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팔지 않는다. 갓 대학생이 된 때 만나 8년 후 그냥 결혼했다. 그 다음 판 우물이 ‘한겨레신문사’다. 시야가 좁아서는 아니다. 선택한 자의 담대한 심호흡일 뿐이다. 이메일 아이디(twin86)가 그 예다. 딸 쌍둥이를 본 기쁨을 드러낸 채 지금껏 거두지 않는다. 간섭은 없다. “우리 나이로 서른이다. 뭐하는가가 중요치 않고, 두발로 일어서서 사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 사는 모습이야 다양하니까, 그건 제쳐두고, 자기 삶을 스스로 꾸려가고 있는 게 대견하다.”

스스로 꾸려가도록 지켜봄은 쉽지 않다. 너나없이 변화를 얘기하며 자기 밖만 볼 때 더 그렇다. 바람직한 변화는 줄탁동시(啐啄同時)처럼 안팎에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더구나 한겨레는 ‘혁신 3.0’을 추진 중이다. 혁신 주체는 물론 한겨레 구성원 각자이다. 그러나 그들의 역량 발휘를 북돋는 지휘자는 편집인이다. 한겨레의 미래가 그의 인식지평에 달려 있다. 지난 12일 오후 3시, 한겨레 편집인실에서 그와 마주했다. 주주통신원이자 독자로서 궁금하고 아쉬운 부분들을 들추었다.
 

 

• 기자를 ‘기레기’라 부르는 시대다. 그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한겨레 기자들 중에도 그런 야유를 듣는 경우가 있는지 궁금했다. 2007년 1월 ‘한겨레 취재보도 준칙’을 제정해서 뉴스 취재 및 보도 시 기자가 이를 철저히 지키도록 했다. 그것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외에 다른 언론사와 차별되는 독특한 제도적 장치가 있는지 알고 싶다.

취재보도준칙이건 윤리강령이건 그걸 제대로 지키면서 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취재수첩 정도는 읽으면서 하겠지만. (‘한겨레 취재보도 준칙’을 보여주며) 사실, 일상적으로 지내면서는 나도 샅샅이 볼 기회가 별로 없는데, 작년에 편집인이 되고나서 다시 읽어보니까 상당히 꼼꼼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시대상황이 바뀌었으니 보완을 하고 수정할 건 해야겠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벌여 놓은 일이 많다보니 아직 손을 못 대고 있다.
 
• 어느 부분을 손 봐야 하는가?

작년에 ‘기레기’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나도 「언론도 침몰했다」는 글을 쓰기도 했는데, 취재원에 대한 배려,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이 약하다. 시간을 확보해야 하고, 그리고 현장을 치워버리고 나면 되돌릴 수가 없기 때문에 현장에 매몰되어 일하다보면 취재원들의 처지보다는 자기가 관철해야 할 목표 때문에 그 부분을 무시하거나 묵살하는 경우가 있다. 일단 놓치고 나면 그 다음부터 돌아오는 건 자기 책임이다.

특히 세월호 사건이 있을 때 많이 얘기 됐던 게, 유가족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막 들이닥쳤다는... 작년에 언론 관련 단체에서 그 부분이 문제 제기가 되어 재난보도준칙들을 합동으로 만들었다. 그 내용을 각 언론사로 보내 공유를 하고 그랬는데... 아직도 기자들 개개인의 속까지 내재화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세월호 사건을 거치면서, 기레기 기자들을 겪으면서, 일반 국민들이 기자들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는데, 그 측면에서는 한겨레는 상대적으로 낫다고 본다. 그나마 객관적인 측면에서는. 그러나 그 부분은 스스로 늘 경계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다. 스스로 늘 경계해야 한다.
 

• 요즘은 SNS (UCC, 블로그) 등의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누구나 뉴스를 만들어 퍼뜨릴 수 있다. 시민기자, 소비자기자의 활동도 늘고 있다. 미디어가 넘쳐난다. 상대적으로 종이신문은 올드미디어, 아날로그 미디어가 되었다. 그러함에도 한겨레신문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활로를 어떻게 찾고 있는가?

