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왕이다.
내가 내 스스로의 힘으로
내 밥을 벌어먹는 나는 왕이다.
내가 왕이다.
나의 일터에서 노동을 하고
그 댓가로 만인을 섬기고
그 댓가로 가족을 섬기고
그 댓가로 어려운 대상을 위로하며 사는 나는 왕이다.
내게 일터를 준 네 놈들이 왕이 아니다.
내게 일을 지시하고 요구하는 네 놈이 왕이 아니다.
네 놈들이 원하는 일을 해결하는 내가 왕이다.
네 놈들은 나의 손발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다.
네 놈들은 그저 나의 노동을 원할 뿐인데
네 놈들은 왜 나의 존엄을 짓밟으려 하느냐?
네 놈들은 왜 나의 밥을 가지고 회롱하려 하느냐?
나의 손발의 힘이 비록 미약한 곳에 다다른다 할지라도
네 놈들이 갈구하는 일을 해결하는 왕의 손발이니라.
알겠느냐?
아파트관리실에서 일하고 있는 나는 내가 일하는 동안 왕의 자리에 있건만
동대표회장이라는 직함이 일을 해결하더냐?
동대표회장아! 깝치지마라.
나의 노동을 통해 얻어지는 정당한 것들을 두고 네 놈이 희롱질을 하느냐?
10원 줄게! 20원 줄게! 100원 줄게! 10,000원 줄게! 웃기지마라!
나는 네 노동의 댓가만큼 받고 내 노동의 힘으로 내 일터에서 왕으로 사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에 의해 나는 왕으로 산다.
까불지마라.
나는 내 노동의 댓가 이상을 바란 적이 없다.
나의 노동의 범위를 넘어선
네 놈들에 갑질은 그저 천하고 천한 버러지들에 인격과 양심없는 만행이다.
천하고 천한 천행이다.
나는 왕이다.
내가 일하는 일터에서 나는 나의 존엄을 다해 일할테니
더 이상 깝치지 마라.

편집자 주 : 김형효 시인은 1997년 김규동 시인 추천 시집 <사람의 사막에서>로 문단에 나왔다  <사막에서 사랑을> 외 3권의 시집을 냈다. 산문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 한·러 번역시집<어느 겨울밤 이야기>, 2011년 네팔어, 한국어, 영어로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무나 마단의 하늘(네팔 옥스포드 국제출판사)>외 2권의 동화도 출간했다. 네팔어 시집 <하늘에 있는 바다의 노래(뿌디뿌란 출판사>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민족작가연합 회원이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형효 주주통신원  Kimhj00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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