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단 기득권 승려 비리를 바로 잡고 신도들과 함께 만드는 종교 되어야

 

▲ 원래 계획은 이날 승려대회를 통하여 조계종 개혁을 이끌려고 했지만 참가 스님들도 예상보다 적고, 준비 부족으로 '전국승려결의대회'로 그 성격을 바꾸어 진행하였다.

8월 26일 오후 2시 불교 개혁을 외치는 전국승려결의대회 참가 스님들과 사부대중들이 서울 조계사 일주문을 사이에 두고 교권수호결의대회 참가 스님들 및 신자들과 대치 아닌 대치에 들어갔다.

▲ 26일 조계사 마당에서는 전국승려대회에 대한 맞불 집회로서 조계종단 주류 세력들이 벌인 '교권수호결의대회'가 열렸다.
▲ 조계사 일주문 주변을 막아서고 있는 '교권수호결의대회' 참가 승려들

26일 조계종 승려대회가 예정되자 이를 막는 맞불 행사로 조계사 경내에서 교권수호결의대회가 열린 것이다. 이날 낮 12시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하는 음악회를 마친 뒤 교권수호결의대회가 열렸다.

한국 불교 조계종단은 과거 서의현 총무원장 때도 승려대회를 통하여 조계종단을 일신한 적이 있다. 설정 총무원장은 MBC피디수첩 등의 보도를 통하여 은처자 의혹, 학력위조 등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이면서 퇴진 요구를 받아왔다. 이에 앞서 촛불혁명 이후 조계종단 안의 적폐 청산 목소리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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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피디수첩 보도 이후 설조 스님이 41일 단식을 해 설정 총무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다가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하였다. 그 과정에서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 모임'이 발족되고, 승려대회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 8월 16일 중앙종회는 설정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를 하고, 8월 22일에는 원로회의가 총무원장 불신임을 인준한다.

설정 총무원장은 퇴진했지만 자승 전 총무원장 등을 중심으로 하는 조계종단 주류세력들은 종헌 종법에 따라 60일 내에 보궐선거를 통하여 다시 총무원장을 선출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승려대회를 추진하는 스님들과 불자들은 종헌을 개정하고 대대적인 적폐 청산에 나서자고 요구하고 있다. 일부 스님들과 실천승가회, 재가불자 단체들이 대대적인 조계종 적폐 청산을 요구하면서 8월 26일 전국승려대회를 준비해 왔다. 그렇지만 대대적인 승려대회가 어렵게 되어 전국승려결의대회 명칭을 변경하면서 다음을 기약하고 있다.

이날 조계사 앞마당과 옆마당 등에 교권수호결의대회에 참가한 스님, 신도 등 2천여 명이 자리를 잡았고, 조계종 개혁을 외치는 스님들과 일반 신도 등 2천여 명은 우정국 앞 도로 절반을 막아 승려결의대회를 열었다.

41일 간의 단식으로 병원 진료를 받아왔던 설조스님도 이날 승려결의대회에 참석하여 결의대회에 참석한 스님들과 신도들에게 "승가답고 재가답게 교단이 정립되어야 부처님의 말씀따라 순화될 수 있다. 온 마음을 다해서 적폐를 청산하자”고 역설하였다.

▲ '전국승려결의대회'에는 약 400명 정도의 스님들이 모였고, 사부대중 등 전체 2천여 명이 모였다.
▲ 조계사 앞 도로에서 '자승 적폐청산'이란 현수막을 내걸고 벌이고 있는 전국승려대회의 모습

전국선원수좌회 의장 월암스님은 “종헌종법의 준수라는 미명 아래 기득권 유지와 나눠먹기의 음모로 종권을 연장하려는 술수는 엄연한 적폐다. 도도히 흐르는 문명사의 강물을 따라 지금 여기 모인 사부대중의 발심과 원력으로 조계종과 한국불교의 개혁을 선언하고자 한다. 가슴 저미는 아픔을 화두로 씹으며 썩은 환부를 도려내고 새살이 돋아나게 해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로 종단을 향해 다시 한 번 개혁을 촉구한다”고 승려대회 봉헌사를 하기도 하였다.

▲ 재가 불자 등 다양한 불자 단체들이 총무원장 직선, 재가불자 참여 등 조계종 개혁을 위한 요구의 목소리들을 현수막으로 내걸고 집회에 참석했다.

이날 승려결의대회에서는 5개항을 결의했다. ▲ 총무원장 직선 및 비구니의 종단 운영 참여 ▲ 재정의 투명한 통합관리 및 승가 복지 실현 ▲ 재정의 사유화를 막고 은처승, 비리승의 퇴출 및 사부대중의 종단운영 참여 ▲ 종단을 혼란에 빠뜨린 권승들 자진 사퇴 ▲ 원로회의는 중앙종회와 총무원 집행부를 즉각 해산하고 '비상종단개혁위원회' 구성.

▲ '전국승려결의대회'에 참가한 스님들도 조계사 앞을 행진하면서 조게종의 적폐청산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결의대회 참가자들을 중심으로 종단개혁추진위원회를 구성, 결의한 내용이 관철될 때까지 개혁운동을 이어나가겠다는 결의를 다지기도 하였다. 이들은  결의 대회를 마치고  조계사 주변 거리를 행진하면서 '총무원장 직선', '중앙종회 새해산', '자승 멸빈', '지홍 구속'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행진을 하였다. 이들은 행진을 마치고 다시 우정로에 집결하여 회향식을 한 뒤 해산했다. 촛불혁명 이후 우리 사회 곳곳에서 타오르고 있는 '척폐청산'의 목소리가 한국 불교 조계종단의 개혁은 물론 우리 사회의 타 종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전국승려결의대회' 참가 불자들은 '중앙종회해산'. '자승 멸빈', '총무원장 직선', '지홍 구속' 등 다양한 피켓을 들고 조계사 주변 거리를 행진하면서 조계종 적폐청산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불교 조계종의 개혁 진통의 목소리를 들으며 대만의 거사불교운동이 떠오른다. 재가불자들이 나서서 청정한 불교를 만들고, 종단에 대한 불복종운동, 시주 거부운동 등을 전개하여 기득권 승려들이 종권을 잡고 쥐락펴락하는 사태를 종식시켜야 한다는 불자들의 의견도 있다. 다양한 재가공동체가 활성화되어 재가불자가 스님에게 종속된 것이 아니라 스님들과 함께 불법을 펴는 불교공동체 운동으로 발전한다면 불교를 떠났던 많은 신도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광철 주주통신원  kkc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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