신문의 역할이 뭔지에 대해 재정립해야 될 때라고 얘기들 한다. 신문은 여론의 심층성, 정확성, 공정성 이런 가치를 지켜내는 것이 SNS와 다르다. 신문기자들은 기본적으로 기자로서의 훈련을 받고 균형감이나 공정함을 가지고 사건을 대하므로 차이가 있다.

한겨레는 언론의 보편적인 가치인 공정성, 신뢰성을 지키는 언론사로서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고 성과도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언론 리더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계속해 신뢰도 1위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다른 신문사와 차별적이다. 특히 창간 당시의 민족, 통일, 민생, 민주주의 등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보편적인 가치를 지켜나가는 그런 뉴스를 쓴다는 측면에서 차별성이 있다.

뉴스란 24시간 내내 소비가 되는 거여서, 이제는 그런 방식으로 뉴스를 생산해서는 아무리 가치가 있는 뉴스라도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 안 될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들이 사회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칠까에 대해서도 지금 방식으로는 부정적이다. 그래서 시스템을 전환시키려 하는데 쉽지 않다. 그게 가장 큰 고민이다.


 • 제목만 보고 와 닿는, 짧게 시간 내서 볼 수 있는 인터넷 뉴스들을 많이 찾는다. 그런 측면에서 한겨레신문을 좍 봤을 때, 제목만으로 무슨 내용이네, 나중에 시간나면 봐야지 라는 가독성, 눈에 딱 들어오는 레이아웃 등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면 종이신문의 가치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본다. 결국 편집 부분인데, 그런 쪽으로 추진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약한 부분이다. 한겨레는 초창기부터 기사에 담을 가치나 그런 쪽에 집중을 했지, 그 가치를 어떻게 포장을 해서 독자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자원 투입을 안 한 것 같다. 그게 쌓여서 20여년 되다 보니까 편집, 디자인 이런 부분이 약하다. 디자인을 잘하는 신문사의 경우 한번 편집기자로 들어오면 이십년 삼십년 한다. 그러나 한겨레를 포함해 대부분의 신문사는 수습기자 들어오면 편집부를 거쳐야 한다 해서 1,2년 있다 나온다. 물론 붙박이로 있는 사람들도 있다. 계속 순환을 하고, 편집기자 오래 했던 사람도 현장기자 하고 싶다고 하면 요구를 받아들여 내보내고, 이렇게 하다보니까 축적된 역량이 별로 없다.

사실 작년에는 밖에 나가 있는 고참 편집기자들을 일단 안으로 복귀시킨다는 원칙을 세워 복귀시켰는데 그래도 많이 부족하다. 특히 디자인 쪽 역량 강화를 위해 작년에 디자인 센터를 강화하려 했는데, 그런 부분은 하루 이틀에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게 가장 큰 고민거리다.
 

• 독자 편에서 보면 참 불친절하다. 요즘은 좋은 내용 못지않게 형식을 중시하는데, 한겨레가 아둔한 건 아닐 텐데 왜 이런가, 참 답답하고 궁금한 부분이었다.

나도 답답하다. 가치 있는 기사만 쓰는 게 기자지, 그걸 포장하고, SNS에 열심히 퍼나르고 그건 기자의 일이 아니다, 라는 인식이 강한 듯하다. 그걸 바꿔야 하는데, 한겨레에 들어오는 사람들 자체가 그런 가치를 추구하는 걸, 그리고 그걸 통해서 자기가 사회적인 어떤 역할을 하는 걸 거의 전부라고 생각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그 부분에 대해서 소홀히 하고, 역량을 투입하는 걸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 교사로 재직할 때 학생들이 수업을 잘 듣게 하려면 좋은 내용과 아울러 쇼맨십이 필요했다. 신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한겨레신문과 자매지, 한겨레TV, 웹진 등에서 활약하는 에디터들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방안과 이런 관점에서 편집인이 진두지휘하는 ‘혁신 3.0’의 중점 내용이 무엇이고, 현재 어느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을 알려 달라.

