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비트 bit 는 버스 bus 를 타고 흘렀다.

버스에는 0과 1이 가득했다. 그들은 연결되어 흘렀고 도착지에서 문자와 숫자, 점과 도형으로 바뀌어 내렸다. 그들은 모여서 포탈 Portal 을 이루고, 회계장부를 대신하고, 스크린 가득 사라져버린 공룡들을 되살려 낸 듯 했다.

지금 비트는 버스대신 주파수를 탄다. 0과 1은 진폭으로, 주기로 혹은 둘 다를 이용하여 스스로를 표시한다. 물론 그들의 속성이 0이거나 1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처리되었습니다.”라는 목소리를 매일 듣지만 그것 또한 존재하지 않는, 오로지 숫자의 연결에 지나지 않는다.

연결된 것이 ‘정상’으로 표시되기 위해서는 예를 들어 다음의 것들이 필요하다. 센서의 감지거리내에 들어온 자동차를 확인하는 차종분류장치, 번호판을 읽어내는 카메라, DSRC dedicated short-range communication 이라는 긴 이름의 통신기술, 송수신용 안테나, 위반감지 장치.. 이 모든 것들이 복잡성의 미로를 구성한다.

하이패스 Hipass 단말기는 진입한 곳을 기억하고, 한때는 지배력이 존재하지 않았던 길을 빠져나오며 기억을 전송한다. 전송된 신호는 빛의 속도로 광케이블을 따라 서버를 거쳐 귀환한다. 전광판에 올라오는 요금은 배삯 toll 이 아니다. 한담을 건네던 여유 따위는 없다. 기계와 인간은 서로에게 교감할 필요없이 지치지 않고 이 행위를 무한히 되풀이한다.

솟아오르기만 하는 탑을 신이라고 하는 존재가 부수었다면, 교감없는 새로운 바벨탑을 내려다보는 것은 복잡성이다. 복잡성의 근저에는 0과 1을 구성하는 전자기력이 있다. 아쉽게도 인간은 전자기력을 이해할 뿐, 그것의 근원을 알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지 못했다. 용감하게도 인간은 전자기력을 쌓아올릴 뿐, 어느 날인가 그것이 통제를 벗어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문명’이라고 부르는 인간의 현재와 미래가 붕괴를 따라 무너질 것임을 생각하지 않는다. 

나와 우리는 오늘 아침도 가속페달을 밟는다.

목적지의 끝에는 인간의 편익, 인간이라는 종에만 한정된, 영구한 번영에 대한 소망이 넘치도록 담겨져있다. 욕망은 갈수록 무거워지고 시스템의 발전속도는 언젠가 임계점에 다다를 때까지 소망은 종료되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출근길, 부디 모두에게 평화가 내려 쌓여가길...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해인 주주통신원  logca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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