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합차 지붕에 스피커를 장착하고 집회 및 시위하는 한국노총 건설노조

 갑자기 군가처럼 들리는 확성기 소음이 요란하게 들려온다. 창밖을 내다보니 도로가에 주차한 노란색 승합차 몇 대가 보인다. 차에 꽂은 붉은색 깃발이 바람에 펄럭인다. 자유한국당 ‘국회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 관련해 민주당과 야3당의 강경 대등에 맞선 극우단체의 불법집회려니 생각하고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 1시간이 넘게 지났는데도 귀에 거슬리는 큰 소음이 여전하다. 112에 신고할까 생각하다가 나 말고 누군가 하겠지 싶어 접었다. 시위현장에 직접 가서 사정을 자세히 알고 싶어 나가 보니 경찰차도 나와 있다. 시위현장 도로 건너편 아파트 입구 쪽에서는 경찰로 보이는 두 사람이 소음을 측정하고 있다. 온통 노랗게 도색한 자동차와 펄럭이는 붉은 깃발에 ‘단결·투쟁’이란 글자가 선명하다. 아마도 노동자 임금을 체불한 악덕 사주를 성토하기 위해 시위하는가 보다 생각하고 호수공원 한 바퀴를 돌고 왔다. 여전히 처절하게 들리는 노래 소리가 귀청을 때린다. 무슨 사연으로 이렇게까지 앰프와 스피커가 설치된 승합차량까지 동원해서 시위를 하는지 알고 싶어 도로 건너편 시위현장 쪽으로 가보았다.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른 사람 4명이 주차한 차량 곁에 서성인다. 승합차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이란 로고가 쓰여 있다. 가로수에 매단 현수막엔 “불법체류 외국인 고용 말고 대한민국 국민을 고용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아까 본 경찰차는 철수하고 시위자들과 거리를 두고 떨어진 자리에서 경찰로 보이는 한 분이 시위현장을 감시한다. 시위 사연이 궁금하여 물어 봤더니 이 건물 안에 ○○건설회사 사무실이 있는데 외국인 고용하지 말고 자기네 사람들 고용해 달라고 시위하는 것 같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렇게 불법으로 차량을 몇 대씩 노상 주차해 놓고 주택가 옆에서 확성기를 크게 틀어 놓고 시위를 해도 됩니까 물어 보았다. 집회신고도 사전에 했고 소음규제도 피하기 위해 중간 중간 잠시 쉬어가면서 스피커를 튼다고 한다. 횡단보도를 건너 우리 아파트로 들어서는데 경찰은 여전히 소음측정기를 세워 놓고 서 있다.  

▲ 집회신고하고 소음규제에 위반되지 않게 합법적으로 시위한다지만 호응을 받을 수 있을까?

  아무리 사전에 집회를 신고하고 집시법 소음규제에 어긋나지 않게 합법적으로 시위를 한다 하더라도 곱게 봐줄 주민들은 별로 없을 듯하다. 평소 사용자 편보다는 노조 쪽에 우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오늘은 왠지 수긍이 가지 않는다. 현수막이나 피켓만으로도 얼마든 불법고용을 고발하고 자기네 의사를 전달할 수 있을 텐데! 오히려 이렇게 집시법을 교묘하게 피해 가면서 주택가에서 확성기까지 동원해 소음을 내며 시위를 하는 게 최선일까? 오전 10시경부터 오후 2시가 될 때까지 귀에 거슬리는 노래 같지 않은 소음이 여전히 울려 퍼진다. 실효는 커녕 노조 혐오감만 유발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오늘은 왠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이호균 주주통신원  lee1228h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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