미디어환경들이 워낙 급변하다 보니까 종이신문만 가지고는 생존 자체가 우려될 정도다. 그리고 지금은 상당히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광고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 될 것인지는 대단히 불투명하다. 언제 어떤 식으로 끊기는 그 순간 모든 신문들이 바로 곤두박질 칠 텐데, 그걸 타개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그 준비를 최소한 5년 이내에 하지 않으면 5년 10년 이후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그럼 어떻게 개편할 거냐를 놓고 작년부터 계속 논의를 시작해서 작년에 1단계 시행을 했다.

종이신문이 줄고 있다는 것은 독자들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거다. 그 흐름에 맞춰가지 않으면 도태된다. 독자들이 이동하는 게 디지털, 웹, 모바일, 특히 모바일 쪽이다. 그럼 어떤 식으로 조직, 인력, 자원 배분들을 바꿔나갈 거냐에 초점을 맞춰서 작년에 작업을 시작했다. 작년 1단계로는 모바일 쪽 강화를 위해 인력들을 그 쪽으로 이동을 하고, 영상이니 이런 모든 콘텐츠들을 한 군데서 종합적으로 하기 위해 통합을 시킨다는 것이다. 한겨레TV도 디지털미디어국에 있던 걸 이쪽으로 끌어 올리고.

• 그럼 NYT의 통합뉴스룸 같은 것이 있는 건가?

우리가 작업을 하고 있는 와중에 그 NYT의 보고서가 공개됐다. 종이신문을 만드는 전통적인 언론사들의 고민은 사실 비슷하다. 어디로 가는 게 정답이냐에 대해서는... 디지털 쪽은 어차피 기술이 계속 개발되고, 개발된 신기술들을 이용해서 다양한 실험들이 모색이 되고 있다. 그래서 그 부분은 어느 정도 따라갈 게 좀 있다.
 
근데 독자들이 모바일 쪽으로 간다고 해서 종이신문을 안만들 거냐? 그럴 수 없는 게, 나중에 궁극적으로 종이신문이 사라질지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 독자들이 모바일로 대부분 이동한 상태에서 종이신문 독자들을 위해서는 종이신문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 거냐, 이런 문제가 남아 있다. 한겨레에는 모바일 쪽에  뛰어난 사람들이 있고, 감각이 있는 사람이 있으니까 지금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맡기고 있는데, 잘 하고 있다.

지금 2단계에서 중점적으로 하려고 하는 게, 신문 지면을 어떻게 할 거냐다. 지금처럼 정치 경제 나눔식으로 그대로 갈 거냐, 아니면 잡화점 식으로 정치부터 차, 스포츠, 연예까지를 다 끌고 갈 거냐. 독자들이 과연 다시 올까, 이런 부분에 대한 것들이 2월부터 소위가 구성이 돼서 작업을 하고 있다. 8월 정도 하반기부터는 나올 결과를 적용시키려 하고 있다.

그리고 CMS 공정으로 시스템 개편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기자들이 기존 공정을 그대로 가져갈 거냐, 아니면 바로바로 나오는 대로 기자들이 기사를 쓰고 제목을 붙이고 필요한 사진 붙이고, 그래서 완결된 것을 온라인에 바로 쏘게 할 거냐, 하는 기자들의 공정에 관한 부분을 준비하고 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시스템을 개편하는 작업, 그리고 하드웨어가 뒷받침되는 한에서 기자들의 공정이 달라지는, 지금은 편집부, CTS전산제작부, 디자인센터 등으로 갈라져 있는데, 이런 것들을 어떻게 통합해서 할 거냐 하는 기술적인 부분들을 하고 있다.


