생각되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거나 했던 일들을 얼마나 제대로 기록으로 남길 수 있을지 사뭇 걱정이 된다.

지금껏 우리는 전통 배를 만드는 데만 열중하였다. 옛날 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늦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배 만드는 기능이 사라지기 전에 옛날 배 못지않은 근현대의 배를 만드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또한 아무리 배를 잘 만들어도 배를 부릴 수 없다면 하등 쓸모없는 것이 될 것이다.

그래서 배를 운항하는 방법들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썼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학문 쪽은 학자들께서 맡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는 오로지 현장에서 거친 일을 하면서 있었던 일들이랑 체험했던 것이나 그 뒷이야기와 배를 만드는 목재의 준비와 배 만드는 과정 등을 자세히 썼다.

내가 알고 있는 것 중 단 한가지만이라도 후대에 바르게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한 것인데 독자들에게 외면당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 사회로부터 직간접으로 많은 도움을 받고 살아왔으니 이렇게라도 빚을 갚는 심정으로 내가 가진 이 작은 것이나마 사회에 내어 놓겠다는 심정으로 쓴 것이며 필요한 모든 분들께 이 책을 바칩니다. 2015년

저자약력 : 마광남(馬光男)

1942년 완도생
1969년 배무이 입문
2001년 한선기능전승자 선정(노동부 2001-5호)
2005년 대한명인 지정(대한 신문화예술교류회)
2005년 장보고선박 복원 자문위원(재, 해상왕장보고기념사업회)
2007년 전남도 거북선형 유람선 자문위원(전라남도)
2009년 이순신연구소 거북선복원고증위원(순천향대학교)
2013년 장보고기념관 자문위원
2013년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50호 조선장

저 서 
<배무이가 쓴 거북선> <배목수가 쓴 돛단배이야기> <우리 문화명절 이야기>

목 차

머리말|
서 문

제1장 배 만들기

1) 배의 탄생
2) 선소(船所): 남해선소/ 대굴포선소/ 우이도선 소
3) 배무이용 공구
알기/ 만냇기/ 꺽쇠/ 도끼/ 구지못/ 조임쇠/ 톱/ 각도기/ 활비비/ 대패/ 구기사시/ 끌/ 망치/ 수평/ 자귀/ 먹통/ 먹칼.
4) 배 만들기:
선목준비/ 목도/ 톱질/ 목재의 건 조/ 배무이 장소/ 고임목/ 배 밑 짜기/ 이물 비우/ 하반/ 간답/ 부자리 삼 붙이기/ 옆 삼 붙이기/ 판재의 연결법/ 고부랭이/ 덤불/ 통 5) 선박의 부재별 명칭: 배를 가리키는 어휘/ 배의 부재별 명칭

제2장 범선의 추진기구

1. 노

2. 우리나라의 노
1) 노 만들기
2) 완도지방의 노
3) 제주도의 노
4) 강화도의 노
5) 통영지방의 노
6) 중국의 노
7) 일본의 노
8) 노의 설치 장소: 우리나라 지역별 노의 명칭 및 동양 삼국의 노에 명칭
9) 노 젓는 방법
10) 파도가 있을 때 노 젓는 방법

3. 돛과 돛의 제작
1) 범선, 범노선. 노선
2) 돛의 종류
3) 돛 만들기
4) 돛대 만들기
5) 치

4. 닻과 닻줄
1) 닻
2) 닻줄

제3장 돛단배의 항해법 및 체험기

1. 역풍항해법
2. 뒤바람 항해법
3. 체험기

부록
1. 조선시대 전선의 개조와 개삭 연한(戰船改造 改槊 年限)
2. 도량형(度量衡)
3. 뱃사람들의 속담과 격언
4. 바람의 이름
5 물때 알아보기
6. 저자가 만들었던 배 그림

이 책에 소개되는 글들은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터득한 것들을 쓴 것이어서, 용어가 거칠거나, 목수들이 쓰는 용어를 그대로 써서 다소 생소한 것들이 있겠지만 현장감을 그대로 살리려는 의도였으니 십분 이해하여 주었으면 한다.

마광남 소개글 : http://www.hani.co.kr/arti/society/rights/666106.html

마광남  wd34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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