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경 詩, '낙타'를 읽었다.

검찰이 개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 원래 개들이 지내야 할 곳은 마당이다. 김해인 주주통신원l승인2019.09.28l수정2019.09.2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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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벽이 가까이 오고 있다거나
그런  상투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겠네
오히려 우리 앞에 펼쳐진
끝없는 사막을 묵묵히 가리키겠네.
섣부른 위로의 말은 하지 않겠네.
오히려 옛 문명의 폐허처럼
모래 구릉의 여기저기에
앙상히 남은 짐승의 유골을 보여주겠네.

때때로 만나는 오아시스를 얘기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사막 건너의 푸른 들판을
이야기하진 않으리.
자네가 마지막 절망의 벼랑에서
스스로 등에 거대한 육봉을 만들어 일어설 때까지
묵묵히 자네가 절망하는 사막을 가리키겠네

낙타는 사막을 떠나지 않는다네.
사막이 푸른 벌판으로 바뀔 때 까지는
거대한 육봉 안에  푸른 벌판을 감추고
건조한 표정으로 사막을 걷는다네.
사막 근처의 들판을 성급히 찾는 자들은
사막을 사막으로 버리고 떠나는 자.

이제 자네 속의 사막을 거두어 내고
거대한 육봉을 만들어 일어서게나
자네가 고개 숙인 낙타의 겸손을 배운다면
비로소 들릴걸세
여기저기 자네의 곁을 걷고 있는 낙타의 방울소리.
자네가 꿈도 꿀 줄 모른다고 단념한
낙타의 육봉 깊숙이 푸른 벌판으로부터 울려나와
모래에 뒤섞이는 낙타의 방울소리

 - 김 진경, '낙타'

 

2.

앙가주망.

이 말은 사람들을 둘로 찢어 놓았다.

검찰이 개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꼬리를 흔들던 것들은 침대 밖으로 나가라고 하자 이빨을 드러낸다.

- 원래 개들이 지내야 할 곳은 마당이다.

그의 앞에는 건너가야 할 사막이 있다.

울부짖는 가족을 뒤로 하고 그는 길을 나서야한다.

유목민은 이렇게 읊었다.

'국경 근처 황야까지 물을 찾아왔다 / 고향은 강물이 바닥나고 초목이 시들어 모래가 밀려온다 / 가축에게 먹일 풀은 사라졌다 / 우리는 완전히 변해버린 고향을 뒤로 할 수 밖에 없었다 / 동쪽 하늘이 밝아온다 / 뒤돌아보면 산기슭에 고향이 보인다 / 안녕 고향이여 우리는 이별하지 않으면 안된다'

▲ 우리의 사막은 상상력으로 이루어졌다. 이 아름답기만 한 상상력은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여기 사막에는

방황하는 민머리 늙은 남자의 유령과

최악최악하고 조잘거리는 산발한 여자의 괴성까지 

방울소리에 섞여 들린다.

옛 유행가처럼 저 푸른 초원위에 그가 도달할 수 있을지,

유골더미위에 자신의 흔적을 더할지

나 또한 나서야 할 길이기에 궁금할 뿐이다.

- 개들은 곧 꼬리를 말게 될 것이다.

 

3.

하나 지금 우리에게

낙타를 다독이며 사막을 건너갈

밝은 눈은 있는 것일까.

 

* 본문중 유목민의 노래는 KBS 2010, 신실크로드 8편 '실크로드 문명의 흥망성쇠' 자막에서 발췌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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