• 종이신문의 업그레이드에는 브랜드화 된 기자들이 필요하다. 편집인이 떠올릴 수 있는 브랜드화 된 기자들이 있는가?

지금 몇몇 분야에서는 있다. 기자들의 역량 강화, 그걸 어떻게 해야 할 거냐가 문제다. 결국 뭐니 뭐니 해도 남는 게 콘텐츤데,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어내느냐, 그러기 위해서는 기자들의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 역량이라면?

가장 쉽게 얘기하면,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다. 물론 기자로서의 라이팅 역량이야 기본적으로 갖추었다 치고. 지금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공무원연금을 예로 든다면, 그것과 관련돼서 모든 논의되고 있는 흐름들에 대한 것을 이해할 수 있고, 어떤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국민들의 이익과 부합되는 건지에 대한 판단을 정확하게 할 수 있는 그런 역량을 갖추는 것이 기자들의 전문성이라 할 수 있다.
 
그럼 한겨레신문에 그런 역량을 갖춘 기자들이 모든 분야에 있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의논하고 있다. 한겨레가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도록 캐낼 수 있는 분야, 예를 들어, 통일문제 남북관계라든가, 환경, 노동복지, 그런 특정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해서, 작년에는 사회정책부라고 노동·복지·교육만을 담당하는 부서를 신설했다. 현재 몇몇 분야에 전문기자들이 있다.
 
• 그럼 선임기자, 대기자는 어떤 의미인가?

선임기자는 데스크를 거치고 나서 현장에 내려가서 직접 기사를 쓰는 그런 경우다. 지금은 기자들이 고령화되다 보니까 너무 많아져서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전문기자 제도로 한겨레가 지향하는 가치에 걸맞는 기자들을 육성하려고 한다.

대기자는, 규정에 보면, 편집국장이나 편집인을 거친 사람 중에서 특정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정치 전반적으로 조망해가면서 글을 쓸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현재 1명 있고, 전에는 퇴임하신 김효순 대기자가 있었다. 현직 곽병찬 대기자의 역할은 칼럼을 쓰면서, 「향원익청」같은 걸 쓰거나 그때그때 필요한 외부사람을 인터뷰하고 있다.

 
• 한겨레가 진행하는 ‘혁신 3.0’에 대해 안팎으로 아직 이렇다 할 의미 있는 성과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시각이 있다. 편집인으로서 이런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평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대개 언론사는 대단히 보수적이다. 한겨레는 벤처 형식으로 출발해서 자유로운 편인데도 전반적으로 그런 분위기 때문에 작년 1단계 시행하는 과정에서 잘 안됐다. 그 때는 내가 주재하는 편집국 외부 국·실장들, 물론 편집부 포함한, 그런 단위에서 논의를 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몇 가지 관철하려고 했다가 잘 안됐다.
 
디지털 부문에 인력을 좀 더 보낸다든가, 개발인력까지도 같이 붙여가서 기술적으로 바로 함께 공동 작업을 하는 그런 시스템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기술파트 쪽에서 그게 과연 효율적이냐, 라는 문제 제기를 해서 그랬다. 사진 같은 경우에도, 지금은 사진기자가 사진 찍은 뒤 신문에 어떤 사진을 실을 것인지를 고르는 작업을 주로 하고 있는데, 온라인 디지털 쪽에 사진기자들이 할 일이 더 많다. 그래서 아예 디지털부문으로 옮겨가지고 같이 해볼까 했는데, 물론 사진부문에서 가긴 했지만, 사진부 나름의 논리들이 있기 때문에 의도한 만큼 되지 않았다. 그런 불만족스런 측면들이 있었다. 계획이라는 게 한꺼번에 다 되는 것이 아니고, 그래서 처음 시행부터 1단계, 2단계, 3단계 3년 동안 계속 한다, 아예 그렇게 생각하고 시작했기 때문에 내년에 안 되면 그 다음해에 계속 추진할 것이다.
 

