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칼럼] 먹고사는 삶의 조건으로서의 ‘집’

이동구 에디터l승인2018.09.14l수정2018.09.1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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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은 예나 지금이나 강남이 끌고간다. 나머지 지역 집값은 강남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강남이 28억 원인데 우린 20억 원은 되어야지.” 매년 몇 억 원씩 아파트값이 오르는데 ‘종부세’가 대수겠나. 그런데 요즘 강남이고 강북이고 수도권이고 집값이 다 오르자 모두 희희낙락 하는 분위기인데 왜곡된 부동산 정책의 본질이 가려진 듯하다. 

단순한 예로 강남 30억원 아파트가 10% 오르면 집주인은 3억 원의 부가 쌓인다. 강북의 10억 원 아파트가 10% 오르면 1억 원 쌓인다. 강남 집주인의 부가 2억 원 더 쌓인다는 말이다. 서울만 놓고 본다면 강남의 부가 강북의 부보다 2~3배 이상 지속적으로 더 늘어간다는 말이다. 강남북 균형이 아니라 '강남 불균형이 심화'된다는 뜻이다. "투자한 금액이 다르잖냐"고 반문한다면 그야말로 집을 거주가 아닌 '투기'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게다가 강남지역은 강북과 비교 안 되는 초대형 개발 이슈가 줄서있다. 100층 규모의 롯데타워 입주에 이어 영동대로 일대에 잠실야구장 30배 크기의 지하도시와 삼성역 환승센터 개발, 종합운동장과 현대자동차 그룹 입주, 대형 컨벤션 센터 건설, 서초~양재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등 대규모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관련 영상 보기] https://youtu.be/PanP0w16rNM

이런 개발에 강남 일대 집값이 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미 소위 ‘사’자 끼리끼리 지역이 된지 오래인 강남에 명문학교 이전, 최고의 학원가, 대기업 이전에 줄줄이 서있는 개발호재, 여기에 주변 분당, 판교, 세곡, 과천, 시흥, 안양으로 이어지는 광역 강남개발 계획을 감안한다면 지금의 강남 집값 폭등은 시작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다. 더구나 서울만 놓고 본다면 강남북을 같은 수준(자원 및 재정투자)으로 개발한다고 해도 이미 풍족한 인프라를 갖춘 강남에서의 개발 시너지 효과가 훨씬 크게 된다. 

이런 점을 볼 때 우리나라의 부동산 정책은 이미 세제나 규제, 공급이라는 차원의 수준을 넘었다. ‘도시균형개발’, ‘국토균형발전’ 비전을 먼저 세우고 도시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철학이 분명한 도시개발, 국토개발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동시에 저소득층, 집 없는 서민을 위해서는 단기에 공공임대주택을 큰폭으로 늘려야 한다. 특히 서울 변두리, 또는 외곽지역이 아닌 입주예정자들이 선호하는 중심 지역이어야 한다. 이는 용적률 확대 등 규제완화 또는 혜택으로 정부 재원 없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얼마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용산, 여의도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가 철회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 일에 대해 서울 강북에 사는 사람들조차 화나게 만든 건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부동산을 보는 시민들의 일반인식에 대한 사려 없이 특정 지역 개발 발표를 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보수언론이 “박원순 시장이 강북 집값도 올렸다”는 프레임을 쓰는데 이건 맞지 않다. 부동산 자산 가치는 상대적 개념이다. 다같이 올랐다고 오른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착시일 뿐이다.

‘집은 사고파는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 먹고사는 삶의 조건’이라면 부동산, 금융, 세제 등 모든 정부정책은 여기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불로소독, 부당이득에 대해 양도세, 상속세처럼 40~50% 수준의 불로소득 부당이득 과세도 검토해야 한다.  

이미 촛불시민들의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는 깨진 것 같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서둘러 미봉책을 낼 게 아니라 ‘중장기 국토 균형 개발에 대한 비전’을 내고 거기에 따른 종합적 접근과 국가 예산 전략부터 다시 짜야 한다. 

이동구 에디터  do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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