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국어사전에는 좋은 뜻보단 나쁜 뜻으로 쓰인다고 나와 있는 명사. 그러나 지금 난 좋은 뜻의 ‘중독’을 말하고 싶다.

‘59회’
내 나이보다 조금 많은 숫자. 지금까지 내가 한 헌혈 횟수다. 나는 헌혈에 중독됐다. 그리고 이 중독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게 마냥 행복하다.

30년 전 어느 날, 머지않아 아빠가 된다는 설렘과 함께 막연한 두려움이 찾아왔다. 혹시 출산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머리 한구석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출산 시 피가 많이 필요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돈보단 피를 저축해둬야겠다고 판단했다. ‘헌혈 중독’의 시작이었다. 다행히 아내는 두 아이를 자연분만으로 건강하게 출산했다. 그래서 출산에 대한 걱정은 사라졌지만, 혈액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를 위해서 베풀 수 있다는 게 기뻐 헌혈 주기(전혈은 2개월, 성분헌혈은 2주)를 계속 기다리게 됐다. 행복한 ‘헌혈 중독’ 상태에 빠진 것이다.

30년간 헌혈 중독 증상은 내겐 커다란 자부심이 됐다. 다행히 앞으로도 헌혈을 할 수 있는 기간이 많이 남아있다. ‘17세 이상 69세 이하’가 헌혈 가능 연령이니 말이다. 700회 헌혈을 한 사람에 비하면 보잘것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난 이 중독 증상이 정말 좋다. 내 글을 읽은 누군가도 ‘헌혈 중독’에 빠져보길 기대해본다.

▲ 헌혈 30회 및 50회 달성 시 받은 유공장
이호강 주주통신원  jihanp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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