• 지난 주총 때 현장인터뷰를 했다. 주주임에도 절독한 사람이 많음을 알았다. 인터넷 들어가면 공짜로 볼 수 있다, 식구들이 다른 신문을 더 좋아한다 등 여러 이유를 댔는데, 한마디로 한겨레신문이 매력이 없다는 거다. 이른바 충성 독자층이 얇아졌다. 다양한 플랫폼으로 옮긴다 해서 종이신문의 성격이 나아진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가뜩이나 신문 구독자가 주는 추세에서, 한겨레신문은 창간정신을 계승하면서도 매력적이어야 생존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가?

독자들이 디지털 쪽으로 다 옮겨가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한겨레를 절독하는 사람들의 유형들을 보면, 특정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들 기사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 있고, 가장 큰 건 신문을 꼭 봐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거다. 그리고 매력이라고 얘기해야 할 진 모르지만, 별 재미가 없다는 거다.

초창기 때 50만부, 그런데 지금 가구구독률이 25%. 20%대까지 떨어졌다. 사실은 신문사 전반적인 현상이다. 표현이 어렵다, 뭐가 없다, 고 하지만 결국은 신문을 볼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종이신문을 굳이 안 봐도 별 불편이 없으니까. 그러면 그 독자들을 어떻게 잡아야 하느냐. 그 부분이 가장 큰 고민이다.

지면의 기사 쓰는 스타일 자체(6하 원칙으로 쓰는)를 바꿀 필요성은 없는 건지, 세대별 기사들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볼 수 있게 기사 자체를 맞춤 형식으로 꾸려야 할 것인지 등등 검토를 하고 있다. 노력을 하지만, 종이신문 독자가 떠나는 추세의 속도를 완화시킬 수는 있겠지만,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 구독자로서 신문을 읽다보면, 기자 혹은 한겨레신문이 누구를 독자층으로 겨냥하고 있는가 궁금하다. 글을 쓸 때는 누가 볼 거라는 예상 하에 맞춰서 쓸 텐데, 어떤 때는 우리 동네 평범한 사람들이 한겨레의 기사를 이해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한겨레신문기사는, 심층(집중)취재기사를 포함해서, 문체 자체가 평범하지 않거나 그 자체 논리로 정교하게 가지 않는 경우도 있는 거 같다.

옳은 지적이다. 사실 한겨레는 독자층을 명확하게 하지 않고 신문을 만들 수는 없다. 기존의 신문들은 그런 고민을 크게 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관행대로 출입처에 나가서 제공되는 기사를 출입처 입장에서 또는 기자 나름대로 해석을 해서 쓰면 그만이었다. 독자들에 대한 것은 머리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누가 보고, 보는 독자들에게 어떤 식으로 쉽게 해석을 해줘야 할 것인지에 대한 것들을 의식하지 않고 쓰는 기사들은 이제 아무 의미가 없는 기사가 돼버리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혁신3.0’을 하는 과정에서 한겨레독자들에 대한 조사를 별도로 하고 있다. 독자들이 원하는 것을 직접 대면해서, 설문을 통해서 얻은 자료들을 일단 가지고 거기에 맞춰서 하려고 한다. 그리고 칼럼을 쓰는 경우들은 명확하게 목표를 가지고, 또 누구를 향해서 쓴다. 그래서 최근에는 독자들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건 누가 보라고 쓰는 기사야?, 하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요즘 ‘친절한 기자’ 이런 것을 만들었다.
 

• 한겨레가 추진 중인 ‘디지털 퍼스트’ 전략은 소위 ‘소셜저널리즘’이다. 그러나 플랫폼만 늘려놓고 전문일손이 부족하여 플랫폼의 품질관리에 소홀해지면 오히려 기존 독자까지 떠날 수 있다. 예산 차원에서 제한된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해 디지털 시대에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해법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독자뿐만 아니라 충성 독자를 잃지 않으려면 창간정신을 살리면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편집인이 직면한 가장 큰 애로(장애요인)는 무엇인가? 그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변화, 혁신을 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입으로만 하는 것은 공염불이다. 먼저 얘기했듯, 한겨레는 신문에서 출발한 미디어다. 그러다보니 지닌 인력이 대부분 신문에 적합하다. 지금은 디지털 쪽으로 가야 하는 데, 디지털친화적인 인력이 태부족한 게 문제다.

