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대로 두자

익히 아시는 바와 같이 생명들은 자연에서 나서, 자연에서 살다가, 자연으로 간다. 모든 생명들은 그 스스로가 자연이므로 자연으로 살다가는 것이다. 뻔한 얘기지만 또 한다.

한 생명이 홀로 살 수는 없다. 만물은 하나의 자연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예외는 없고 인간 또한 그러하다. 하지만 인간은 이를 잊었다. 아니 잊기를 원했다. 어설픈 인간의 사고력과 지력이 자신을 자연에서 분리시킨 것이다. 그런 후 자신을 자연의 상위에 놓았다. 착각이고 오판이다. 잘못된 그 사고는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로 확장되었다. 심지어 자신이 자연보다 우위에 있으므로 자연을 관리하고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연을 보호한다는 생각에 도달했을까?

▲ 사진출처: 한겨레, 인간의 발길이 거의 없는 곳

인간은 자연을 관리개발하거나 보호할 수 없다.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 인간의 어리석음과 건방짐이다. 진정으로 자연을 보호하고 싶다면 그대로 두면 된다. 인간들이 발길을 끊으면 된다. 자연은 자력자생하므로 본 모습을 찾을 것이다. 인간이 자연을 가까이 할수록 자연은 본 모습을 잃고 망가진다. 지극히 작은 인간이 어찌 감당할 수 없이 큰 자연을 보호하고 관리할 수 있겠는가? 자연보호란 인간의 허황된 망상이다. 자연은 인간의 보호대상이 아니다. 될 수도 없다. 인간이 자연의 보호를 받는다면 몰라도.

이는 인간관계에서도 같다. 누가 누구를 보호한단 말인가? 동등하고 대등한 삶에서는 보호란 없다. 도움과 지원만이 있을 뿐이다. 친구, 동료, 부자, 부부, 노사 등 어떤 인간관계에서도 보호개념은 잘못 된 것이다. 보호는 종속이고 구속이기 때문이다. 보호는 갑을과 주종을 내포한다. 그러므로 누구를 보호하거나 누구의 보호를 받지 말아야 한다. 그 순간 예속하고 예속될 것이다. 독립체로 살아야 자유와 권한도 주어진다.

▲ 사진출처: pixabay, 자연은 인간 손 위에서 보호될 수 없다.

무엇이건 세력이 커지면 문제를 일으킨다. 타물을 간섭하고 괴롭힌다. 죽이기까지 한다. 한 개체에서 국가에 이르기까지. 강자가 문제인가 약자가 문제인가? 부자가 문제인가 빈자가 문제인가? 강대국이 문제인가 약소국이 문제인가? 고로 만사만물은 지나침(過)보다 부족함(寡)이 좋다. 과대하지 말아야 한다. 생명은 높고 거대한 곳이 아니라 낮고 작은 곳에 있다. 조화로운 삶도 그렇다.

자연보호라는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절대자의 인간창조는 실수다. 스스로 진화했다면 이젠 멈춰야 한다. 인간은 너무 강해졌다.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고 있다. 인간의 발길이 닿는 곳이면 상처받지 않는 곳이 없다. 인간끼리도 상처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월의식과 과대망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인간은 자연과 만물지덕으로 살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감사해야 하고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먹이사슬에서 최상층에 있는 인간은 만물의 천적이기도 하다. 이대로 가면 인간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들이 생명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인간은 인간의 틀에서 벗어나 만물의 한 개체로 거듭 나야 한다. 그게 함께 사는 길이다.

▲ 사진출처: 한겨레, 사람의 발길이 뜸한 녹음 짙은 산야.

갑과 을이 만나 얘기를 나눈다. 들어보자.

갑: 어이, 저기 좀 봐. 지난번에는 없었는데 저렇게 번듯한 도로가 났네.

을: 그랬던가? 나는 무심히 지나쳤는데.

갑: 인간의 힘은 참으로 대단해. 못할 게 없는 것 같아. 언제 저런 번듯한 도로를 개설했을까?

을: 그렇기는 해. 그게 탈이지만.

갑: 탈이라고? 인간의 능력을 힐난하는 것인가?

을: 음~ 안타까움이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우려스럽기도 하고.

갑: 무엇을 우려한단 말이야? 인간의 손길이 저 우주 끝까지 뻗힌다면, 우리의 삶의 영역은 엄청나게 확장될 거야. 그리고 좋아지지 않겠어?

을: 과연 그럴까? 좋기만 할까?

갑: 그렇지 않으면 어떻단 말이야? 왜 그리 부정적인가?

을: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들은 무엇으로 살지? 물론 과학과 기술이 우리의 삶을 편리하고 안락하게 했지.

갑: 그럼 된 것 아니야? 뭐가 문젠데? 너도 그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잖아? 감사해야지.

을: 맞아. 나도 인정해. 감사도 하고. 하지만 말이야 잠시 멈추고 주변을 한 번 살펴 봐. 생태계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으며, 생명체들이 얼마나 사라지고 있는지. 첨단과학기술은 빛의 속도로 가고 있지만, 우리의 의식은 정체상태야. 그리고 우리들은 무엇을 먹고 어디서 살고 있지?

▲ 사진출처: 한겨레, 현대문명의 상징 회색도시

갑: 그야 식품이지. 식물과 동물등. 그리고 땅에서 살고.

을: 그들을 어디에서 얻지?

갑: 그야 이 땅이지. 이 흙에서.

을: 그럼 우리가 힘을 쏟고 정성을 들여야 하는 곳이 어디지?

갑: 음~ 그런 측면이라면 땅, 흙?

을: 맞아. 그런데 우리는 땅에 무슨 짓을 하고 있지?

갑: (말문이 막힌다) 아~ 그게~

을: 온갖 더럽고 독한 것을 땅에다 버리거나 묻고 있어. 땅은 말이 없지만 모르고 있을까? 땅이 병들면 우리의 먹거리들은 어찌 될까?

갑: 오염되고, 유전자 변형되고...

을: 그렇다고 먹지 않을 수 있나?

갑: 그래도 먹어야지. 살아야 하니까.

을: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지? 이 땅을 그대로 두어야 하나?

갑: 안 되지. 살려야지. 복원해야지.

을: 만약에 말이야, 과학기술에 투자하는 절반, 아니 그 절반만 땅에 투자한다면 건강하고 비옥한 땅이 되지 않을까? 그러면 땅은 우리에게 그 몇 배로 돌려주겠지.

갑: 맞아. 그게 우리가 해야 할 최우선 과제이겠네.

을: 고맙다. 동의해 줘서. 진정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땅을 건강하게 하는 거야. 그래야 우리가 살 수 있어. 빠를수록 좋겠지. 땅은 우리의 젖줄이고 생명줄이야.

편집 : 김동호 객원편집위원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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