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열어준 밝은 미래

정경호 주주통신원l승인2018.09.30l수정2018.10.0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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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와의 인연은 1987년 창간주주 때까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6월 민주항쟁으로 민주주의 열기가 고조되고 있을 때 한겨레 창간운동이 일어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광주에서 전남대학교 2학년 재학중일 때 5·18민주화운동을 겪은 나는 국내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는 현실을 목도하였다. 그나마 광주의 진실을 보도하려는 신문 기사는 군부의 검열을 받아서 삭제되어 허옇게 빈칸으로 나오는 것을 목격하고 언론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 속 깊이 느꼈다. 그래서 국민의 성금을 받아서 신문사를 만들고 이 성금을 주식으로 전환해준다는 말에 반가운 마음에 250만원을 내게 되었다. 이 돈은 당시 내가 교사로서 받은 평소 월급의 8개월분쯤 해당하는 금액으로 기억한다.

창간을 준비하면서 소식지가 나왔는데 거기에 내가 창간주주로 인터뷰한 내용이 있다. 내가 '주식교부 1호'라고 해서 인터뷰할 기회를 주었던 것이다. 그 인터뷰를 할때 ‘2년 6개월 저축한 돈’이라고 했는데, 이 기사를 보고 주변의 여선생님으로부터 ‘저축을 그것밖에 못했느냐’는 애교 섞인 질책을 받았다. 나의 대답은 “남자가 술마시느라 저축 한 푼 못한 사람이 태반인데 이 정도 저축했으면 대단한 것 아닌가?”

당시 한겨레신문은 민주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거의 모두 보았고, 한겨레 배달과 홍보 등에도 앞장섰다. 광주와 전남지역에서 청년운동을 하는 친구 중에 한 명은 나를 만나자고 하더니 내가 한겨레와 인터뷰한 기사를 보았다고 하면서 앞장서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뿌듯해했다. 나중에 이 기사가 창간호에도 그대로 옮겨져 실렸다. 창간호에 실려서 그런지 이 인터뷰 기사가 한겨레 사옥에 동판으로 새겨져있다.

한겨레와 나의 또 한 번의 결정적 인연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한겨레가 9월 9일에 개최한 ‘대선정책 제안 만민공동회’ 행사로 이어졌다. 당시 민주정부를 갈망했던 나는 5분 정책 제안을 하기 위해 전남 순천에서 5시간 걸려 서울로 달려갔다. 그 때 발표가 인상적이었던지 현장을 취재하고 있던 김외현기자가 전화로 인터뷰 신청을 해왔다. 그 인터뷰 내용을 한겨레가 9월 11일에 다음과 같이 보도하였다.

“38선과 휴전선이 겹치는 분단의 상징적 지역인 경기도 연천에 국제평화지대를 만들자”고 제안한 그는 1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국론의 장이 더 넓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순천전자고 역사교사라고 소개했다.

- 참석한 계기는?

“평소 중요하다고 생각한 정치나 통일 정책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내 의견도 공유하고 싶었다. 이런 기회가 잘 없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게시판에 이런 제안을 올려본 적이 있었지만,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 같지 않았다.”

- 참석해본 소감은?

“참가자들뿐 아니라 전문가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직접민주주의 장점을 가미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나의 제안에 대해 다른 참가자들이 별표를 달아주거나, 내용을 보완해 제안하는 것도 뜻 깊었다. 언론이 이런 행사를 자주 보도해 여론화했으면 좋겠다. 대선 국면에서도 민의에 귀를 기울이는 후보가 이런 장을 열어주기 바란다. 이를 통해 국민의 뜻을 듣고 공약을 만들고 사회적 이슈를 개발하는 등 국론의 장이 좀 더 넓었으면 한다.”

- 어떤 후보를 찍을 생각인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걸 잘 집어내고 쟁점화하면서 해결하려는 진정성 있는 의지를 보인다면 뽑을 것이다. 사회의 모든 운동은 통일로 귀결해야 한다. 사회 발전이 통일지향적이어야 진보적일 수 있다. 내가 말하는 진보는 흔히 쓰이는 정치 용어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이다.”

이 신문기사를 보고 살림터 출판사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혹시 책을 써볼 생각은 없습니까?”

나는 가슴이 콩닥거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정년퇴직하면서 교직생활을 회고하는 책이나 한번 써봐야겠다고 생각해오던 터라 "생각해 보겠다"고 하였다. 내가 과연 책을 쓸 수 있는가 수없이 자문하면서도 가슴이 벅차오름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딱 1개월이 지나고 10월 중순에 책을 한 번 써보겠다고 답변했다. 책을 쓰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가장 좋은 방법이 ‘학습연구년제’의 혜택을 받아야 했다. 이 제도는 교사들이 1년간 자기계발시간을 갖도록 배려해주는 것인데, 교원평가 점수가 좋은 교사들에게 주는 일종의 포상의 성격도 있었다. 교수들의 안식년제 같은 제도가 초중고 교사에게도 도입되어 2년째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 ‘학습연구년제’를 신청하여 선정되었다! 얼마나 뛸 듯이 기뻤던지.