결국 방법은 두 가지다. 기존 인력을 디지털화시키는 재교육을 해서 가든가, 아니면 디지털에 적합한 인원을 외부에서 충원을 하든가. 그런데 한겨레신문사 형편상 후자를 하기는 쉽지 않다. 외국 같으면 과감하게 기존 인력을 자르고 신규채용을 하는데... 거기에 가장 큰 애로가 있다.

웹이나 모바일 운용을 한다고 했을 때, 특화된 인력들이 외부에는 있다. 아주 감각 있는 인력들. 내부에 있는 인력 몇 명보다도, 잘하는 1명이 들어오면 더 효과적으로 운영되는 계기를 삼을 수 있다. 그런 시도들을 재정적인 제한 때문에 할 수 없다는 것이 참 답답하다.

외부 충원이 쉽지 않다고 손놓고 있을 순 없을텐데 기존 인력의 역량을 높여 해결하는 방법은 없나?
 
충원은, 예를 들면, 어떤 기사를 어떤 배치로 시간대별로 어떻게 했을 때 독자들이 많이 접속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하고 그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그 부분에 특화된 사람이다. 아니면 사이트 디자인 같은 것이다. 그야말로 기술적인 거라 재교육을 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물론 지금도 CTS 전산 등에 있는 사람들을 재교육시켜서 이쪽 디지털에 편집이나 디자인을 하도록 하려 한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특화된 인원들을 충원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

한겨레21 같은 경우, 새로운 실험으로, 거기에서 쌍방향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독자들하고 모바일에서 소통을 할 수 있는 그런 플랫폼을 만들려고 하는데, 그걸 운용하는 인력, 그런 시스템을 개발하는 인력 등은 디지털로 가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필요하다.

그리고 당연히 기자들 전반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스스로 변화하려고 하는 요인들이 있어야 해서 매주 금요일 오후에 미디어 환경 변화, 디지털의 새로운 추이나 추세 등 외부 전문가들을 모셔서 강연을 하고 있다.
 
기자들이 아침에 나가서 자기가 맡은 영역만 쳐다보면서 일을 하다보니까 실제로 미디어 환경이 어떻게 변하고, 기자들 역할이 앞으로 어떻게 재정립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할 시간이 거의 없다. 그래서 그런 기회를 주려고 교육을 하고 있는데, 문제는 정작 들어야 할 기자들이 현장에 있으면서 잘 안 듣는다는 거다. 그래서 정리해서 사이트에도 올리고, 또 각자 이메일로도 쏴주고 있는데, 기자 개개인들이 바뀌어야 한다. 물론 이런 저런 애로가 있어도 한 걸음 한 걸음 나가야 한다.

• 국어교사였다. 그래서인지 한글 가로쓰기 원칙을 내세운 한겨레 기사가 가끔 낯 뜨거울 때가 있다. ‘디지털 퍼스트’처럼 무늬만 한글인 경우를 대할 때 그렇다. 모든 글을 우리말로 바꿀 수는 없겠으나 원칙은 있어야 한다. 문자를 매개로 언론 활동을 하는 신문에서 우리말과 글 사용에 관한 규칙은 잘 지켜져야 한다. 이에 대한 견해를 들려준다면?

그 부분도 부끄럽다. '말글연구소’라고 이른바 한글전용을 위한 연구소가 설립되어 있다. 1년에 한 차례씩 세미나를 하는 것 외에는 일상적으로 하는 역할은 많지 않다. 그리고 최근 들어오면서, 한 4,5년 7,8년 됐을까, 그 부분에 대한 인식들이 많이 약해졌다.

