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보다 사람이 먼저다, 사람중심·안전중심 정책 시행하라”

서울교통공사가 추진 중인 8호선 무인시스템 시범사업 즉각 중단해야

지난 19일 416연대, 강동연대회의. 송파시민연대, 공공교통네트워크 4개 시민사회단체는 서울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형숙 강동연대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서울교통공사가 추진 중인 8호선 무인시스템 시범사업의 안전을 우려한다면서 “서울교통공사는 아무런 협의 없이 추진 중인 각종 시범사업들을 즉각 중단하고 노동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와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 2018년 7월 19일 오전 서울시청사 앞에서 416연대·강동연대회의·송파시민연대·공공교통네트워크 4개 시민사회단체가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최형숙 강동연대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있는 장면.

이 자리에서 김정수 송파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서울시 도시철도 8호선 지역단체 이용자 입장으로 “오늘 기자회견 참석 요청받고 깜짝 놀라면서도 불안했다. 대구지하철화재 사건 악몽이 전화 받는 순간 되살아났다”며 “당시 2인승무제에서 1인승무제로 전환이 사고 이유 중 하나”라고 사건 원인을 되짚고 “그런데 이제 아예 무인승무제를 하겠다고 한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듣고 내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여기에 무인역사화하겠다고 한다”고 밝히고, “안전과 생명에 반하는 정책을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추진한다니 황당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동안 해당 지역 시민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면서 “이게 시민들을 위한 공공정책 모습인가, 이렇게 해서 교통 공공성을 지킬 수 있다고 보는가, 시민 안전과 생명을 우선시한다는 박원순 시장의 시정과 맞물려 있는 것인가”라고 거듭 문제를 제기하고 “서울교통공사노조가 나서기 전이라도 지역 주민들이 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고 밝혀야할 진실이 있다면 처벌도 요구하겠다.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비판했다.

또 이 자리에서 박래군 4·16연대 공동대표는 “세월호 참사 이후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위험한 사회인 줄 확인했다. 그동안 경쟁과 효율을 쫓다보니 안전 문제를 도외시하고 관련한 규제를 다 풀어주면서 세월호 참사로 이어졌던 것”이라며, “만약 서울에서 무인역사 무인승무가 시행된다면 이게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가 시도하면 전국 시도가 따라한다. 부산·광주·대구에서도 무인승무·무인운전이 확산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그렇다. 서울시가 하면, 그게 마치 무슨 모범인 것처럼 받아들여져 다른 곳이 따라한다. 서울교통공사가 추진하려는 무인역사·무인승무제는 시행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황철우 서울교통공사노조사무처장은 “나는 2호선 기관사이기도 하다”며 “무인운전 도입되면 심각한 시민 안전 침해가 일어난다. 안전은 사고 후 조치가 아니라, 사고 전 예방이다. 기관사는 하루 수천 명 승객들을 이동하면서 사전 사고를 감지하고 예방하고 조치한다”고 밝히고 “하지만 김태호 사장은 이와 무관하게 무인운전을 추진하고 있다. 무인역사 마찬가지다. 하루 이용 승객이 7백30만 명이라고 한다. 역사 이용할 때마다 시민들의 불편이 크다. 그곳을 책임지고 서비스할 직원들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인이 아니라 안전 인력·서비스 향상을 위한 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무인화 중단을 촉구했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어느 날 갑자기 무인운전이니, 무인역사니 하는 이야기가 들린다. 하지만 하루에 못해도 한 시간, 길게는 두 시간 이용해야 하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그것이 마치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내가 이용하고 내가 사랑하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대중교통에 관한 정책이 이렇게 시행되고 있다”고 성토하면서 “자가용을 이용하는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모르겠지만, 매일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그 불안이 씻기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요구가 그렇게 가당찮은 것도 아니다. 무리하게 추진하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시민사회,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과 대화하라”고 요구했다.

▲ 19일 서울시청사 앞에서 416연대·강동연대회의·송파시민연대·공공교통네트워크 4개 시민사회단체가 기자회견을 마무리 하기에 앞서 "기계보다 사람이 먼저다! 사람중심, 안전중심의 정책을 시행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는 장면.

다음은 이 날 이들 단체가 발표한 기지회견 전문이다.

공공교통은 단순히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공급되는 서비스가 아니라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공공재이자 사회정책이다. 따라서 관련된 정책의 변화는 당연히 이용자 시민들이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쳐서 진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현대 사회와 같이 기술의 고도화가 역설적으로 안전을 해칠 수 있는 복잡성의 시대에는 좀 더 민주적인 정책 결정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 달 26일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의 기자회견을 통해서 시작된 ‘무인운전, 무인역사’ 논란은 이런 과정을 거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이용자인 시민의 입장에서는 어떤 정책변화가 있는 줄도 모르는 사이에 서울교통공사가 자체적인 결정과정을 통해서 이미 확정하고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7월 11일에 있었던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의 조합원 총회와 이에 대한 서울교통공사의 반박, 그리고 노동조합의 재반박을 보면서 정작 이용자이자 비용을 지불하는 시민들의 자리는 없다는 것에 실망한다.

서울교통공사 측이 말하는 ‘스마트 역사 계획’이 정말 효율적이고 시민들의 안전에 도움이 된다면 이를 공개적으로 검증하면서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노동조합에서 우려하는 무인운전의 도입을 둘러싸고, ‘운전자 없는 운행체계DTO’라는 말을 하면서도 ‘무인운전’이 아니라는 교통공사 측의 해명은 말장난으로 들릴 뿐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생활과 안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교통정책의 변화가 서울시 교통관료와 서울교통공사의 내부 정책과정을 통해서만 결정되고 집행된다는 현실이다. 시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정말 혁신인지도 의문이지만 실제로 이용자인 시민이 그런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이용할 수 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도입되는 기술이 ‘시민을 위한 것’인지도 알 수가 없다.

이에 416연대, 강동연대회의, 공공교통네트워크, 송파시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측에 시민참여가 보장된 신기술 도입을 촉구하는 한편, 차제에 교통정책의 거버넌스 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편할 것을 촉구하고자 한다. 정작 중요한 결정에서는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시민을 배제하면서 ‘민주주의’를 입에 올릴 수 없다. 또한 이 과정이 마련될 때까지 서울교통공사는 무리하게 신기술 도입을 추진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모든 과정을 중단하고 이용자 시민과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함께 참여하여 결정할 수 있는 협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서 새롭게 도입하는 기술이 이용자 시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더 이상 시민의 불안을 이용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그리고 이 책임은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먼저 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기계보다 사람이 먼저다! 사람중심, 안전중심의 정책을 시행하라!

- 서울교통공사는 일방적인 각종 시범사업들을 즉각 중단하라!

-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노동조합과 시민사회와의 사회적 협의에 나서라!

2018년 7월 19일

416연대․강동연대회의․공공교통네트워크․송파시민연대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위정량 시민통신원  eorjs04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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