1년간 학교에 근무하지 않으면서 연구 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던 지라 서울을 자주 왕래하면서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대북협상과 남북교류 사업 등에 참여한 사람들에게서 경험을 듣고 내 나름대로의 통일비전을 세우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만든 책이 『선생님, 통일이 뭐에요?』이다. 그리고 11월 하순에 출판기념회도 하고 지금 생각해도 가장 뿌듯한 2013년 한해를 보냈다. 이 책이 나오자 출판사는 한겨레에 또 광고를 내주었다.

▲ 한겨레에 나온 책 광고

그런데 또 한 번 한겨레와 인연을 맺었는데, 2014년 2월 24일에 ‘통일은 대박이라는데 통일교육은 쪽박신세’라는 기획기사에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기자가 내 책을 읽고 기획기사를 쓰게 되었다고 하면서 순천까지 와서 취재하여 22면 한 면을 가득 채운 그 기사는 다음과 같다.

전남 순천전자고 정경호 역사교사는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통일과 북한 문제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통일이 될 경우 남한의 물질적 풍요를 양보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북한의 이질적인 사회 체제에 대한 반감이 심해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지 않다”고 설명한다. 

통일 문제는 도덕과 윤리, 사회와 역사 교과 등에서 다루고 있다. 초·중·고 교과별로 통일 문제를 다루는 범위와 분량은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통일 문제의 중요성에 비해 교과서 비중이 작다고 교사들은 지적한다. 정경호 교사는 “고등학교 ‘생활과윤리’ 교과서의 경우 전체 쪽수는 250~300쪽으로 출판사별로 다른데 통일과 관련된 서술 부분은 약속이라도 한 듯 10쪽 정도에 그친다”며 “적어도 대단원 하나 정도의 분량이 필요하지만 ‘평화와 윤리’라는 대단원 아래 ‘민족통합의 윤리적 과제’와 같은 중 단원 하나로 다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서술 방식도 ‘통일은 인권과 평화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게 한다’, ‘남북한이 통일을 이룸으로써 한반도와 지구촌의 평화 정착에 기여할 수 있다’와 같은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정 교사는 “통일교육은 아이들의 공감과 관심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지만, 교과서의 내용이 빈약한 탓에 아이들이 통일 문제를 자신의 삶과 연결 지어 깊이 있게 고민해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렇게 보도해주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저렇게 똑똑한 인터뷰를 했는가 싶게 나름 뿌듯함을 느낀다. 2014년에는 노무현 정부의 통일부장관이었던 이종석이 순천에 와서 북콘서트를 할 때 토론자로 참여하기도 하였다.(사진 속 마이크 든 사람이 필자)

▲ 이종석 북콘서트에 토론자로 참석

김승환 전북 교육감은 자신의 저서인 『교육감은 독서 중』에서 자신이 읽은 책 84권을 소개하면서 내 졸저도 소개하여 주었다. 이 소식을 접하고 출판기념회에 갔더니 ‘대한민국 통일의 전사’라는 격려 글과 함께 싸인을 해주었다.

한겨레는 나에게 많은 기쁨과 보람의 산실이자 긍지이다. 요즘 같이 출판시장이 위축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내 졸저는 6쇄를 찍었다. 아버지는 생전에 큰 형이 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하여 신문에 실린 기사와 함께 내가 한겨레에 주식교부1호로 인터뷰한 신문기사를 오려서 속주머니에 담고 다니셨다. 그 기사가 유품에서 나와서 가슴이 뭉클하고 찡했던 기억이 새롭다.

이제 한반도에 문명사적인 전환까지 꿈꿔볼 수 있는 정세가 전개되고 있다. 이 전환기 정세에서 의식이 출중한 우리 한겨레 주주들이 힘을 합쳐 할 일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나는 삶과 인간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 세대인 한겨레 주주 세대들이 통일과 평화를 위해 경험과 지혜를 모아서 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해본다. 특히 우리 민족의 원형질이라고 할 수 있는 흙에서 나온 순수함과 부지런함, 공동체성이 우리 민족 통합에 중요한 자산임을 느낀다. 이를 간직한 우리 주주님들이 기여할 영역이 있는 것이다. 통일과 평화세상에 멋진 주역을 꿈꾸어 보시면 어때요?

편집자 주 : 정경호 주주통신원은 현 순천복성고 역사 교사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정경호 주주통신원  jkh353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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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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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허실실 2018-11-08 21:53:31

    정선생님처럼 뚜렷한 교육관과 올바른 역사관을 지닌 선생님에게 가르침받는 학생들이 장차 미래의 통일된 한반도의 주역이 되리라 믿습니다.~^^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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