약해진 이유가 편집진의 역할도 있겠지만, 그 전에는 교열부에서 그 부분을 많이 잡아줬다. 그래서 외래어를 한글로 쓰도록 매뉴얼 같은 것도 만들고, 비문이나 자주 잘못 쓰는 문장들에 대해서는 매뉴얼을 만들어서 기자들에게 돌리기도 하고, 그렇게 지속적으로 해왔는데, 최근 들어서는 그 부분이 안 되고 있다.

그전에는 최인호 교열부장이 그 부분에 대해 끊임없이 지적을 했다. 기자들에게 아주 심할 정도로. 그래서 기자들이 ‘북한 말투냐’ 할 정도로 우리말 쓰기를 강요했다. 요즘, 다잡아야 한다, 생각하고 있다.
 

• 한글 가로쓰기 원칙에는 한글을 중시하는 정신이 있다고 본다. 그 정신이 한겨레의 정체성으로 되어야 ‘디지털 퍼스트’나 ‘혁신 3.0’이 빛이 나는 거지, 그런 소소한 것들을 무시한 채 미디어 환경 쪽만 신경 쓰면 의미가 없다 여긴다.
 
그 부분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외래어를 너무 무비판적으로, 생각 없이 많이 쓰는 경우가 있다.
 

• 학교에서 보면, 학생들이 우리말을 잘 못 알아듣는다. 외래어에, 외국어에 익숙해서 쉬운 우리말인데 소통이 안 된다. 정치인들도 TV에 나와 굳이 영어를 쓰고,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따라 한다. 언론의 책임이 크다.
 
그렇다. 사실 초기에는 한겨레가 한글화를 일부러 만들어 고집스럽게 써서 그게 보편화된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많이 약화됐다.
 
• 주주통신원이다. 올해부터 주주전용인터넷뉴스커뮤니티 ‘한겨레온’이 창간되어 운영 중이다. 한겨레신문이나 한겨레기자들이 닿지 못 하는 곳을, 역량 있는 주주통신원을 활용해서 연계하는 협업 취재도 가능할 것이다. 이런 구상을 할 용의가 있는가?
 
이제는 기자가 모든 걸 하려고 하지 말라는 얘기를 종종 한다. 그런 시대는 지났다. 양적인 측면으로 커버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지적으로 전문성을 따질 때도 재야의 고수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기자가 자기 분야에서 최고라고 할 수 없다. 예전에는 기자들이 정보를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게 어느 정도 가능했다.

이제는 신문사의 가장 기본적인 핵심 인력만 남고, 외부 인력과 협업을 통해서 만드는 게 독자들에게 훨씬 더 잘 읽히고 유익한 그런 언론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기자들은 자기 영역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주주통신원뿐만 아니고, 기자들이 보지 못하는 측면들을 훨씬 더 절절하게, 현실성 있게, 실감나게 기사를 쓸 수 있는 사람들이 외부에 널려 있다. 그런 차원에서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다.
 

• 지난 27년간 한겨레는 우리 사회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앞장서왔다. 최근에도 한국기자협회가 주관하는 ‘이달의 기자상’을 지난 해 11차례 받아 언론사 가운데 3년 연속 최다 수상한 언론사가 됐다. 이런 성과의 동력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하나 덧붙이면, 오늘 신문의 날 행사를 했는데, 거기서 한겨레가 사실상 ‘신문 대상’을 받았다. 결국은 자발성이 아닌가 싶다. 언젠가 수습기자들이 들어왔을 때 환영 식사를 하는데, 신참인 수습기자가 ‘왜 한겨레에 들어 왔는가’에 대해 ‘양심을 팔지 않고 기자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라고 했다. 그만큼 한겨레에서는 회사 이익을 위해서라든가 특정 집단이나 정치 세력을 위해서 기사를 쓰도록 하지 않으니까, 최소한 기자들이 자율적으로 자기의 양심 또는 기본적인 기자로서의 윤리 안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다. 그런 환경을 만들어준 게 기자들이 자발적으로 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 것 같다.

