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독일 탈핵 탐방 때 찾아간 폐핵발전소가 있는 운터베리 마을에서

▲ 돔 모양이 핵 에그이고 네모진 건물이 발전을 하는 곳이라고 한다.

2012년 2월 18일, 브래맨의 븐트 활동가들과 헤어진 우리 일행은 독일의 폐핵발전소가 있는 베저 강변에 있는 ‘운터베리’ 지역으로 향했다. 날씨는 진눈깨비를 뿌리며 쌀쌀했는데, 우리가 도착해 보니 이미 우리 일행을 맞이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 핵발전을 반대하고 있는 이 지역 사람들

사방에 동네는 보이지 않고 황량한 벌판 한가운데를 베버 강이 유유히 가로지르고 있었다. 둑으로 올라갔더니 100m 앞에 커다란 돔 지붕을 한 폐핵발전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핵발전소를 견학하기 위하여 미리 핵발전 회사 측에 연락을 했지만 견학 허락은 받질 못했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우리 일행은 멀리서 핵발전소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 강 위로는 쇠기러기 떼가 두 차례에 걸쳐 날아가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강 주변은 한국의 제주도 중산간의 겨울 풀밭을 연상하게 할 만큼 황량했다.

▲ 핵발전 때문에 로이킨 암으로 아들을 잃은 오토 마이어 씨 부부

돔 모양의 둥그런 건축물은 핵 에그라 하고, 왼쪽 네모진 건물에서 발전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작년부터 핵발전 가동은 중단되어 있는 상태였다. 문은 굳게 잠겨 있고, 사람들은 얼씬하질 않았다. 오히려 핵발전 사무실을 유지하기 위하여 현재는 일반 전기를 끌어들여 사용한다고 하였다. 문제는 그 핵발전소 안에 580여 개의 폐연료봉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고, 폐기물들도 쌓여있다고 한다. 폐연료봉이 식으려면 7년이나 걸린다고 한다. 지금도 재가동을 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가동을 할 수가 있다고 한다. 이 발전소에서 전기 생산량은 1,340mw의 전기를 생산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냉각수를 돌리기 위하여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하며, 1978년 이후 뜨겁게 돌아갔었다고 한다.

▲ 우리 독일 탈핵 탐방단은 오토 마이어 씨 가족들, 마을 사람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였다.

우리 일행이 도착하여 한참 설명을 듣고 있는데, 나이 드신 남녀 노부부가 현수막을 들고 나타나셨다. 현수막의 양쪽 사진은 자신의 아들이라며, 이 발전소 때문에 그 아들이 로이 킨 암에 걸려 사망했다고 한다. 그에 항의하기 위하여 우리 일행이 도착하니 홍보 겸하여 오신 것이다. 같이 사진도 찍고 설명도 듣고, 같이 구호도 외친 다음 자리를 떴다. 그리고는 그 분들이 살고 있는 오토 마이어(Ott Mayer) 씨의 동네로 이동하였다. 아마 핵발전소에서 7~800m 쯤 떨어져 있는 곳에 있는 마을이었다.

▲ 마을 한 복판에서 이곳 주민들이 우리 일행을 환영하면서 핵발전 반대 노란 풍선을 들어 보이고 있다.

우리 일행은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안내되었다. 마을 분들이 우리 일행을 환영하기 위하여 커피, 빵, 과자, 과일 등을 푸짐하게 마련하여 우릴 대접하였다. 그러면서 이 마을이 왜 핵발전을 반대하는지, 그리고 그 피해 상황, 자신들의 요구 등을 영상물을 통하여 잘 설명해 주었다. 젊은 사람들은 안 보이고 다들 70세가 넘어 보이는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 마을 사람들은 멀리 극동에서 날아온 우리 일행을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하여 성의껏 환영해 주었다.
▲ 마을 사람들은 각종 음식을 준비하여 우리 탈핵 탐방단을 융숭하게 대접하였다.

오토 마이어 씨(지역 반핵운동 대표)를 중심으로 모여서 핵 발전 피해에 대항해 오고 있었다. 오토 마이어 씨는 현재 녹색당 당원이기도 하고, 독일에서 핵발전 반대 집회 등에 마을 사람들과 함께 제일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30여 년 전부터 핵발전소가 들어서고 나서 이곳 주민들은 하루도 편안하게 살아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김은형 샘과 전희식 대표. 이 어머니가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 어마나 가슴이 아플까? 핵발전을 반대하는 이국에서 온 사람들을 보는 마음이 어떠하겠는가?

▲ 아들을 잃은 어머니와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김은형 샘과 전희식 대표. 이 어머니가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핵발전을 반대하는 이국 멀리에서 온 사람들을 보는 마음이 어떠하겠는가?

핵발전 반대 집회가 있을 때에는 어린 학생들에서부터 남녀노소 구분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축제 분위기로 참석한다고 한다. 독일은 가는 곳마다 지방자체단체 의회를 약 30% 내외가 녹색당이 장악하고 있다고 한다. 연방의회도 60석 정도의 의석을 확보하고 있으니 우리나라의 녹색당과는 비교가 되질 않는다. 나는 특정 정당에 가입하고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우리는 언제쯤 녹색당이 저런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 지지율을 보면 아예 녹색당은 명함도 못 내밀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당시 베버 강변에 있는 폐핵발전소는 핵발전을 하고 난 폐연료봉이 핵 발전소 안에 보관되어 수조에 담겨 있다고 한다. 저 폐연료봉들을 식힌 다음 그것을 건식으로 10여 년 식힌 다음이 문제다. 그것을 영구히 보관할 것이 없다는 말이다. 이는 핵발전을 하는 전 세계 나라의 과제다. 이런 대책도 없는 위험천만한 핵연료를 이용하여 많은 전기를 생산하여 좀 편하게 지내보려는 인간들의 근시안적인 시각은 두고두고 후대들에게 짐이 될 것이다. 이를 어찌하면 좋은가? 찬핵 주의자들은 그에 대한 답을 내놓아보아라.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광철 주주통신원  kkc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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