그런 것들을 잘 엮어서 더 역량 있는, 신문 전체가 역량 있는 쪽으로 만들어가야 하는데, 많이 부족하다. 그 점은 데스크들이나 편집진, 경영진들의 잘못이다. 그렇게 기자상을 많이 받는다는 것은, 상은 일선 기자들이 받는 것인데, 그들에게 자발성을 갖춘 역량이 있다는 거다. 잘 나갈 수 있는 가능성, 희망이 있는 것이다. 그것을 조직화시키고 엮어서 더 역량 있는, 영향력 있는 신문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한 건 그 위에 있는 사람들의 잘못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시니어 정치경제문화가 새롭게 뜨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

이번 혁신 작업 하는 과정에서 편집국 조직 개편하는 참에 특정 팀들을 몇 개 만들려고 한다. 그런데 꼭 세대를 구분해서 하는 게 맞을지는 모르지만, 지금 생각하는 게 2030팀, 미래팀, 시니어팀 등등이다.

언론사라는 게 취재 영역별로 나뉘어져 있어서, 시니어들의 관심사가 많이 퍼져 있다. 그래서 정치 쪽 경제 쪽 문화 쪽 등 각자 단절되어 있다. 한 예로, 정치와 관련된 시니어 관심사들이 있긴 하지만, 정치부에서는 별로 눈여겨보지 않아 사장되었다. 각 부문별로 사장되다 보니까 전체적으로 관심이 없어졌다. 그래서 최소한 서너명이라도 팀을 구성해서 시니어와 관련된 관심사를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이런 영역과 상관없이 발굴해서 기사를 만드는 방식으로 시도를 해보려 한다.
 

• 종이신문은 시니어들이 많이 볼 것이다.

구독자들이 거의 고령화되어 가고 있다. 주로 40대 이상. 50대가 주축이다. 그것도 좀 딜레마다. 신문을 젊은 층들이 안보니까 젊은 층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들을 해야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지적들이 있는데, 다른 한 편에서는 어차피 그들 세대는 모바일로 다 가고 있으니, 차라리 실제로 종이신문을 보는 4,50대 이상 쪽을 특화해서 만드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느냐는 등의 논란이 있다.
 

• 미디어가 모바일 중심으로 옮겨 간다고 한다. 모바일에서는 특히 제목을 보고 클릭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거 같다. ‘한번 볼까’ 하는 사람들이 봤을 때 부드럽게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접점을 넓히는 노력들을 많이 해야 한다. 젊은 층들을 겨냥해서는 홍대 쪽에 문화 공간을 구상 중이다. 누구나 쉽게 들어갈 수 있고, 일상에서 큰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도록 만들려고 한다. 여러 북카페와는 다른 차원으로 진화된 모습일 것이다.

 인터뷰 간간이 한숨 소리를 들었다. 그는 의식하지 못했겠지만, 두 손으로 머리를 누르는 모습도 여러 번 보았다. 편집인의 역할과 역량을 겨냥한 질문이 그의 어깨를 더 무겁게 한 듯했다. 늘 하는 일에 관한 것임에도, 이미 지나간 진흙탕 풍경마저 떠올려야 했을 것이다. 그 와중에도 자신의 칼럼처럼 자연스럽고 정교한 논리를 잃지 않는 균형감이 돋보였다.
 
기자생활은 공적인 역할이다. 어쩔 수 없이 제삼자와 세상을 비판하느라 개인 생활도 제한이 많았으리라. 편집인의 보따리를 내려놓아야, 그의 시선은 온전히 자신을 향할 수 있을 것이다. ‘혁신 3.0’이 순탄하게 진행되어 그가 품었을 무거움이 깨끗이 가시기를 바란다. 그래야 한겨레도 건재할 수 있다.

김유경 주주통신원  newcritic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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